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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누구냐? 너!

[2011-08-19, 23:15:00] 상하이저널
모처럼 남편과 아침 산책을 나선 어느 날, 밤새 도착한 문자를 살펴 보던 남편이 “어! 이것 좀 봐라. 웃기지도 않는다. 야!” 하며 휴대폰을 건네 준다. 중국어로 써있는 문자에는 ‘아빠, 이성(異性)과 동침을 했다가 잡혀서 급히 돈이 필요해요. 아래의 계좌로 돈 5000위안을 보내 주세요. 전화 하지 마시고, 돈 먼저 보내서 일이 해결된 후 만나서 야단치세요’라는 내용과 함께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고등학생 아들 두 녀석을 기르는 우리 부부는 배꼽을 잡고 웃으며 “도대체 어떤 녀석이야, 각자 방에서 자고 있는 애들 중에 누가 그런거냐고? 하며 별 일 아닌 듯 산책을 계속 했지만, 어쩐지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는 없었다. 이번 스팸 메일은 내용이 독특해서 말도 안되는 일 이라는걸 금방 알게 되었지만, 몇달 전 작은 아들 녀석의 휴대폰으로 온 스팸 메일 내용 중에는 “아빠, 가방을 잃어 버려서 돈이 하나도 없어요. 휴대폰도 잃어 버려서 전화도 할 수 없구요. 친구 계좌번호 보낼테니 돈 좀 보내 주세요”라는 그럴싸한 문장도 있었다. 아들이나 딸이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일이 많은 중국 내에서는 이런 메일에 속아 돈을 송금 하는 일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얼마 전 우리나라 신문 기사에 ‘훈련병 아들이 PX에서 외상으로 먹은 대금을 지불해 달라고 해서 4만6270원을 송금 했다가, 아들과 통화 후 사기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아들 신상도 알고 있고, 금액도 많지 않아 의심 할 수 없었다는 내용을 보며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가입이나, 쇼핑몰 가입을 위하여 주민등록 번호, 전화번호, 주소 등 중요한 신상 정보를 기입하는데, 그것이 유출되어 나도 모르게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얼마나 겁나는 일인가 말이다.

상하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보이스 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많은 것인지 ATM 출금기를 이용하려고 하면 ‘소위 안전 계좌’ 라는 것에 속지 않도록 계속 방송을 하고, 국제 전화가 걸려 온 후 어김없이 자동으로 전화가 걸려와서는 ‘전화로 인한 사기’에 속지 않도록 계속 주의를 주곤 한다.

부동산 한 곳에 알려준 전화번호로 상하이에 있는 모든 부동산에서 전화가 걸려와 이미 팔 의사가 없는 집을 매매하겠냐는 내용부터 목 좋은 곳에 상가가 나왔으니 투자하라는 내용까지…… 보험회사, 투자회사 등에서 시도 때도 없이 걸려 오는 전화에 정말 짜증이 난다. 더 가관인 것은 ‘权小姐吗?’하며 내 이름을 정확하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이성을 잃고 내 전화번호를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를 먼저 묻게된다. 나는 지금 전화를 건 상대에게 내 전화번호, 내 이름을 알려 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 이름을, 번호를 알았냐고 따져 물으면 오히려 전화를 건 쪽에서 당황을 하며 전화를 끊게 된다. 세상이 발달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는 사기의 수법…. 조심, 또 조심 밖에는 방법이 없는 듯 하다. 오늘도 내이름을 들먹이며 전화하는 상대에게 되묻는다. “누구냐? 넌!”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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