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운남성 여행을 추진한 10박 11일중, 드디어 운남성 최고의 여행목표지인 호도협에 도착했다. 사실10박11일의 운남성 여행의 국민코스라고 할 수 있는 쿤밍-따리-리장 보다 제일 먼저 가고 싶었던 곳이 바로 호도협이었다. 호도협이 나에게 있어 최고의 여행목표지로 선정된 건 정말 단순했다. 바로 남들이 가기 힘든 곳, 정말 힘들지만 그 힘든 맛(?)을 즐길 수 있는 곳.
먼저 호도협을 가려면 리장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 정도 가야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버스는 28인승 그렇게 크지 않은 승합버스라 호도협에 가려는 다른 외국인들과 그리고 중국인들, 소수민족 할머니들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앉아(?)야만 갈 수 있다. 그렇게 버스는 굽이굽이 산등성이를 돌아 호도협에 도착했다. 하지만 내린 곳은 그저 식당이 몇 개 있을 뿐이고 버스터미널 조차 없었다. 그저 걷고 또 걷고, 바로 호도협 트레킹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사실 정말 무식하게도 나는 이렇게 트레킹이 힘든 줄 모르고 짐을 바리바리 다 싸와서 정말 더 힘들었었다.
호도협에는 총 5개의 여행자들이 산에서 쉴 수 있는 객잔이 있는데, 바로 나시객잔-차마객잔-중도객잔-중협객잔-다쥐객잔으로 이루어져 있다. 트레킹 도중 만난 북경에서 연수하고 계시는 한국인 아저씨와 쿤밍에 살고 있는 중국 누나와 함께 먼저 배고픈 배도 채울 겸 첫번째 객잔인 나시객잔으로 향했다. 정말 트레킹이 힘들었는지, 그 간단한 계란볶음밥과, 계란탕이 어떠한 값비싼 음식보다 더 맛있었다. 그
렇게 맛있는 밥도 먹고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하룻밤 묵고갈 차마객잔까지 아직 4시간 트레킹을 해야만 하는데 아뿔사!
호도협의 최대 난코스라고 할 수 있는 28밴드가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28밴드란 말하자면 굽이굽이 28개의 고개가 있는 건데, 정말 이건 말로 형언할 수 없이 고되고 힘들었다. 그래서 이 곳에 올라갈 때는 말 한다미도 없이 그저 걷고 또 걸었다. 이 힘든 구간을 거치고 드디어 리장의 옥룡설산이 내다보이는 산정상에 도착했다.
성취감, 산이 좋으셔서 매주 산에 가시는 아버지가 산에 오르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 때문이었을까, 정말 힘들었지만 산정상 눈이 살포시 덥혀있는 아름다운 옥룡설산을 보고 그 동안 고되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순식간에 다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아직 트레킹이 끝난 건 아니었다. 아직 3시간 정도를 가야 하룻밤 묵고 갈 숙소에 도착할 수 있다.
트레킹을 다시 시작한 도중 이번에는 산 아래도 내려다 보이는 협곡이 눈에 띄었다. 사실 호도협(虎跳峡)이란 이름이 붙은 건 이 협곡과 관계가 있는데 호랑이가 뛰어 넘을 수 있을 정도로 좁아서 호도협이라고 부른단다. 이렇게 또 한번 멋진 절경을 보고 난 후 얼마 안가 하룻밤 자게 될 차마객잔에 도착했다!!! 산에서 하룻밤을 자게 된다니 정말 꿈만 같았다. 저녁 무렵 우리를 밝게 비춰주는 건 등이 아니라 밤하늘의 달과 수많은 별들이었다.
그렇게 하룻밤을 객잔에서 자고 나서 다시 왔던 길로 내려오던 길, 어젠 그렇게 힘들었던 트레킹 코스가 하산할땐 왜 이렇게 모임 가볍고 한편으론 왜 그렇게 아쉽던지…. 비록 고되고 힘든 트레킹 이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이곳 호도협을 오고 싶다.
▷서우경(seogun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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