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단오연휴에 아이들과 함께 대구시립예술단에서 공연한 ‘Mr. Gomg’s Hair Salon’를 보러 갔다.
상하이에 생활하면서 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던지라, 마임극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과 평소 한번 가보고 싶었던 상해한국문화원 구경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일찍 서두른 덕분에 공연시작 40여분 전에 문화원에 도착했지만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려니 문화원을 둘러볼 여유는 없었다. 지정석이 아니다 보니 혹시라도 누가 이 자리에 앉을까 걱정이 되어 자리를 비울 수가 없는 것이다. 나름 옷이며 가방으로 자리를 지키게 해볼까 했지만, 누가 그냥 자리만 잡은 것처럼 보일까 전전긍긍하다 그만 번갈아 자리를 지키고 있자니 흥이 사라져 그만 모두 공연을 기다리며 누가 공연을 보러 오는지 구경하게 된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목소리가 우렁우렁한 분이 두 손을 번쩍 들게 하더니 한국사람에게는 ‘중국 만세’를, 중국사람에게는 ‘한국 만세’를 시킨다. ‘아하~, 만세 하나로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 있었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관객석으로 강아지 탈을 쓴 사람의 등장으로 연극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좋아서 깔깔깔 쉴새 없이 웃고 있다. 어른인 나는 사실 그다지 웃기지 않은 장면에서도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 보이는 웃음을 쏟아냈고, 아이들이 웃는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정말이지 너무 즐거워졌다.
극이 끝나고 배우들이 가면을 벗자 땀으로 범벅인 얼굴이 보였다. 관객인 나도 약간 덥게 느껴진 공연장이었기에 가면까지 쓰고 뛰어다닌 배우들은 얼마만큼 더웠을 것인지 무료공연이라고 좋아했던 내가 순간 부끄러워졌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과 같이 사진 찍을 수 있는 포토타임을 갖자 아이들이 총알 같이 뛰어 나간다. 즐거웠던 만큼 사진을 같이 찍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줄을 서서 배우들과 같이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제껏 마임극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상하이까지 와서 평소 보지 않았던 장르의 한국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