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3 남학생과 둘이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며 그 학생의 고민에 대해 들으면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학생이 고민하는 것의 요지는 ‘돈을 벌어야겠고,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지금 이런 공부가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당장 한국에 가서 아빠가 일하시는 동대문에서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하면서 물건 사입하는 것도 배우고 동대문시장의 생리를 빨리 파악해서 돈을 버는 것이 오히려 시간을 더 절약하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왜 어른들하고 얘기하면 기본적으로 중⋅고등학교는 꼭 나와야 한다고 얘기하고 내 얘기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지 정말 답답하다.’
기본적인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얘기를 하고, 교육의 목적이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 줄 수 있다는 등의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차근차근 이 학생이 알아듣도록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결국은 두꺼운 벽에 계란을 던지는 듯한 느낌만 받게 되었다. 이 학생의 가족적인 배경이나 현재 처해져 있는 환경 등을 생각하면 나라도 이 시대가 요구하는 건강한 시민상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가르쳐 줘야겠다는 불타는 사명감(?)과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결국 대화는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이끌어지지 않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줘야 했다. ‘밀림에서 키가 큰 기린의 시야와 개미의 시야는 과연 어떻게 다를까?’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끝낼 수 밖에 없었다.
요즘 TV에서 볼 수 있는 아이돌 가수들 중에서는 어린 나이에 지나친 성공을 부각하는 것들을 종종 보게 된다. 과연 이들의 성공은 몇 분의 몇으로 그 성공률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또한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그들의 다른 이면들을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금은 대학 일년을 마치고 휴학하여 입대한 필자의 아들도 고등학교 졸업 무렵 그런 이야기를 끄집어 낸 적이 있다. 어느 날 저녁 늦게 퇴근한 나에게 진지한 얼굴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더니, “제가 고민을 해 봤는데요.. 구태여 대학진학을 할 필요 없이 한국으로 가서 노래와 춤을 배워 가수가 되어 보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가야 할 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아들에게 질문을 했다. “노래와 춤에 네가 남보다 탁월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자라는 새싹(?)을 짓밟으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TV화면에서 보이는 그 현란한 조명이 잠시간 그 아이를 홀렸던 것이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돈은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그 번 돈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가치롭게 써야 하는건지? 하나님은 우리 인간에게 가족이라는 가장 아름답고 기초적인 관계의 틀을 마련해 주셨다. 그 속에서 부모와 자식은 서로 상호관계를 주고 받아야 한다. 때로 부모는 교사가 되기도 하고 인생의 선배가 되기도 하고 또한 따끔한 훈육자가 되기도 하고 그러한 멘토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여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나는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늘 학부모들에게 강조한다. 아무리 학교에서 많은 교육시간을 가진다 하더라도 부모로부터 시작되어 기초 놓여진 이 ‘밥상머리 교육’은 그 자녀의 한평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지배된다. 어느 날 걸어가는 자녀의 뒷모습에서 당신의 혹은 배우자의 모습을 발견하는 놀라운 경이로움을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 느껴 보았을 것이다.
가족이라는 용어는 근대 이후 많이 쓰게 된 용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식구라는 용어를 많이 썼다. ‘食‘은 밥,‘口’는 입을 뜻하는 것이 되니 곧 밥상공동체이다. 매일의 삶이 주어진 환경에 의해 바쁘게 돌아가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2번 이상은 함께 밥을 먹는 가족의 날을 만들어 보자. 아니 좀 더 그 원뜻에 접근하려면 ‘식구의 날’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 이승숙 (JK아카데미 상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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