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功夫在詩外’라는 말이 있다. 직역을 하면 ‘공부(功夫)는 시(詩) 밖에 있다’라는 뜻인데, 송나라 시인 육유(陸游)가 자녀에게 시를 가르치면서 한 말이다. 육유가 처음 시를 쓸 때는 시의 운율, 기교, 형식 등 시의 틀 그 자체를 중요 시 했다. 틀 안에서 시를 썼고 그 틀 안이 시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년의 나이에 이르렀을 때 이러한 ‘틀’은 시의 본질이 아님을 깨달았다. 공부(功夫)는 본질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즉 본질은 그 안에 있지 않고 외부에 있다는 것이다. 시의 본질은 내용이며 시의 형식은 그 내용을 담는 ‘틀’이다. 그래서 시의 본질은 시 밖에 있다라고 고백한 것이다.
중국에서 부동산은 동네북이 되었다. 문제아로 취급 받으며 모두들 부동산이 경제문제의 원흉이라고 한다. 과연 부동산이 문제인가? ‘功夫在詩外’처럼 부동산 문제도 부동산 안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밖에 있는 건 아닐까?
화폐전쟁이라는 책을 읽어 보셨을 것이다. 모든 경제 문제의 근원엔 화폐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동성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부동산 문제의 본질 역시 유동성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문제의 본질’로 말미암아 부동산 문제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2003년 말 중국 통화량 (M2) 총액은 19조 인민폐였는데 2009년 말에는 60조 인민폐로 증가했다. 매년 약 20% 이상 증가한 샘이다. 그런데 국내 소비는 그만큼 증가하지 않았는데 매년 약 16% 정도 증가에 그쳤다. 그럼 소비가 안되고 남은 돈은 어디로 갔는가?
돈은 돈벌이가 되는 곳으로 몰리게 마련이다. 또한 돈은 공평히 분배가 되지 않는다. 돈의 쏠림 현상과 빈부차이가 발생한다. 중국 부동산은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다. 토지의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기 때문이다. 또한 주식에 비해 ‘실물자산’이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화폐의 과대 발행, 분배의 불균형, 마땅한 투자처가 없고 산업구조가 불균형한 상황에서 남는 돈들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부동산의 외부 환경이다. 즉 부동산문제의 본질이다.
지금까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모두 부동산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예를 들면 대출한도 규제, 대출금리 인상, 세금 부과, 구매 억제, 소형평수 의무건축, 개발상의 자본금 비율 확대, 토지의 공급 제한 등이다. 부동산 외부 문제에 대한 정책은 별로 없다. 이러한 정책으로는 ‘부동산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 유동성이 계속 확대되고 시장의 수요 공급의 불균형이 지속되는 한 부동산은 계속 오를 것이다.
또한 부동산으로 들어간 유동성 덕분에 개발상들의 자금 사정은 아직까지는 풍족하다. 최근 5년간 개발상들의 자금 비축액 상황을 분석해 보면 2006년 말과 2008년 말 그리고 2009년 상반기에는 일시적인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그 외는 꾸준히 증가했다. 금년 4월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9천억 인민폐가 넘었다. 비록 정부의 신 정책 영향으로 금년 5월에 약 585억 인민폐가 감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개발상들의 주머니는 두둑하다.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정책으로는 부동산 상승세를 잡을 수 없다. 일시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어서 상승세를 진정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미봉책일 뿐이며 충격이 지나가면 더 크게 상승을 하여 내성과 학습효과라는 부작용을 유발한다. 한국 부동산을 보면 쉽게 짐작이 간다.
문제의 안에 있으면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외부에 대한 정부 정책과 지표들을 주의 깊게 보시기 바란다. 또한 부동산을 안정시키려면 유동성 긴축과 함께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데 현재 중국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은 주로 서민주택에 집중 되어 있다. 서민주택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없다. ‘상품주택’의 공급이 늘어야 가격이 안정된다.
부동산이 불쌍하다. 인류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었는데 거품경제의 원흉으로 지탄받는다. 거품은 부동산 안에 있는 것이 아니고 외부에 있다.
과연 부동산이 문제인가?
[필자 : 한상윤 대표이사 / 노이부동산 노이컨설팅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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