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서의 두 달여간의 여름방학은 끝이 나고 새 학기가 시작 된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방학을 어떻게 보내고 왔는지 그 동안의 학생들 상황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간다.
영 적응이 느리고 아직 방학인지 개학인지 헷갈리는 생활을 하고 있는 A군은 방학 내내 집안에만 내팽개쳐져(?) 있었다고 한다. 부모의 방임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학기 마무리를 하면서 한 학기 내내 학교생활이 엉망이었던 B군에게는 새로운 학기에 전학을 하던지 특별한 전환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오지 말라는 엄명(?)이 내려졌다.
심각성을 깨달은 B군의 아버지는 나름대로 방안을 강구하신 모양이다. 방학 동안 B군은 아버지의 명에 따라 아르바이트로 죽지 않을 만큼 고생하면서 몸으로 뛰어야 하는 직업군이 얼마나 힘든지 몸소 체험을 해보았단다.
그래서 개학 때 본 B군은 ‘꽃보다 남자’의 금발머리보다 근사했던 장발생활을 청산하여 머리를 빡빡 밀고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학교생활에 임하고 있다.
선생님들도 가끔씩 흐뭇한 농담을 던지신다. ‘아니, 그 B군은 어디 갔나요?’
청소년기의 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시간들이다.
고정된 틀이나 룰로 이들을 제한시키려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얼마든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고 또 새로운 모습들을 창출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목표가 분명한 경우는 어려움도 쉽게 극복해 나간다.
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자.
현재 눈에 보이는 상해 땅에서의 생활만 생각하지 말고,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에서 마땅히 누리며 습득해 나가야 할 것들 그리고 앞으로 세계 속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주자.
이 땅에서 영원히 중국인으로 살아갈 것도 아니고 현재의 생활이 바탕이 될 때 앞으로의 삶에 가져올 수 있는 유익함, 그것이 부모와 교사된 기성세대가 오늘의 이들과 나눠야 할 대화의 내용이고 함께 꿈꿔야 할 것들이다.
매번 눈만 마주치면 ’선생님, 아파요’하면서 고개를 외로 꼬던 C양이 이번 학기 아프단 소리 한번도 안하고 점심 먹고 일찍 교실로 나오고 저녁 먹고도 일찍 교실로 나와서 공부를 하면서 생글생글 웃는 걸 보면 그 동안 몸보단 마음의 안정이 안되었던 것이 더 문제였던 모양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표현하는 이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한 사람의 인격체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를 질적으로 결정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주변인들의 관심과 대화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자식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하는 부모의 경우도 대화의 수위를 변화시키기가 쉬운 일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는 없는 영원한 숙제이므로 그 채널을 다양화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책으로 대화를 시도해 본다든지 중국 혹은 한국과 관련된 신문이나 뉴스내용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해 본다든지 하는 것은 자연스런 접근이 될 것이다.
함께 있는 자녀라면 직접대화로 혹은 유학 등의 모습으로 떨어져 있는 자녀라면 메일이나 전화 등으로 오늘이라도 당장 한번 실천해 보자.
때로는 고전적인 모습으로 편지도 상당한 매력적인 접근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승숙 (JK아카데미 상해본부장/ www.jkacadem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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