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너는 내가 가까이 가려 다가서면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니 도대체 가까워질 수가 없구나.”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시어머니께서 내게 한 말씀이었다. 지독하니 반대하던 결혼을 하고 보니 작은 것 하나도 내가 미워서 그러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서운한 마음을 가지다 보니 쓸데없는 피해의식에 나를 인정하지 못한 것 같다. 이렇게 다가서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어설픈 내 성격은 어디서나 내게 많은 불편과 오해를 가져다 주곤 한다.
내일 모레면 난 이곳에서 만난 한 친구와 이별을 하게 된다. 이 나이에 만남과 헤어짐에 무슨 유난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은 벌써 오래 전부터 유난을 떨고 있었다.
작년 2월 인가? 거절할 수 없는 한 모임의 첫만남은 어느 음식점 작은 방이었다. 모두가 낯선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며 어디서나 적응이 빠른 아줌마들의 특유의 순발력으로 즐거운 만남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곳에서 난 웃고 있었지만 빨리 벗어 나고 싶었고 눈길을 어디에다가 두어야 할지, 그러면서도 그런 내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마음은 어지러웠다. 그 당시 나는 이런 저런 일들로 많이 지쳐 있었고 외로웠지만 누군가를 만남이 내겐 오히려 두려움이었다. 게다가 소심한 탓에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작은 갈등조차도 털어버리지 못하고 상처받고 경계하는 내가 앞으로 매주 한번의 만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 친구는 그곳에 있었고 그리고 나와 같은 단지에 살고 있었다. 나보다 나이는 두 살이 작지만 말할 수 없는 넉넉한 가슴과 사랑이 가득한 모습으로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난 나 자신조차도 믿기지 않을 만큼 마음을 열었고 어떤 계산과 조건도 없이 내민 손을 잡았고 우리는 마치 여고시절의 소녀들처럼 웃고 수다 떨고 때론 함께 마음 아파 울기도 하며 중년에 도무지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친구가 되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것도, 또 사랑 받는 것도 알아가며 만남의 기쁨과 소중함을 깨달으며 나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었다.
언젠가 난 이런 말을 했다.
“넌 신께서 나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내게 보내준 천사야.”
갈등과 아픔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겠냐 만은 친구는 그것조차도 함께 나눌 줄 아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그런 친구가 이제 가족과 함께 다른 곳으로 떠난다 한다. 난 아직 받은 것의 반도 못 채워줬는데….
친구는 나에게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었고 이제 헤어지는 것도 두려움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라는걸 알려 주고 있다. 아직은 전화벨 소리와 동시에 “뭐해?”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난 자꾸 눈물이 난다. 하지만 헤어짐 뒤에는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안다.
친구야! 나는 기대한다. 우리가 서로 다른 곳에서 이런 정직한 삶 속의 만남들이 훗날 더 성숙된 모습으로 만나기를….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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