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인 면에서 어린 아이와 어른의 차이점 중 하나는 어린 아이에겐 자신을 이끌어주고 보호하며 평가하는 부모가 있는 반면 어른은 어린 시절 자신을 대했던 부모의 태도를 이어받아 부모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태도는 모든 인간관계와 삶에 영향을 미친다. 열등감, 중독, 원만한 인간관계를 방해하는 성격과 늘 문제를 반복하는 습관 등을 잘 극복하여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우선 문제의 뿌리가 자신에게 ‘배어있는’ 부모의 모습과 어린 시절의 감정에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상하이에 온 얼마 후의 일이다. 조기교육에 부정적이었던 내 덕에 알파벳만 겨우 익힌 딸은 국제학교 2학년을 다니게 되었는데 단어시험과 작문과제는 그야말로 고통이었다.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 나는 어느 날 사소한 문제로 아이를 나무라다가 화를 조절하지 못해 그만 때리게까지 되었는데 딸이 울면서 “엄마, 잘못했다고 하는데 왜 계속 때리세요?”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떤 설명도 없이 화를 내던 엄마와 힘없이 매를 견디던 나, 오랜 시간 분노와 슬픔에 잠겨야 했던 내 모습과 딸이 겹쳐 보이면서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명랑한 성격 뒤에 숨겨진 내면의 불안과 슬픔, 때로 억제할 수 없이 차오르던 분노의 이유에 대해 눈을 뜨게 된 순간이었다. 그 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스스로 나에게 성숙한 부모 노릇을 해주는 방법을 배우면서 나 자신과 화해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세상과 보다 조화롭게 사는 길을 찾게 되었다.
그 누구도 완전할 수 없고 세상의 어떤 부모도 완전한 인격자가 아니다! 우리에게 생명과 다할 수 없는 사랑을 주었지만 또한 슬픔과 분노, 열등감, 왜곡된 자아상을 심어준 사람이 부모요, 가족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부모 또한 불완전한 부모 밑에서 양육되었고 그렇게 ‘몸에 밴’대로 우리를 키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진정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과 불행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면 먼저 우리 부모가 받았던 상처와 내면의 문제들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 역시 늘 딸을 홀대하는 아버지와 새어머니 밑에서 분노를 조절하는 태도를 배울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깊은 열등감에 빠져있던 엄마의 어린 시절을 이해하면서 엄마를 용서하게 되었고 비록 상처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로 인한 감정의 영향에 매이지 않고 살아간다.
그 일이 있은 후 2년 정도 지나서야 나는 딸에게 용서를 구했었다. 딸은 처음에 기억도 못하는 것 같더니 조금씩 감정을 털어놓기 시작했는데 나에게 갖고 있던 거리감,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는 좀더 긴 시간이 걸렸다. 그냥 지나쳐 버렸다면 그 사건은 딸의 마음에 어떤 그늘을 드리웠을까? 내가 그렇게 계속 ‘어린 시절’에 갇힌 엄마로 살아간다면 딸은 또 어떤 모습의 엄마가 될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하다. 내가 내 안의 싸움에 지쳐있을 때 이 책은 그 싸움의 원인과 길을 제시해준 은인이었다. 이 책과 함께 ‘부모를 용서하기, 나를 용서하기’, ‘새로운 나를 여는 열쇠’ 이 두 권을 진정한 자신을 찾아 행복해지기 원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구름에 실린 달팽이(geon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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