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중심 번화가인 옌안중루(延安中路)와 산시난루(陕西南路) 교차로에 들어서면 수많은 건물들을 제쳐놓고 단번에 눈길을 확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뾰족한 지붕의 고풍스러운 이 건물은 마치 동화 속 왕자와 공주가 살고 있는 궁전처럼 붉은 석양아래 환상적인 자태를 뽐낸다. 이 건물이 바로 현재 몰러별장호텔로 불리는 몰러별장(马勒别墅, Moller Villa)이다.
대리석궁 카두리저택이 4년에 걸쳐 완공됐다면 몰러별장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나 걸려 완공됐다. 1927년부터 짓기 시작한 몰러별장은 1936년에야 비로소 준공됐으며 원 주인은 영국의 부유한 상인 몰러이다.
별장의 탄생
몰러별장의 탄생은 어린 소녀의 아름다운 꿈에서 시작된다. 어느날 몰러의 딸은 꿈속에서 안데르센 동화 속 같은 아름다운 집을 거닌다. 꿈에서 깨어난 소녀는 종이에 그 집을 그렸고 이에 흥미를 가진 몰러는 건축설계사를 불러 별장을 설계하게 된다. 몰러별장은 크고 작은 방이 무려 106개나 있으며 방마다 디자인과 분위기가 다르다.
몰러가족과 몰러별장
1859년 에릭 몰러의 아버지인 닐스 몰러가 상하이에서 해상운송 대리업을 시작한다.
1913년 가업을 이어받은 에릭 몰러는 회사를 선박 제조, 선박 수리, 수입 대리와 운송업 등 영역으로 크게 확장시킨다. 선박의 정기적인 보수를 위해 그는 또 상하이에 몰러기계조선유한공사를 설립하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상하이 동자오선박(东造船厂)의 전신이다.
에릭 몰러가 거물급 상인으로 발전하게 된 데는 뛰어난 경주마의 공로가 컸다. 몰러는 경마로 적잖은 돈을 벌게 되며 그것이 사업확장의 밑거름이 됐던 것이다. 이 경주마를 기념하기 위해 몰러는 별장 화원에 말의 동상을 세웠다.
몰러가족은 본업이 해운업이었으므로 주택 인테리어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마치 한 척의 호화 유람선을 방불케 하고 있다.
몰러별장은 거대한 호화 유람선을 본 뜬 내부구조를 갖고 있으며 곳곳에 바다의 정경을 묘사한 도안과 키, 닻, 해초, 파도, 해상일출, 등대 등을 조각한 목조품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바닥에는 해초, 미역 등 도안으로 장식돼 있다.
본관의 실내 벽면에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도안이 조각되어 있고 천정에 장착된 채색 유리는 햇빛아래 알록달록 환상적인 무늬를 그려낸다.
몰러별장은 유럽식과 중국식 특색이 어우러진 양옥으로, 대문 옆에 돌 사자 한 쌍이 놓여 있는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중국 문화와 운치를 엿볼 수 있다.
본관건물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화원은 채색무늬타일을 바닥에 깔고 귀중한 화초와 나무를 심었으며 실내에서 꽃구경을 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 안에는 난방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호텔로 변신, 리모델링 일화
1941년 일본군이 조계지로 쳐들어왔다.
유태인이었던 몰러일가는 수용소로 보내지고 별장은 일본군인의 클럽으로 강제사용됐다. 그 후, 국민당의 특무기관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1949년이후 중국공청단(共青团)위원회 사무실로도 사용되었다.
그러다 2001년 헝산(衡山)그룹이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호텔로 탈바꿈시켰다. 설계도가 없어 전문가들을 청해 구조도를 다시 그리고 기존 건물을 파괴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진행된 리모델링 공사에 2천7백만위엔이 투자됐다고 한다.
당시 건물 내/외부는 손상이 많아 복구작업 또한 만만치 않았다고 전해진다. 천정의 채색유리 기와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었고 많은 공장들은 예약을 받을 엄두도 못 냈다. 그러다가 쟈싱(宜兴)의 어느 한 전통 기와공장에서 수주 받아 어렵사리 작업됐다고 한다.
별장 외벽의 채색벽돌은 시중에서도 구할 수 없고 예약도 불가능해 설계사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던 어느날 화원을 거닐던 설계사의 눈이 번쩍하고 빛났다. 화원 안으로 뻗은 길 양옆에도 꼭 같은 채색벽돌이 사용됐던 것이다.
작업자들은 흙 속에 묻힌 부분의 벽돌을 파내어 가로로 엷게 3조각으로 자른 후 별장 외벽에 붙이는 방법으로 비로소 복원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박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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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호 부터 봤는데 ... 참 재밌는거 같아요 .... 자주 연재 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