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력은 인간이 가진 많은 기술에 불과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회는 학습력과 학습력과 관계된 기술- 암기력, 응용력, 문제 해결력, 문장 이해력, 수리력 등등-을 다른 물리적 기술보다 우선시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매년 입학 때나 입시철마다 명문대 입학생들의 공부법이나 자기주도학습법이 인기를 끄는 것이겠지요.
교육학의 자기주도학습이론(self-regulated learning)에 따르면 자기 주도 학습을 기르기 위해서는 4가지 능력이 골고루 성장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능력은 다양한 학습법을 익히고, 이를 학교, 학원, 혼자 학습에 다양하게 적용할 줄 아는 능력 (인지전략), 자기 학습 과정을 스스로 계획하고, 점검하고 고치는 능력 (메타인지전략), 목표에 대한 도전의식을 가지고 자기능력을 믿으며, 배움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는 능력 (동기전략), 배움에 필요한 행동을 우선하고, 다른 욕구를 조절하여 시간을 배분하고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능력 (행동전략)이지요.
위의 요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홀로 배움의 기술을 익힌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적어도 교사는 아이들에게 많은 학습법을 소개시켜주어야 하고, 부모는 아이에게 인내와 의지력을 길러주고 내적 자긍심을 보살펴주어야 하며 학생 스스로는 자기 학업에 대한 최소한의 주인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현대 사회가 과거에 비해 배움의 기회나 도구를 많이 제공해주는데도 아이들이 학습력을 잃어가는 원인은 단편적인 정보가 난무하여 통합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현 문화나, 교육을 기계나 주식에 하는 투자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일부 부모의 교육관이나, 효율성에 치중한 나머지 인성교육이나 학생과의 교감을 소홀히 하는 교육계, 모두에게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배움에 대한 주인의식을 잃어가는 학생들이 다시 그 주도권을 찾아오지 않는다면 다른 어떤 누구도 이를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배움에 대한 투자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그 투자는 학습하는 “나”의 동기와 의지가 보태져야 원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학습의 책임을 부모에게, 학원에, 학교에 떠맡기는 것은 학습자인 자신에게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겠지요.
교육학자 Zimmerman(1989)은 자기주도학습자는 동기적으로 (motivationally), 행동적으로 (behaviorally), 그리고 메타인지적으로 (metacognitively) 활발하게 배움에 참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를 하였습니다. 여기서 메타인지이란 말이 다소 어렵게 들리지만 다름 아닌 학습활동이나 시간, 환경을 스스로 계획하고, 감시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즉 학습 스케줄을 시간과 학습 내용에 맞게 나누는 계획하기부터 그 학습 스케줄이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양이었는지, 학습 실행이 이행되었는지, 방해요소는 없었는지, 계획한 것과 달리 실제로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객관적으로 체크하는 평가작업이 바로 그것이지요.
혹시 자기 학습에 대한 책임감 없이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만 늘리고 있거나, 자기보다 머리가 좋거나 기회가 많은 다른 친구와 나를 비교하며 자기 동기를 떨어뜨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공부는 무언가 대단한 개념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배움의 주인이 되는 멋진 과정입니다. 스스로 자기 하루를 제대로 계획하지 못하고, 계획표는 단지 부모나 선생님에게 검사 받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공부의 노예” 습관을 버리면 배움도, 미래도 내가 주인이 되어 주도하고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김아림(SETI 종합학원 영어과 주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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