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근로자 임금 수준을 높이고 있다. 대만 팍스콘의 근로자 투신 자살과 일본 혼다자동차의 공장 가동 중단으로 열악한 근로 조건이 부각되면서, 파업 억제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임금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의 임금과 노동 과부하 등 악조건을 감당해 온 중국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인상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근로자들의 생활수준을 높여 내수를 확대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KFC·TPV 등 근로자 임금 인상에 합의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업체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은 지난 8일 랴오닝성 노조가 요구한 근로자 임금 인상안에 합의했다. 모기업인 염브랜즈(Yum!Brands) 선양지사는 현행 월 700위안 정도에 불과한 근로자 임금을 900위안(미화 131.7달러)으로 올리고, 연간 임금인상률도 5%로 유지키로 했다.
중국 내 5개 도시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만의 TPV테코놀로지도 정보기술(IT)업계의 임금 인상 흐름에 동참할 전망. TPV는 지난 1월 임금을 한 차례 인상했지만 다음 달 정도에 추가적으로 임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임금 인상 행렬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업을 겪은 일부 업체가 임금을 올리자 협력업체 직원들도 파업에 들어가는 등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 혼다자동차 부품공장 파업이 임금 인상으로 귀결된 것을 지켜본 협력업체 광둥성 포샨펑푸자동차부품 근로자 250여 명은 8일 파업에 돌입했다.
◇ 중국 정부, 내수 진작 위해 임금인상 압력
중국 정부는 이같은 임금 인상을 흐뭇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지난 몇년 새 해외기업들의 중국 투자가 증가하면서 중국 정부는 근로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 노력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 정부는 이를 통해 빈부격차를 축소하고, 식품 및 집값 급등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부 지방정부는 최저임금수준을 높임으로써 이를 장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중국의 한 지방정부는 최소임금수준을 20%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마준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최저임금 수준을 10~20% 인상할 것이다"며 "근로비용 상승은 정치적인 급선무"라고 말했다.
◇ 내수부양이냐, 인플레이션이냐
비현실적인 임금 수준이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내수가 확대되면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내수 중심의 경제성장도 어느 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실제로 이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전문가들 역시 중국의 수출의존도 저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임금 인상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 지난 열흘새 세 차례나 임금을 인상한 팍스콘은 이미 고객사들과 제품가격 인상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팍스콘 측은 고객들이 현 상황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어느 정도 수긍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결국 물가 상승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출이 늘어나 내수는 확대되지만, 수요가 늘면서 공급가격이 늘어나는 건 동전의 양면이다. 애플과 소니, 노키아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팍스콘을 비롯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가격 상승은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사제공: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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