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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가 살아야 양용은, 최경주도 산다"

[2009-12-14, 09:13:24] 상하이저널
타이거 우즈의 불륜에 대해 동료 선수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우즈의 섹스 스캔들이 갈수록 확대 재생산되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지금까지 코멘트를 내 논 선수는 두명 뿐이다.

처음으로 입을 연 선수는 스웨덴의 예스페르 파르네비크. 우즈의 아내 엘린을 소개해 준 장본인이다.

"괜히 중매를 섰다. 엘린이 3번 아이언이 아닌 드라이버로 두들겨 패줬야 했다"며 우즈의 외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엘린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그의 입에서 당연히 욕설이 튀어나올만도 했다.
다음은 '골프의 전설' 잭 니클러스다. 스캔들은 곧 잠잠해져 팬들은 우즈를 용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머지 선수들은 입을 꽉 다물고 있다. '황제'가 필드에서 사라지면 누군가는 그의 뒤를 잇게 돼 좋아할 텐데 왜 침묵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포스트 우즈'의 후폭풍이 무섭기 때문일 것이다. PGA의 내년 시즌은 불투명해지고 이에 따라 자신들의 앞날도 가늠할 수 없게 된다. 타이거가 빠진 PGA가 지금의 LPGA 짝이 나지 않을까 두려운 것이다.

알려진대로 LPGA는 내년 시즌 반토막 난다. 기업 스폰서가 크게 줄어들어 24개 대회의 초라한 일정이 잡혀져 있다. 1950년대에 비하면 절반 규모다. 불경기 탓이 가장 크지만 수퍼스타의 부재가 몰락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PGA만큼은 불황과는 거리가 멀다. 스폰서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았다. 왜 그럴까. '타이거 효과' 때문이다.

작년 여름 무릎부상에서 돌아온 우즈는 올 시즌 6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불륜의 진원지인 호주에선 국빈 대우를 받았다.

골프의 세계화도 타이거의 몫이었다. 2016년 올림픽에서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도 우즈의 지지 발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 우즈가 PGA에서 사라진다면? LPGA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해 선수들이 불안해 하는 것이다. TV 시청률은 뚝, 그러니 기업 스폰서도 발을 뺄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래서 LPGA 짝이 난다는 것이다.

PGA의 하위 랭커 선수들이 밥먹고 살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우즈 덕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타이거에 환호하다 보니 상금이 크게 늘어나 무명선수들에까지 그 돈줄이 풀린 것이다. 양용은이 뜨게 된 것도 PGA 챔피언십에서 '황제'를 극적으로 눌러 이겼기 때문이다.

우즈가 사라진 대회를 팬들은 아마 '도토리 키재기' 토너먼트로 부를지도 모른다. 타이거의 포효를 더 이상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PGA에 TV 채널을 맞출 팬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이처럼 우즈의 불륜은 그의 가정 뿐만 아니라 PGA에도 위기를 몰고 왔다.

잭 니클러스가 우즈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PGA의 앞날이 걱정됐기 때문일 것이다. 니클러스는 자신의 기록(메이저대회 18차례 우승)을 우즈가 깨줘야 PGA가 더욱 성장하고 업그레이드 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니클러스라고 우즈를 한대 쥐어 박고 싶은 심정이 들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우즈가 없는 PGA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 뻔해 우즈를 용서해 달라고 읍소를 했을 것이다.

우즈는 11일(현지시간) 벙커에 빠진 자신의 결혼생활을 구해내기 위해 가족과 함께 '무기한 휴가'를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더 좋은 남편, 더 좋은 아빠,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이 되기 위해 골프를 접겠다는 것이다.

당분간이면 몰라도 '무기한'이면 PGA에겐 치명타다. 그래서 일부에선 해법까지 제시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가 자신의 과오를 낱낱히 밝히고는 무릎 꿇고 처절하게 빌라는 것이다. 그래야 니클러스의 말처럼 팬들이 용서를 할 것이란 얘기다.

우즈가 앞으로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PGA의 앞날이 좌우된다. PGA 선수들의 생계도 달려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박현일 기자, uko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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