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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줌마이야기> 아직은 흰머리 사양하고 싶다

[2009-05-19, 00:05:04] 상하이저널
오랜만에 만난 동생들이, “누나도 이제 나이든 태가 나네. 살도 자꾸 찌는 거 같구. 흰머린? 아직은 없수?” 한다. 왜 없겠어? 한가닥당 중국 돈으로 5마오씩 주고 막내한테 뽑아 달라한다. 자꾸 늘어나고 있어서, 좀 있으면 1마오로 내려야 할 지경이다. 체중도 1년에 1킬로그램씩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날이면 날마다 들여다보는 내 눈에도, 내 모습이 자꾸 변해가고 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동생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이야 오죽하랴. 듣기에 별로 기분이 좋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현재의 나의 모습을 시인하고야 만다. 내가 보기엔 걔네들의 모습 또한, 이전의 그대로가 아니건만, 나와 같은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은데, 굳이 누나만이 세월을 못 비켜가고 있는 양, 반은 놀리는 듯, 또 한편으론 안타까움으로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내 심기를 살짝 엿보려 한다.

사실상, 근래에 들어 눈도 말썽이다. 노안이 오는지, 눈이 자꾸 가려우면서 진물이 나곤 한다. 전에 없이 땀도 많이 흘리는거 같고, 생각지도 못했던 알르지도 생기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여러 가지로 세월의 무게감에 짓눌러져가고 있는 듯하다. 문득 문득 손수건을 필수품인양 들고 다니시며 눈끝을 닦곤 하시던 엄마모습이 떠오른다. 그 옛날엔 ‘왜 저러시나?’그냥 무심히 지나쳤었는데, 엄마가 참 많이 힘들고 성가셨을거라 생각하니, 이제야 그 불편함에 대한 부주의함과 무심함에 대한 후회와 엄마에 대한 죄송한 맘으로 가슴 아프다.

어제는, 그 동안 계속 흔들리고 있던 작은아이의 어금니 하나를 드디어 뽑게 되었다. 치과에 안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할수 없이 휴지로 싸고 살짝 비틀었더니 쑥~ 빠진 이빨을 보며, 우리 아인 ‘언제 이가 다시 날까? 새로 안 나면 어쩌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 순간에, 더 이상 새로 날 이빨이 없을 난, 오직 빠져 나가야 할 거밖에 없을 내게, 아니, 꼭 빼내고 싶은 것 한가지, 흰머리 카락!, 이 상황에서 이 단어가 문득 떠 ▷오른건 무슨 아이러니였는지...

아직은 반백이 되고 싶지 않고, 아직은 조금은 더 젊어 보이고 싶고, 그래서 아직은 새치머리라고 얘기하면서, 염색보다는 집게로 뽑아내고 싶어서였을게다. 큰아인 철이 들어서인지, 흰머리 좀 뽑아 달라면 안해주려 한다. 엄마에게 생긴 흰머리가 속상한 듯, 계속 귀찮다는 핑계만 된다. 작은 아인, 용돈도 생기고 엄마도 기쁘게 해준다 싶어 주기적으로 자발적으로 신난다는 듯 뽑아 주려 한다.

내가 굳이 작은아이의 도움을 받아가며 흰머릴 뽑아내려 하는 건, 나이 들어가는 것이, 흰머리가 생기는 것이 꼭 보기에 추해서가 아니다. 사실상, 반백의 머리칼이 너무 잘 어울리고 멋스러운 분들도 참 많이 있다. 하지만, 내겐, 아직은 흰머리로 내 삶의 여태까지의 세월을 남들 앞에 뗫떳하게 내보일 자신이 없어서 일게다.

문득, 아버지의 반백의 모습이 떠오른다. 언젠가부터 검은색보단 흰색이 많아져 버렸었다. 지나가는 말로 “염색 안하세요?” 여쭈니, 아버지 연세에 염색하는게 더 우습지 않느냐 하신다. 아버지 한평생의 자취라 하시며...보기 좋지 않느냐!”며 살짝 미소 지으신다.
하지만, 나로서는 아직은 흰머리 사양하고 싶다. 물론 내 맘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흰머리카락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약간은 안쓰럽긴하다. 세월이 조금 더 흘러 나도 어느 듯, 검은머리보다는 흰머리카락이 더 많아지는 날, 내 삶의 모습이 지금보다는 아름다워져 있길 바래본다.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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