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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길 수 없으면 합류하라

[2010-10-17, 00:17:01] 상하이저널
[한우덕 칼럼]
중국, 이길 수 없으면 합류하라
 
BMW와 고급빌라를 파는 중국홈쇼핑

둥팡CJ, 한국 CJ홈쇼핑이 상하이미디어그룹(SMG)과 설립한 홈쇼핑채널이다. 최근 이 채널에서 자동차 BMW를 팔았다. 한 대 40만 위엔(약 7000만원)하는 고급 세단이었다. 잘 팔릴까? 모험이었다. 45분 방영을 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61대를 계약했다. 약 42억 원이 거래된 것이다.

'어, 되네' 이번에는 더 큰 모험을 한다. 상하이 외곽에 짓고 있는 타운하우스(고급 빌라)였다. 300만 위안(약 5억2500만 원)에 달하는 타운하우스를 TV홈쇼핑으로 팔겠다고? 영업 담당 직원들조차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밑져야 본전, 하기로 했다. 타운하우스의 구조, 건설 현장 등을 설명하는 프로가 30분간 이어졌다.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문의 전화에 불이 난 것이다. 48채의 주문이 접수됐고, 이 중 27채가 최종 계약됐다. 30분 홈쇼핑 방영으로 142억 원 정도가 거래된 셈이다. 둥팡CJ의 설립에 참여했고, 지금도 CEO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김흥수 대표이다. 중국 홈쇼핑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상하이 구매력의 폭발이다. 그 동안 축적됐던 부(富)가 최근 수년 사이 시장에서 분출하고 있다. 소비 욕구만 만족시킨다면 팔 물건은 얼마든지 있다.”

전세계 컴퓨터 80%가 ‘Made in Shanghai’

다른 얘기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취재길, 시내 IT 제품 전문매장인 로얏에 들렀다. 델(Dell) 노트북컴퓨터를 가슴에 안고 나오는 웡치우멍(28)에게 “어느 나라에서 만든 컴퓨터냐”고 물었다. “당연히 말레이시아 페낭이지”라는 답이 돌아온다. 델 컴퓨터의 60% 이상이 페낭에서 만들어져 왔기 때문이란다. 컴퓨터 뒷면 라벨을 보자고 했다. 그는 깜짝 놀란다. ‘Made in China’라는 원산지 표시를 발견한 것이다. “페낭이 아니라고?” 실망감이 얼굴에 역력하다.

페낭이 아니라면 어디란 말인가? 답은 상하이다. 시내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쑹장(松江) 개발구. 이곳에 자리잡은 컴퓨터업체 광다(广達)에 들어가니 하적장에 델 컴퓨터가 가득하다. “오늘 오후 동남아로 갈 수출 물량이다.” 배송 담당 리즈량(李志良)의 설명이다. 그 중에 쿠알라룸푸르 로얏 매장으로 가는 컴퓨터도 있을 터, 웡치우멍이 샀던 컴퓨터는 바로 상하이에서 만들어졌던 것이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쿤산•쑤저우•항저우 일대에서 생산되는 컴퓨터는 전 세계 생산량의 80%에 달하다. 전세계 노트북의 중 십중팔구는 ‘Made in Shanghai’인 셈이다.

생산과 시장의 대통합으로 성공 이끌어

두 얘기를 통해 뽑아낸 키워드는 '통합'이다. 우리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목이 갈라지도록 얘기하다. 그러나 거기가 끝은 아니다. 제조업 환경 역시 새롭게 변하고 있다. 중국에서 일관 생산해서 중국 내수시장에 공급하는 체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에서 답을 찾아보도록 하자. 이 회사가 중국에서 승용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게 2003년 초였다. 당시 베이징 순이(順義)공장에서 생산되는 쏘나타 부품 중 중국 내 조달 비율은 40%에 불과했다. 나머지 부품은 한국에서 가져와야 했다. 지금은 거꾸롭니다. 전체 부품 중 91%를 중국에서 공급받고, 나머지 10%를 한국에서 들여온다.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중국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완제품을 중국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통합(統合)’의 흐름을 탔기에 가능했던 얘기이다.

변화의 과정은 이렇다. 기존 중국 산업은 ‘분절(分節)’된 구조였다.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부품은 주로 일본•한국•대만 등에서 수입하고, 중국에서는 조립만 담당했다.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임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산업구조였다. 그러나 중국 부품업체들이 서서히 기술력을 갖추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하다. 중국은 이제 ‘부품도 내 나라 안에서 만들어야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모든 생산공정을 자국 내에서 맡겠다는 ‘풀셋(Full-set•완비된)’ 공업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제조업내 통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중국의 기업(외국투자기업 포함)은 생산제품을 주로 해외시장에 수출했다. 물론 지금도 수출비율이 높다. 그러나 바뀌고 있다. 중국의 내수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내수매출 비율을 높이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국 내수시장에 뿌리고 있는 것이다. 그게 바로 공장과 시장의 통합이다. 현대자동차는 그 흐름의 물결을 탔다. 제조기반이 튼튼하니 시장 진출도 탄력을 받았다. 2003년 5만 대 판매에 그쳤던 중국 판매량은 2009년 57만 대에 달했다. 업계 4위자리. 지금은 국내 판매보다 중국 판매가 많은 실정이다. 노재만 베이징현대법인 사장은 성공 요인을 묻는 질문에 ‘생산과 시장의 대통합이라는 중국 경제의 흐름에 한 발 앞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트북도 마찬가지이다. 상하이 쑹장의 노트북컴퓨터 업체는 주변에서 부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 노트북 클러스터다. 노트북 업체라면 당연시 상하이로 가야 하는 것이다. 상하이에서 생산된 노트북은 수출도 해야겠지만, 더 중요하게는 중국 내수시장을 눈여겨 봐야 하다. 중국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는 나라다. 이미 삼성이 그렇게 하고 있고, 또 도시바가 그 길을 걷고 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츠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면 그 성장에 합류하라’고 했다. 오늘 한국 경제는 중국의 성장에 합류할 것이냐, 아니면 외톨이가 될 것이냐의 분기점에 와있다. 한국과 중국사이에 FTA가 체결된다면 그 흐름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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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기자).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위험한 진실*의 저자. 머리가 별로여서 몸이 매우 바쁜 사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7년 동안 특파원을 지냈음. http://blog.joins.com/woodyhan
woodyhan88@hotmail.com    [한우덕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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