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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偏见)

[2009-09-04, 20:38:44] 상하이저널
[김승귀의 사회 문화 심리학 칼럼]
편견(偏见)
 
“ 여기가 정말 중국적인 곳이군요. 사실 이런 데를 정말 보고 싶었어요” 상하이 서민이 사는 동네. 빨래가 창 밖으로 널 부러져있고 속옷 차림의 노인이 길거리에서 이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 한국인 교수는 연신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그에게는 이번 여행은 그가 평소에 생각하는 중국을 확인 받고 싶어 하는 듯 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한국에서나, 심지어 중국 현지에서도 그의 머리 속에서만 머물러있는 나라 일뿐인 것 같았다.

“ 여기가 정말 한국의 모습이군요.” 서울 광장 한 켠에서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데모를 하는 군중들, 그리고 한쪽에는 김정일 타도를 외치며 군복을 입은 퇴역 군인들이 구호를 외쳐대고 있는 시위현장에서 그 영국인 교수는 아주 의미심장한 얼굴로 조심스레 촬영을 한다.
서구 민주주의를 인류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그에게 한국은 그가 그토록 믿고 소중히 여기는 민주주의가 언제쯤 완전히 완성 될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한 나라의 하나 인 것 같다. 한국이란 나라는 그에게 마치 작은 실험실 처럼 여겨 지는 것 같았다.

편견이 왜 생기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인간이 스스로를 인지할 수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칼럼도 어쩌면 편견의 하나 일수도 있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편견은 집단 내 교육이나 사고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흔히 그것은 귀인요소(그 어떤 현상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는 심리적 요소 :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꽃밭에서 알레르기가 발생했을 때, 심리적으로 어떤 사람은 꽃밭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정반대로 자기 스스로가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 하는 심리적 현상)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한국인들에게 ‘중국 사람 같다’는 말은 별로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란다. 그런데 중국사람들에게 ‘한국사람 같다’는 말은 욕도 칭찬도 아니다. 어디가 한국사람 같은지를 물어 올뿐. 상당히 구체적이다.

하지만 그런 중국인들에게도 ‘일본 사람 같다’라는 말은 속셈이 있어 보이는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된다. 이처럼 외 집단에 대한 편견은 역사를 통해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편견들은 그 역사 혹은 목적이 불분명하다. 쉽게 말해 구체적으로 당한 것도 얻을 것도 불분명 한 채 편견부터 가진다. 아마도 아직도 씨족사회의 전통이 남아있어 지나치게 남에게 관심이 많은 탓이 아닐까?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을 보고 가장 놀라는 것은 뻔뻔 할 정도로 심한 남에 대한 무관심 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수십억이 넘어가는 상해 최고급 아파트 바로 옆에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다 쓰러져가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하지만 그 두 부류들 모두가 아랑곳 없이 모두 다 잘살고 있다. 만일 서울 강남 타워펠리스 옆에 그런 빈민가가 있었다면 맨날 분쟁이 그치지 않았으리라 짐작이 된다. 중국인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과도한 관심이다.

사실, 어느 사회나 그 사회가 유지되는 심리적 작용이 존재 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편견일지라도 말이다. 편견이 없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더 나은 행복이 보장 되는 것도 아닐 터.

하지만 그 편견의 근거와 목적만이라도 제대로 파악 한다면 적어도 이유 없는 스스로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부 터는 해방 될 수 있을 것이다.

‘결정론적 인생관’을 중시 여기는 중국인들. 어떠한 편견이라도 그것의 적용이나 범주가 나 자신의 관심 밖을 넘어서는 경우가 극히 드문 중국인들.
중국의 가장 유명한 현대 소설가인 钱钟书의 《围城》에 나오는 글귀 하나를 소개 해본다.

중국인들이 인생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글귀 중의 하나이다. 한번쯤 곰곰이 곱씹어 보면 한국인들이 여기 중국인들의 무관심을 왜 그토록 이해하기 어렸웠는지를 비로소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人生如围城,城外的人想冲进去,城里的人想冲出来” (인생이란 마치 성과 같아서, 성안에 있는 사람은 성밖으로 나가고 싶어하고 성밖에 있는 사람은 성안으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것이 인생이다.)

참고로 한국인들 대부분은 위의 말을 해석 하기를, 남이 가진 떡이 더 크게 보인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전혀 다른 해석을 한다.

어차피 역사상 성곽이라는 것이 전쟁을 위한 것이며 성밖에 있는 자는 성안으로 들어와야 하며, 성안이 있는 자는 성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운명이듯이 인생이란 그 자체가 모순과 우환이 시작 되는 자리라는 결정론적 인생관으로 해석 하고 있다.

똑 같은 현상을 두고도 한국인과 중국인의 해석 관점이 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이것이 바로 생각의 다름이다. 어느 인생관이 좋고 나쁨을 떠나 이것이 중국인과 한국인의 인생관이 참으로 많이 다른 것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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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가 AIDIA 국제학회 평론위원장 및 편집장. 도시매거진 ‘시티몽키’의 창간 및 편집주간. 현 동제대 객원연구원. wansworth@hanmail.net
sativa@hanmail.net    [김승귀칼럼 더보기]

전체의견 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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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07, 11:41:47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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