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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칼럼] ‘상하이의 숨은 미술 찾기’- 얼음 속에 핀 꽃

[2010-02-06, 11:17:57] 상하이저널
  
 
무엇을 기다렸는지 알 수 없다. 단지 거기엔 그녀가 있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차가운 겨울날들이었고, 마음은 무엇엔가 굶주려 있었다.

그런 날들의 끝에, 갑자기 봄이 온 듯, 따뜻한 손톱 바람이 외투 섬유 사이로 스며들어 속살을 간질이던 날이었다.

장소는 푸싱루와 화산루가 만나는 곳, 정갈한 주택들만 이어질 것 같은 거리에 갑자기 요가 스튜디오와 가구점, 인테리어 소품들을 판매하는 상점과 카페의 간판들이 즐비한 1930년대 건물이 나타난다.

한 윈도우엔 커다란 사진 한 장도 걸려 있다. 개관 일주년 기념으로 누군가의 솔로 사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갤러리이다.

갤러리는 뉴욕 출신 큐레이터에 의해 2009년 열린 공간인데, 들어가 보니, 솔로전을 하고 있는 사람은 중국의 대표적인 사진 작가 왕샤오후이(王小慧)다.

내가 상하이의 미술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던 2002년, 나를 만난 중국의 화가들이 언급하던 그녀이다.

막 그녀가 책을 낸 참이기도 했을 것이다. 15년간의 독일 생활을 정리한 ‘나의 비쥬얼 다이어리–독일에서의 15년’이 그것인데, 거기엔 그녀의 젊은 시절의 화려했던 전성기와 죽음을 견디며 살아난 고통과 회복의 기적 같은 날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 중국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1957년생인 그녀는, 대학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을 하고 1986년에 함께 독일로 유학을 떠난다.

그리고 한 파티에서 배우인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단순히 친구로 그를 생각했던 그녀와는 달리 그는 그녀에게 심각하게 사랑을 걸었고, 그녀가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던 1987년에 슬픔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했다.

그 일에 충격을 받은 왕샤오후이는 한동안 죄책감과 어둠에 시달렸는데, 이후 몇 년에 걸쳐 ‘타버린 푸른 초’라는 극본을 그를 위해 썼다.

1991년엔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났는데, 사진 컬럼을 위해 남편과 함께 프라하로 달리던 그녀가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고에서는, 그녀만이 살아 남았다.

무의식에서 깨어나 정신이 들었을 때, 그녀는 사진기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회복되기까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당시 기고하던 사진 컬럼 대신, 죽음에서 살아난 자신의 자서전이 될 작품을 그녀는 그렇게 죽음과 삶을 오가는 동안 꽃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중국으로 돌아와 활동을 하고 있는 왕샤오훼이의 작품의 주된 소재는 꽃이다.

커다란 화면에 거대하게 확대되어 공간을 압도하는 그녀의 꽃들은 생명의 근원을 꽃 잎 안에 감춘 채 비밀스럽게 봉오리져 있기도 하고, 온통 마음을 흐트려 버릴 듯 여러겹의 움직임으로 흔들리기도 하고, 어름 속에서 차갑게 굳어져 있기도 하고, 접근하는 이에게 꽃가루 세례라도 뿌릴 듯 속을 드러낸 채 만개해 있기도 하다.

꽃에서 성과 생명을 보는 건 꽃사진 작품에서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꽃에서 드러나는 성감과 생명감이 예사롭지 않은 건 사랑과 죽음을 통해 살아남은 작가의 삶이 예사롭지 않아서일 것이다.

왕쌰오웨이의 에로틱 플라워전은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장소: Elisabeth de Brabant-博雅珊艺术中心(复兴中路299号 近华山路)
▷나라나 아트(www.narana.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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