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2009년 13회 상하이아트페어’가 상하이마트에서 개막했다.
이번 행사는 서울-상하이-타이페이가 공동으로 개최하게 되었다는데, 나는 이 이력에서부터 전시규모에 대해 눈치챘어야 했다.
실제로 마주하게 된 상하이아트페어의 규모는 나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나는 ‘아차!’하며 무릎을 쳤다.
전시장 앞에서 암표까지 팔리고 있었는데, 이 행사의 규모를 가늠하지 못하고 앝잡아 봤던 것이다.
이 생각을 하고 나서야 개막 첫날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상하이마트에 집중되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전시장 안은 사람들로 붐볐고, 또한 국제적인 행사답게 많은 외국인들이 보였다.
1층에는 진입로부터 멋진 조형물들이 수문장처럼 서있었다.
그리고 안쪽으로는 그림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꼭 드는 작품이 있었다.
구름아래로 땅이 보이지 않는 무릉도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듯한 신선들을 그린 작품이었는데, 나도 저곳에서 신선들과 주거니 받거니 시 한 수 읊으며 쉬고 싶다 생각했다. 만약 나의 시가 엉터리라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다리 쭉 뻗고 누워 한숨 푹 자고 싶었다.
3층에는 어두운 조명아래 청자, 백자와 다기세트 등 도자기가 진열되어 있었다. 어두운 조명 덕분에 청자의 청색이 은은하지만 확실하게 부각되었다.
그리고 LED조명으로 세련된 인테리어를 보인 부스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3층은 네모 반듯이 부스를 나눈 것이 아니라 작품들과 최대한 어울릴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4층에는 그림 위주의 작품이 많았다. 아직 작품에서 다 빠지지 않은 페인트와 아크릴물감 냄새는 보는 즐거움에 빠진 나를 더욱 취하게 만들었다.
지난 주말, 모간산루의 화가밀집촌에서 보았던 눈에 익은 작품도 있었다. 강렬한 색감과 땅콩잼을 듬뿍 발라놓은 듯한 느낌의 작품은 수많은 작품 중에서 또 한번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한국작품들은 내 눈을 뗄 수 없게 완전히 매료시켰다. 그 중 꼬마 아이들의 낙서 같은 그림은 문득 책에서 보았던 천재 낙서화가 장 미쉘 바스키야를 생각나게 했다.
마약중독으로 인해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의 그림처럼 자유로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 장난 같아 보이지만, 보이는 것만으로 다 이해하지 못할 많은 것을 작품에 담았으리라 생각되었다. 늘 그렇듯 작품은 스스로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법이 없으니까.
모든 관람을 끝내고 뒤돌아서는데 어찌나 아쉽던지 느려빠진 내 두 다리가 한심했고, 상하이아트페어가 이리 큰지도 모르고 사전지식없이 무작정 따라 나섰던 것이 한심하다 여겨졌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하이는 겉만 발전하는 도시가 아닌 문화 예술 같은 지적인 부분의 발전까지 놓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상하이아트페어는 나에게 예술의 무한한 감동을 주었고, 상하이에 대한 고질적인 고정관념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박초롱(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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