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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스타, 아시아여성을 망가뜨린다?

[2006-05-23, 05:08:05] 상하이저널
[한겨레] 타이의 한 레스토랑에서 노래를 부르는 파냐 분천은 하얀 얼굴로 거듭나기 위해 화이트닝 로션을 1달러에 사서 발랐다. 하지만 두 달 뒤 그의 얼굴은 일부분만이 탈색돼 얼룩덜룩해졌다. 그가 바른 로션에는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얼굴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통에 그는 레스토랑에서 더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직장도,건강한 피부도 잃은 그는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는 더 이상 거울을 볼 수 없다"며 울먹였다. 분천이 출연한 이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상품 중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화이트 뷰티’라는 화장품도 포함돼 있었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이 로션을 써보세요. 전문적인 트리트먼트를 제공합니다"라는 멘트를 날리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아시아에서 피부 미백 산업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저질의 화이트닝 로션을 쓰다가 부작용에 시달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시노베이트는 현재 홍콩,필리핀,한국,대만 여성 10명 중 4명이 화이트닝 로션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데이터모니터는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출시된 새 화이트닝 제품이 모두 62종이며, 지난 4년 동안 평균 56종의 새로운 제품이 출시됐다고 전했다.

반면, 타이 정부가 불법 화이트닝 화장품으로 지정한 제품은 무려 70종이며 인도네시아가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제품은 50종이 넘는다. 불량 화이트닝 제품들은 하이드로퀴논 같이 효과는 뛰어나지만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는 값싼 물질들을 사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01년부터 하이드로퀴논을 화장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시아 여성이 하얀 피부를 선호하는 경향은 하얀 피부가 부와 고학력을 상징한다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타이에서는 까만 피부에 대한 선입견이 언어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가장 흔한 모욕으로 사용되는 말이 '검은 몸(black body)'이다. 식민지 시대때 지배자인 유럽 사람들로 인해 미의 기준이 달라진 것도 하얀 피부 선호의 배경이 됐다. 신문은 또 한국 드라마의 성공도 하얀 피부 선호 현상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하얀 피부를 가진 한류 스타들이 아시아 미의 상징이 됐다는 것이다. 방콕의 한 피부과 의사는 "타이 여성들은 피부가 하얘지면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영화에 나오는 모든 스타들은 피부가 하얗고, 여성들은 스타같이 보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물론 아시아의 일부 여성은 선탠한 피부를 선호하기도 한다. '시부야 걸'로 언급되는 일본의 젊은 여성은 지난 10년 동안 선탠 살롱을 애용해 왔다. 하지만 일본 <보그>지의 한 패션 코디네이터는 "모든 이들이 기본적으로 하얀 피부를 원한다"고 말했다. 선탠한 피부를 선호하는 사람은 일본에서나 아시아 전체에서나 흔치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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