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좀 굽은 것 같다’. ‘어깨 좀 펴고 다녀라’. 늘 듣던 말이라 예사로이 지나쳤었다.
언젠가부터 세상의 벽에 대한 무의식적인 방어였을까? 조금씩 움츠리고 다니던 습관이 이젠 몸자세 마저도 비뚤어지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수영장에서 배영을 할 때도, 늘, 머리와 몸이 일직선이 안된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미장원에서 머리를 할 때도 헤어디자이너가 연신 내 머리자세를 바로잡으려 한다. 그래도 사는데 별 불편함이 없어, 무심히 그냥 지나치곤 했었는데, 이젠 몸의 노화시기에 이르렀나 보다. 드디어 몸에서 경고의 삐걱거림이 시작되었다. 눈이 아프기 시작했고, 목 뒤쪽에 엄청난 통증이 엄습해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pain clinic을 찾고야 말았다. 경추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반듯한 자세로 생활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습관을 못 기른 탓에, 내 몸은 이미 불균형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침에 머리를 감을 때도 억지로 무리하게 고개를 숙였었고, 차를 타고 이동 할 때도 늘 습관적으로 오른쪽만을 응시하고, 그러다 보니, 사람을 쳐다볼 때도 TV를 볼 때도 늘 머리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있다. 왼쪽으로 시선을 주기가, 목을 돌리는 일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잠을 잘 때도 반듯하게 누우면 부자연스러워 자꾸만 옆으로 눕게 되어 결국엔 새우처럼 웅크린 자세로 잠들게 된다. 그야말로 우리 인간을 직립으로 만들어주는 척추에 고마움을 표하기는커녕, 오히려 해가 되는 자세만 골라골라 하고 있는 듯.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의식적으로 생활습관을 바꾸려 애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목에 깁스를 하고 있는 양, 절로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어깨도 일부러 더 펴보려 하고, 소파에 드러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 반듯하게 앉으려 하고, 되도록이면 차를 마시거나, 과일을 먹을 때에도 상보단 식탁을 찾게 되고, 정말이지 알고 보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에서 익혀야 했던, 이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몸이 삐걱거리는 신음소리를 듣고서야, 이제서야 나 자신에게 다시 심어 넣으려 하고 있는 것.
옛날엔, 몸으로 해야만 했던 힘든 일들이 무척이나 많았었고, 무거운 짐을 몸소 우리들의 몸만으로 실어날라야 했던 시절이었다 보니, 등이 굽은 노인들, 특히 꼬부랑 할머니들이 참 많았었다. 갓 결혼하고서, 시아버님의 고향을 찾았을 때만해도, 할머니들의 등은 대체로 굽어있었다.
그땐 젊었기에, 나에게는 그런 모습은 절대 없을 거라 확신하며, 큰소리쳤었는데, 어느 듯 벌써 내 몸도 조금씩 휘어져가고 있고, 등뼈의, 목 경추의 통증이 나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듯함에, 입 끝에 씁쓸함이 감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지금이라도 치료를 시작했으니, 내가 걱정하는 꼬부랑 할머니의 비애는 겪지 않을거라 위로하신다. 실로 내 몸을 소중히 다뤄오지 못한 부주의함이 나에게 새삼 부끄러움과 경각심을 느끼게 한다.
어깨를 쫙 펴라! 이 말 속엔 많은 진리가 있으리라.
자세를 반듯하게 함으로써 세상에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직립이 주는 우리 인간들만이 누리는 특권도 있으리라. 지금부터라도, 기본생활습관형성에 충실하여, 사는 날까지, 직립으로 어깨 펴고 살고 싶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어깨 펴고 살자!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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