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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또 잊으셨나요?

[2010-09-12, 00:00:48] 상하이저널
저녁 식사 도중 전화를 받은 남편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며 곤란한 시선으로 날 쳐다본다. 전화를 끊고 “오늘 제사라는데…”라는 말에 아차 싶어진다. 집안의 제사며 부모님 생신등의 행사가 겨울에 끝나고 나면 한참 동안 없다가 여름에 다시 시작이라 그 시작점을 놓친것이 제 때 전화 한통 걸지 못 한 무심함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한국과 떨어져 산다고 하면 집안의 경조사에서 조금 빗겨나 무척 편할거라고 얘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제사를 직접 모시는 장남이 아닌 차남이고 오랜 시간 외국에 있다보니, 한국에서 혼자서 큰일을 치루는 형님께 늘 죄송한 마음으로 지내기는 하지만 집안 행사나 명절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끼지는 않는것이 사실이다. 날짜를 완전히 잊은것은 아닌데, 수첩에 표시를 해두고도 확인을 하지 못해 실수를 하고 말았으니 입이 열 개 라도 할 말이 없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도 없으니, 형님께 전화를 걸어 “잘 못했어요. 혼내 주세요.” 하면서 12학년 아들 핑계를 댈 수 밖에 없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나는 형님께 얼마나 얄미운 동서인지, 그래도 괜찮다고 신경쓰지 말라고 하시며 오히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아들 녀석 걱정을 해주시니 한시름 놓이면서도 더욱 죄송한 마음이 생긴다.

몇 해전에는 추석 3일 후인 아버님 생신에 전화드리는것을 잊어 그 다음날 아침 아버님의 서운한 목소리를 들어야 했었다. 아버님께서 집안의 가장 큰 어른 생신을 잊을 정도면 네가 얼마나 집안 행사를 소홀히 생각하는것이냐며 나무라셨는데, 혹시라도 나의 실수로 형님이 서운해 하실까 싶어 미리 단도리를 하신것이었다. 그 이후로 조심한다고 하면서도 또 자꾸 실수를 한다. 시골 어머님들처럼 큰 달력을 벽에 걸어놓고 살아야 하나?

큰 집이라 집안 대소사가 많은 친정과 시댁에는 가장 눈에 잘띄는 벽에 숫자가 커다랗게 쓰여있는 달력이 걸려있고 그 것에 집안 행사가 일일이 표시되어 있는것이 생각난다. 해가 바뀌어 새로운 달력이 생기면 제일먼저 음력 날짜를 양력으로 바꾸어 달력에 기록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음력으로 몇 일 하면 그 날은 큰고모 생신, 그 날은 시골 작은댁 제사 돌아가신 할머니 생신 까지 기억해내는 칠순되신 엄마의 기억력이 놀랍기만하다. 그게 다 맏며느리로서의 책임감이고 정성이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는가보다. 아무리 변명을 해도 나는 책임감 부족에 정성없는 며느리가 되고 마는구나.

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와도 휴일이 맞지 않아 신경이 쓰이는데, 남편이 한국에 가서 처리할 일도 있고, 양쪽집 부모님을 뵙고 명절까지 쇠고 온다고 하니 다행이다. 명절 이나 집안 행사의 참 의미가 떨어져 지내던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는것에 있으니 타국에 있는 막내아들이 찾아뵈면 부모님들의 서운함이 조금은 해소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몸이 멀리 떨어져 있는것이지 늘 부모님들을 생각하는 자식들이란걸, 하지만 때론 실수로 연락 못드리는 자식들이란 걸 알고 계신다면 좋겠다.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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