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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2010-08-08, 05:00:25] 상하이저널
어릴적 아버지의 남다른 교육 덕분에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나를 주변에서는 ‘새가슴’이라고 부른다. 도리에 맞는 것 같아 한마디 했는데, 내 말이 들은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지고, 심하면 잠까지 설치는 모습이 안스러워 보여 그렇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늘 본인이 조금 손해 보면 주변의 모든 사람이 편하다는 신조를 갖고 사셨다. 그런 생활 방식을 늘 당신의 자식들에게 말씀하셨기 때문인지, 아니면 타고난 천성탓인지 아직까지는 아버지 말씀이 옳다 생각하며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나의 생활신조가 흔들리는 일이 자꾸 생기고 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일을 할 때 내가 너무 까다롭게 굴면 서로 불편해 질까봐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가급적이면 큰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 내 모습이 대충하고 넘어가도 별 탈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인지 오히려 나를 힘들게 한다. 자꾸 전화해서 싫은 소리를 하고, 괜히 큰소리를 내서 서로 기분 상하는게 싫어 독촉을 하지 않으면, 처리되는 일이 없으니 답답해진다.

집을 수리하기 위해 3개월간 다른 집을 임대해 살면서, 에어컨이 시원찮아도 “3개월인데 뭘”하며 참고, 방이며 거실에 등이 말썽을 부려도 3개월 살면서 집주인한테 자꾸 연락하기가 뭐해서 내가 수리를 하고 말았더니, 집을 비워주고 열흘이 지나도록 한달 방값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차일피일 미루며 안주는 처사가 너무 얄미워, 부동산 직원을 닥달하니 본인 탓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 나를 기막히고 슬프게 한다. 내가 외국인이라는걸 아는 순간부터 바가지 씌우려고 눈을 반짝이는 시장의 상인이나 무료 설치가 분명한 커텐 설치에도 이것저것 명목을 만들어 비용을 청구하는 설치 기사가 나를 답답하게 만들고, 이사 전 미리 계획을 세워 일주일 전에 정수기 이전 설치를 해달라고 전화를 해 놨는데, 당일이 되어 못오겠다고 하는 정수기 회사 직원이 나를 화나게 하고, 오늘은 안된다고 했던것을 내가 소리를 치며 화를 냈더니, 그제서야 달려와 옮겨주는 일이 나를 더 기막히게 한다. 중국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고 했던가? 옷장을 제작하기위해 시스템 옷장 회사를 찾아 상담을 하면서 내가 말하는 디자인을 모두 해줄 수 있을것 처럼 말해놓고, 실측 후 반환되지 않는 디자인비용을 지불한 후, 정작 계약 단계에서 미안하지만 그 재료는 없다고 말을 하는 옷장 회사 담당자가 나를 놀라게 하고, 내가 화를 내며 따지고드니 그제서야 수소문을 해서 없다던 재료를 구해오는 그 사람들이 나를 또 슬프게 한다.

무엇보다 가장 슬픈건 나의 생활방식이 통째로 바뀌어버리는 일이다. 오늘도 난 미소를 지으며 예쁜 목소리로 부탁을 하는대신 찡그린 얼굴의 화난 목소리로 짜증을 내며 말을 해야 하나보다. 이렇게 해야 이번에 벌려놓은 집수리 건이 마무리 되는가 싶어서 말이다. 난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큰 소리를 내면 가슴 두근거리고 소화 안되는 ‘새가슴’ 내 모습을 찾고 싶다. 짜증내며 큰소리 치는 모습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처럼 불편하고 자꾸 슬퍼지려 하니 말이다.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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