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난 친구로부터 짧은 문자를 받았다. 친구의 죽음을 알리는….
내가 그 친구를 처음 본것은 지난해 늦여름 이었다. 인터넷 고등학교 동창 카페가 있는데 난 몇몇 친구들과 연락만 할뿐 그저 눈팅만 하는 정도였다. 어느 날 그곳에 들러 사진을 보고 있는데 숙(가명)이가 있었다.늘상 보던 친구들과 함께 공원에서 즐겁게 웃고 있는 숙이는 통통한 볼에 보조개가 귀여운 옛모습 그대로였다.이상했던 것은 더운데 왜 저런 모자를 쓰고 있을까 했을 뿐 그저 반가운 마음에 보고 또 보고를 여러 번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올해 1월 느닷없이 카페에 숙이를 위한 성금모금이란 글이 올랐다. 그 동안 암으로 투병 중이었고 다시 재발해 재수술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놀란 가슴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병이 위중하다고 한다. 그 동안의 친구의 세월을 알 수는 없지만 그 아이의 아픔이 잠시 내게 강하게 와 닿았다.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30년 이란 세월을 소식조차 없이 지냈지만 우리는 눈부시도록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친구다. 그때 내 뒷자리에 앉아 늘 토닥거리기도 하고 장난도치고 하던 친구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된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고운모습으로 한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오직 그들과 함께한 그 길뿐이 모르는 친구에게 아이를 잃는 슬픔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애가 탔으면 고스란히 아픔을 가슴에 담아 병이 되었을까. 아내의 힘겨운 모습이 안쓰러워 친구의 남편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친구들이 많은 곳으로 이사를 하고 아내를 위해 많이 웃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게 배려를 한 것이다. 남편의 깊은 사랑으로 친구들과 늘 가까이 지낼 수 있었고 그래서 숙이의 얼굴에는 그렇게 웃음이 있을 수 있었구나.
하지만 지난 4월 모두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숙이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게 되었다.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며 겸허히 받아드리겠다는 친구의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매일매일 친구들이 찾아가 기도하고 나누며 마지막 시간들을 함께했고 5월 싱그러운 봄날 남편의 지극한 사랑의 보살핌을 뒤로하고 친구는 떠났다.
숙이의 마지막을 보고 온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비록 온 몸이 말할 수 없이 쇠약해졌지만 모습이 너무나 평온했다고, 그리고 뒤이어 숙이의 남편의 말을 전해 듣는 순간 표현할 수 없는 감정으로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죽는 순간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와 기도해준 친구들과 사랑하는 가족들 품에서 갈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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