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3일, 오후 1시. 모처럼 찾아온 땡여름의 햇빛 속에 아이의 학교를 찾았다. 한 손에 꽃다발을, 또 나머지 한 손엔 뜨거운 햇살을 견딜 수 없어, 양산을 펴 들고서…. 학교 교문에서 강당까지의 거리가 어찌나 멀게만 느껴지든지, 높이높이 서 있는 나무조차도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온 몸에선 연신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한국과는 달리 여기선 이렇듯 대부분의 학교가 한여름에 졸업식을 가진다. 언젠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던 친구가 대학 졸업식을 아침 7시경에 한다더니 실로 그 상황이 온 몸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에어컨도 안 되는 실정이라면 정말이지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 싶다. 졸업식이 거행되는 강당을 들어서도 좀처럼 더위가 가셔지지 않았다. 아이들의 졸업을 축하해 주려온 사람들로 북적여서 인지, 이 곳에 모인 사람들의 아이에 대한 사랑과 열망 때문인지, 강당의 기온은 좀처럼 내려가질 못하고 있었다.
강당 앞쪽엔 졸업식의 주인공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흰 셔츠에 넥타이, 검은색바지로 말쑥해진 남자아이들, 제 나름 한껏 멋을 부리고서 약간은 상기된 듯한 여자아이들의 이쁘장한 얼굴들이 강당을 들어서는 내 눈에 환한 빛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졸업” 이라는 두 단어가 주는 감격이 있는 건지, 우리 아이들 모두의 눈들이 반짝여 보였다. 강당 앞 화면에 띄워지는 자신들과 친구들, 선생님들의 친근한 모습에 “오늘, 우리는 졸업한다!”를 외치 듯, 아이들의 환호의 목소리가 온 강당 안을 졸업의 기쁨으로 채웠고 있었다.
특별한 공연도 없었고, 개인에 대한 표창도 없었고, 어찌보면 너무나 단순하고도 시시한 졸업식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개개인이 모두다 단상에 올라가서 졸업장을 받고, 사진 찍고, 졸업식 노래 부르고 그리고 졸업식은 끝이 났다. 바쁜 시간 쪼개서 애써 식장에 참석한 아빠는 씩~ 웃고 만다. 혹 강당 에어컨 안되는거 아냐? 왜 이렇게 덥지? 괜한 실망스러움의 표현이었다.
졸업식에 대한 기대감이 무엇이었든 간에 우리아이의 졸업식은 담백하게 끝이 났다. 아침부터 서둘러 꽃을 준비하던 기쁨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히 즐거웠다. 잠깐,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의 졸업식 장면을 떠올려 봤다. 상장을 종류별로 다 받는 친구도 있었고, 오로지, 졸업장 하나만 달랑 받는 친구들도 있었고... ‘졸업식장에서 조차 우리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던 건가?’ 하는 생각에, 이날의 우리 아이의 졸업식이 더 민주적이고 인간답게 와 닿기도 한다. 똑 같은 졸업장 한 장을 손에 쥔 우리아이들을 모두다 하나같이 귀중한 존재들로만 대우해주었다고나 할까?....
아직까지 식탁위엔 졸업식날 들고 갔던 꽃다발이 화병에 꽂혀있다. ‘우리 아인 저 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진다. 여러 가지 뒤섞여 있는 꽃 이름을 일부러 물어보기도 한다. 자신이 주인공이었다는 게 사뭇 기쁜가 보다. 뒤늦게 졸업 소식을 들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흥분된 목소리로 손자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셨다. 덩달아 애 키우느라 고생했다며 이 며느리에게 격려도 해주시고.
아이의 커가는 모습에서 겪은 이날의 졸업식은 나에게 또 하나의 내 삶의 얘깃거리를 남겼다.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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