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능력을 그들과 나눠요”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사회공헌소식을 종종 접한다. 또 자원봉사나 기부를 통해 중국소외계층을 돕는 한인들의 선행에 흐뭇함을 느끼기도 한다. 흔히들 자원봉사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인류애와 희생정신을 가진 뭔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대단한 무엇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하지만 서구선진국은 국민의 절반정도가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을 정도로 그들에게 자원봉사는 생활의 일부이고, 몸에 밴 습관 같은 것이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이들 영어권 외국인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펼치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 현지 민공학교를 대상으로 영어자원봉사를 하는 노승철 씨(38), 그는 스테핑스톤스(Stepping Stones China 铺路石助学中心)의 250명 자원봉사자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는 훌륭한 수업능력보다 책임감이 더 중요하다. 불쌍한 아이들 돕는다고 생각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노승철씨는 자원봉사자의 책임의식을 강조하며 “자원봉사자만큼 편견이 심한 사람도 없다”라며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자기가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라며 이러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불쌍한 아이들을 그룹으로 보는 것이 아닌 그들 개개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안되며, 우등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1년 정도 민공학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지금은 자원봉사자 교육, 교재개발 등 사무실에서 상근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특별한 사람만이 할 것 같은 자원봉사, 그는 어떻게 시작했을까. 그는 서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더욱 궁금했다.
“영국유학시절 상하이사람인 아내를 만나 작년에 상하이로 건너왔다. 하지만 중국은 만만치 않았다. 수십여 곳에 이력서를 내밀었지만 연락이 없었다. 마땅한 일을 구하지 못해 좌절도 컸다. 그러던 중 유일하게 연락이 온 곳이 바로 여기였다”라며 스테핑스톤스에 대해 설명한다.
스테핑스톤스는 ‘콜린 훠(Corinne Hua)’라는 영국 여성분이 3년 전 시작했다. 캠브리지를 졸업한 그녀 역시 중국인 남편을 만나 중국에서 생활한지 올해로 17년째, 3명으로 시작한 이 단체는 250여명으로 18개 학교에서 영어수업 봉사를 하고 있다. 점차 체계가 잡히면서 교재개발팀이 운영되고, 자원봉사자들에게 책임감을 주기 위한 교사훈련, 아이들 지도방법 등을 서로 공유하는 오리엔테이션과 워크샵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 자원봉사 외에 노승철씨는 현재 화동사대 MBA에서 한 학기에 두번 시간강사를 하고, 저녁시간에는 학원에서 토플강의를 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외국인 합창단인 ‘상하이 보이시스’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공연무대에 서기도 한다. 오는 17일 엑스포 무대 준비를 위해 베토벤 합창교향곡을 열심히 연습 중이라고 한다.
이렇듯 바쁘게 일상을 보내는 그는 “자원봉사를 통해 오히려 자신이 더 도움을 받고 있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도덕적인 의무감보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시작하게 됐는데, 내가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보다 아이들 앞에 섰을 때 좋은 기운이 나에게 전해오고 있다는 걸 느낀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면 ‘나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보탬이 되는 누군가와 나누는 그들의 삶이 참으로 눈부시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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