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덕 칼럼]
중국 비즈니스의 새 패러다임
2년 반 사이에 주가가 약 20배 올랐다. 증시 애널리스트들은 ‘대박주’라며 그래프를 분석한다. 패션•의류 업체인 베이직하우스 얘기다. 2008년 말 1170원 하던 주가는 지금 2만4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대박의 이유, 국내에서 찾기는 어렵다. 같은 기간 동종업계 종목은 30~50% 오르는 데 그쳤으니 말이다. 해외에서 찾아야 했다. 바로 중국이다. 지난 수년 동안 이 회사의 중국 매출은 연평균 50% 이상 늘었다. 2004년 상하이에 첫 매장을 개설한 후 사업망을 늘려 지금은 800여 개에 달한다. 그 실적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이 회사뿐만 아니다. 중국 매출 비율이 높은 에이블씨엔씨•코스맥스 등의 주가도 비슷한 곡선을 그렸다. 아모레퍼시픽•두산인프라코어•오리온•락앤락 등 다른 중국 관련주 역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중 유독 베이직하우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자본시장 진출에 있다. 이 회사는 지금 중국 자회사의 홍콩증시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말 골드먼삭스를 주간사로 선정했고, 올가을께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직하우스 사례는 중국 비즈니스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준다. 지난 1992년 수교로 시작된 한•중 경협의 첫 패러다임은 ‘생산 교류’였다. 많은 기업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고, 현지 저임 노동력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했다. 2000년대에는 ‘상품 교류’의 시기였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2001년),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많은 한국 상품이 ‘만리장성’을 넘었다. 이 흐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10년으로 접어들면서 뚜렷하게 굳어진 새 패러다임이 바로 ‘자본 교류’다. 한국 투자가들은 ‘차이나 펀드’를 통해 중국 증시(홍콩 포함)에 투자하고 있고, 중국 투자자금도 서울 증시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 순유입된 차이나 머니가 1조원을 넘는다. 중국 기업은 한국 증시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한다. 이미 15개 종목이 거래되고 있다. 반대의 경우는 아직 없는 상황, 베이직하우스가 지금 그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성공한다면 중국에서 생산해 중국인에게 판매하고, 그 실적을 바탕으로 중국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현지화의 완성이다.
중국 경제발전 방향과도 맞는다. 중국은 올해 시작된 12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소비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각종 내수확대 조치가 발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2020년 상하이를 아시아 최대 종합 자본시장 도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당연히 우리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생산 교류 단계에서는 얼마나 싸게 만드느냐가 핵심이었다. 상품 교류 단계에서는 내수 유통망 구축이 최고 관심사였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자본 교류는 우리에게 또 다른 연구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중국 자본시장이 어떻게 짜이고 있는지, 그들의 투자성향은 어떤지, 우리가 파고들 공간은 어디인지…. 중국 비즈니스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한우덕(중앙일보 중국연구소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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