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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술 칼럼]자전거가 금은방으로 간 까닭은?

[2011-02-27, 06:28:01] 상하이저널
남루한 옷차림의 중년 중국인이 국수를 먹으며 경제 신문을 탐독하고 있다.그리고 틈틈이 허리춤에 찬 삐삐를 확인한다. 십여분 후 그 사람은 국수값을 계산하고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쫓기듯 어디론가 사라진다. 신문을 보느라 음식도 제대로 먹지 않은 것 같은데 삐삐를 확인하고 황급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무척 다급해 보였다. 왜 그는 식당에서 다급히 자리를 떴을까? 이유는 잠시 후 알 수 있었다.

나는 한 시간쯤 지나 환전하러 들린 은행에서 그 중년 중국인을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그는 증시 현황판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마음이 급했던 이유는 시시각각 변하는 증시상황으로 인해 밥도 제대로 못 먹었던 것이다. 그는 전업 증권 투자가였던 것이다.
위 내용은 90년대 초반 필자가 상하이를 처음 방문했을 때 실제 눈으로 본 일이다. 당시 중국은 증시 열풍으로 인해 도시 거주자 대다수가 증권에 손을 댈 때였고 두 사람이 모이면 주식이야기가 주류를 이룰 때였다. 이러한 주식광풍은 90년대 말까지 계속됐다. 그리고 21세기로 넘어와 또 하나의 광풍을 맞이하게 된다.


광풍속으로

2000년도 초반부터 부동산 가격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심지어는 아침, 저녁이 가격이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중국인들이 부동산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것었다. 이후 주식 자금까지 부동산으로 밀려 들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을 하기 시작했다. 아파트가 시장에서 야채 사고 팔듯이 거래 되었고 이후 공급이 줄어 들자 수요공급법칙에 의해 가격이 천정 부지로 올라 그야말로 부동산 광풍이 불어 닥쳤다.

20세기에 분주히 국수를 먹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부동산 시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아파트 분양사무실에 자전거를 타고 와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돈다발을 꺼내 놓는 장면도 자주 목격되었다. 2005년 부동산 시장에 보유세라는 것이 나와 부동산투자 열기가 잠시나마 숨 고르기를 할때 이 정열적인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떠난다. 대부분이 주식시장으로 복귀를 선언했고 일부는 부동산규제가 소흘한 중소도시나 해외부동산시장으로 떠났다.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나라여서 그런지 개중에는 광산, 택시, 보이차 등등 다양한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투자하였다. 대표적인 투자처인 부동산과 증권 이외에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이색 투자처를 살펴보면 ‘짱아오’(藏獒-티베탄 마스티트)라는 것이 있다. 일명 ‘사자개’로 불리기도 하는데 중국 부유층들이 부의 상징으로 소유하기를 원하면서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졌다. 이 개의 일반적인 가격은 우리 돈으로 2억원 수준이고 최고가는 가늠하기 힘드나 얼마 전에 대련의 한 부자가 사자개를 27억에 산 것으로 미루어 보면 앞으로 그 이상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다 자란 견(犬)값이 이렇게 비싸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강아지 때 사서 잘 길러 팔면 돈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년 성장하고 있는 묘자리 투자라는 것이 있다. 2007년도 기준으로 허베이(湖北)성 우한의 1㎡ 규모의 묘지 가격이 3만~20만 위엔에 거래되었는데 이는 10년 전 가격(7천위엔) 보다 5~30배나 오른 가격이었고 당시 최고 비싼 묘지는 광둥성 선전의 한 호화 묘지로 가격이 78㎡에 220만 위엔(약 4억2600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묘지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는데 최근 상하이의 묘지 가격이 집값보다 비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1기당 판매가격이 최소 2만 위엔에서 최고 20만 위엔(약 3,400만원)이고 위치가 빼어나고 좋은 자재를 쓴 호화묘지는 부르는 것이 값이란다. 원가를 생각하면 동의하기 힘들지만 이제는 2만 위엔을 밑도는 묘지는 찾기 힘들고 앞으로는 묘지시장이 연간 20%씩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돌아 묘자리 투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묘자리 투자로 인해 집 한 칸 장만하기 위해 팡누(房奴-부동산 노예)가 되었던 사람들이 죽어서도 무누(墓奴)가 되어가고 있다.

이 밖에 옥(玉)투자가 있는데 개인은 물론 지인들이나 가족단위로도 많이 투자에 참여할 만큼 중국인들에게 보편화 된 투자이다. 투자수익은 좋은 원석을 구입해 이를 가공하여 되팔아 얻는 간단한 구조이다. 하지만 옥을 잘아는 전문가들도 원석 10개중 7개 정도는 실패를 한다고 하니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투자라고도 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요즘 투자 대세인 금 투자를 꼽을 수 있다. 부동산시장이 투자규제로 묶이면서 돈이 갈 곳을 잃었고 거기에 물가는 뛰고 돈 가치는 자꾸 떨어지다 보니 금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금투자 방법은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금통장을 개설하고 돈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고 금값 상승에 따른 수익을 얻는 방법과 직접 금매장에가서 사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투자는 말 할 것도 없고 오프라인까지 투자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금사재기 열풍이 불면서 진열대가 도둑 맞은 듯 텅 비어버린 금은방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며칠 전 예원(豫园)의 한 금은방에 들릴 일이 있었는데 점원의 말에 따르면 최근에는 금을 모양에 상관없이 살 수 있는대로 사가고 금은방이 문을 열기 전부터 십여명씩 줄을 설 정도라고 너스레를 떤다. 이 같은 황금 열풍은 물가는 뛰는데, 은행 예금 금리는 낮고, 집값은 정부가 억누르면서 금으로 뭉칫돈이 몰린 결과로 보여진다.
금은방을 나서는데 그 앞에 세워진 자전거가 옛날 국수를 먹으며 증권투자에 열을 올린 그 중국인의 자전거처럼 보여졌다.

중국 대도시 사람들을 보면 본업보다는 다른 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A라는 대학교수가 월급 보다는 집을 사서 임대업을 통해 벌어 들이는 수입이 더 많고 B라는 직장인이 회사에서 증권사이트를 통해 증시투자를 해서 버는 돈이 월급보다 많고 C라는 식당 주인이 매상 보다는 아파트를 사서 시세차익을 통해 돈을 더 번다. 우리는 이런 형태의 수입 구조를 가진 중국인들을 중국에 거주한 세월만큼 만나보게 된다. 때에 따라서 이들을 동경하기도 하고 시샘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볼 때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직장과 직업의 경계가 모호해 졌다는 것이다. 혹자가 말하길 직업은 어떤 일의 전문가가 되어가기 위해 직장이라는 장소에서 일을 하는 것인데 지금 중국은 직장에서 투자가들만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경제가 진정한 연착륙(soft landing)을 원한다면 직장에서만큼은 본업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비행기 조종사가 조종하는데 집중 못하고 증권이나 부동산 투자에 신경을 더 쓴다면 비행기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지 않겠는가?
최소한 비행기가 금은방 앞에 주기(주차)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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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4년간 부동산 회사를 다니던 중 한국에는 ‘자수성가란 말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홀홀단신으로 2002년 상하이에 입성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부동산중개, 분양대행, 컨설팅회사를 설립 지금은 부동산 개발/PM회사를 경영하며 틈틈이 기업체와 학교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중국부동산과 관련하여 한국 공중파 3사와 상하이 부동산방송의 인터뷰가 있으며 上海电视台의 시사프로인 ‘深度105’에 출연한바 있다. WeChat: hanguoshushu998
sulsul2002@yahoo.co.kr    [김형술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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