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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 다오

[2011-04-17, 00:10:28] 상하이저널
방동에게 전화가 왔다. 5월초에 계약기간이 만료되는데 재계약을 하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남편과 상의 끝에 재계약하기로 했다..중국생활 6년 만에 처음으로 하는 재계약이다.

샤먼에서 처음 시작한 중국생활.
남편 회사에서 얻어놓은 첫 중국집은 신기했다. 첫째 철문을 열면 나무문이 나오고, 현관도 없고 신발을 신고 생활해서 마루바닥은 걸레질 한달 만에 맨발로 다닐 수 있었다. 주방은 집안 귀퉁이에 쬐끄만하게 붙어 있어서 혼자 들어가 밥을 하기에도 좁았다. 거기에 자취생 취향의 작디 작은 냉장고와 4㎏ 용량의 작은 세탁기는 또 어떻고. 외식으로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일이 많고 팬티와 양말도 세탁소에서 다 빨아서 배달을 해주는 샤먼식의 생활을 이해하고서야 집 구조를 이해했으니.

아열대의 작은 섬이라 바닷바람이 많고 습했던 샤먼의 첫 중국집은 보일러 대신 천막 천으로 커튼이 만들어져 있었고 욕실에는 뜨거운 열기를 내는 등을 천장에 달아 목욕을 할 때면 정수리가 뜨끈한 게 재밌기도 했다. 하지만 거실에 누워 TV라도 볼라치면 현관문 틈 사이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신발이 보이고 그 틈으로 들락거리는 바퀴벌레란….

한번은 화장실 청소를 하며 세면대에서 수건을 빨고 있는데 갑자기 세면대가 푹 내려앉는 게 아닌가.. 더 놀란 건 세면대를 고치겠다고 인부 5명이 들어와 오공본드로 세면대를 붙여 놓고는 한사람씩 교대로 세면대 밑으로 들어가 받치고 5시간을 있는 모습이었다. 제대로 된 기술자를 만나는 것도 힘든 곳이었다. 전세 개념이 없는 중국에서 월세를 받으려 대충 날림으로 인테리어를 한 방동도 문제였지만 중국식 집안구조도 살면서 내내 불편했던 지라, 1년 계약 기간을 간신히 채우고 다시 구한 집은 커다란 주방에 확 트인 거실과 야외수영장이 내려 보이는 딱 내 스타일의 집이였다. 그런데 이집은 하수구가 문제였다. 여름이면 40도를 웃도는 날씨에 하수구가 제대로 뚫리지 않아 막히기 일 수였고 올라오는 냄새 때문에 세면대에 물을 받아 냄새를 막곤 했다. 락스와 뚫어펑을 안고 살았던 1년이었다.

주방이 마음에 드니 화장실이 문제인 식으로 아쉬운 걸 찾아 해결하는 식으로 집을 찾는다는 게 더 힘들었다. 샤먼에서는 로망으로 불리던 상해에서 보일러 집을 구해도 습기로 벽지가 일어난다던지, 집안 전체가 따뜻하지 않다든지 모든 게 마음에 들면 집값이 너무 비싸다든지~이사를 위해 일 년에 한번 보는 집이 평균 20채가 되곤 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쳐서 몇 가지의 기준이 생기고 그 기준이 꼭 맞는 게 지금의 집이다.

그 몇 가지 기준이란 게 전기 배선에 문제 없고, 상하수도에 문제 없고..눈에 보이게 고장 난 게 없다는 뜻이다..거기에 방동이 부족한 것을 얘기하면 바로 나서서 해결해 준다는 점이다. 이 간단한 것이 6년이 걸렸다.
어릴 적 모래놀이터에 앉아 적당히 촉촉하게 젖은 모래를 손들에 얹고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새 집 다오’노래를 부르면 두드리다 보면 동그랗고 이쁜 두꺼비 집이 만들어지던 놀이는 환경도, 생활도 다른 곳에서 적응해서 살고자 애쓰는 내 마음의 주문 같다. 어차피 내 살림도 아니고 내 집도 아니고 중국사는 동안 맘 편하게 현지인처럼 사는 게 속편한 것 같아 중국 살이 6년 만에 집 욕심을 내려놨다. 그래봐야 1년이겠지만.

▷Betty(blog.naver.com/ fish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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