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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海 길을 나서다 - ①思南路

[2011-10-05, 23:06:53] 상하이저널

Street#1
이야기가 가득한 한편의 서정시 같은 거리, 思南路

화이하이중루(淮海中路)에서 타이캉루(泰康路)까지 남북으로 1.2km정도의 짧은 거리. 시내 중심에 있으면서도 북적거림과 번잡함은 찾을 수 없는 마치 궁전에 딸린 작은 후원 같은 곳. 길 이름은 몰라도 그곳에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때문에 어쩌면 한두 번쯤은 가봤을거리. 한적하고 이뻐서 연인들 데이트 코스 1순위에 꼽히는 그 거리. 쓰난루(思南路).


1912년 프랑스 조계지역을 확장하면서 이곳은 마침 그 해 세상을 떠난 프랑스 음악가 쥘 마스네(Massener)의 이름을 따서 마쓰난루(Rue Massenet,马斯南路)라 불렸다. 당시 이 일대는 프랑스 조계지의 주거지역으로 위생시설과 가스 설비를 갖춘 서양식 주택만 지을 수 있게 허가 된 곳이다. 그래서 인지 한 권의 건축 역사서를 보는 듯 근대 상하이 서양식 건축 양식 대부분을 볼 수 있다. 플라타너스 가로수와 서양식 건물은 상하이 조계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지만 쓰난루는 차분한 거리와 아름다운 주택에 남겨진 이야기들 때문인지 한층 더 시적이다.

<타이스의 명상곡> 등 여성적이며 감성적인 곡을 작곡했던 마스네처럼 쓰난루는 한편의 서정시 같고, 수줍지만 섬세한 감정을 지닌 여인 같다.
그냥 걸어도 좋지만 길과 집들에 살았던 사람들과 얽힌 이야기를 안다면 그냥 이쁜 집들은 어쩌면 ‘아. 그 사람이 살았던 집’, 또는 ‘그런 이야기 있었던 곳이지’라고 좀 더 가까이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모든 것들은 알아주고 기억한다면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자, 쓰난루의 이야기가 있는 멋진 건물들을 만나보자.


▷박지민(번역가, 여행가 jamani@hanmail.net)

* 쓰난루 30호
옛건물은 아니지만 이곳에 쓰난루는 물론 상하이에서 꽤나 유명한 레스토랑이 몰려있다.

* 쓰난루 36호


상하이 청방의 두목 황진롱(黄金荣)의 첩 진수친(金素琴),진수원(金素文)자매가 살았다. 중국 최고 경극 배우인 매이란팡(梅兰芳)의 제자여서 가까이 살고 있던 매란팡 역시 자주 와서 연습이나 작은 공연을 하곤 했다. 1949년 이후 상하이시 민정국 재산으로 귀속되면서 현재는 민정국 퇴역 관리들이 살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규모의 전형적인 영국풍의 3층 화원 주택으로 아주 작은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외벽과 타원형 돌장식을 더한 긴 창문은 이국적이지만 정원은 전형적인 중국 강남풍이어서 더욱 이채롭다.

* 쓰난루 39~41호

 1930,40년대 중국 4대 은행 중 하나였던 금성은행장 위안줘량(袁佐良)이 1966년 조반파로 몰려 쫓겨나기 전까지 살았던 집. 위안스카이의 손자라고 알려졌으나 잘못된 정보. 거친 질감이 느껴지게 칠한 노란색 외벽과 자주색 지붕을 가진 이 집은 화려함 때문에 거리에서 단연 눈에 띤다. 스페인과 이슬람 풍이 가미된 양식이라는데 바닷가에 있을 것 같은 별장 같은 분위기. 규모로 봐서 당시 이 집 주인이 얼마나 부유했는지 짐작이 간다. 현재 이곳은 상하이문사연구소(上海文史研究所)가 있다.

*쓰난루 44호 갑 – 52호 구동화웬(古董花园)


이름처럼 각종 에스닉한 소품들이 가득한 분위기의 낭만적인 실내와 너무 예쁜 정원이 있는 카페. 커피 맛은 평범하지만 분위기가 좋아서 용서가 되는 곳. 구석 구석 볼거리가 많아 혼자 와도 전혀 심심하지 않다. 2층 테라스에는 단 둘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커피 30위안 부터, 간단한 식사 70위안 이상.

*향산루 7호 손중산 고거


* 쓰난루 46호


조계지 시절 프랑스 순포방(巡捕房 일종의 경찰서)이 있던 곳. 1946년 이후 군에서 압수해 현재는 군부대 관리 가족들이 살고 있다. 초창기 순포방은 프랑스 인을 위주로 모두 외국인이었지만 점차 중국인들을 고용했고, 1933년에는 그 인원이 2000명에 달했다. 주요 업무는 프랑스인의 안전을 돌보는 것이지만 중국의 전반적인 정보를 입수하고, 프랑스 조계지에 살고 있는 정치, 사회 명사들의 활동을 체크하는 등 조계지 통치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곳이다. 지금은 여러가구가 살아서 어수선한 가정집 분위기라 당시 경찰서의 모습은 상상이 안된다.

* 쓰난루 51호~ 95호(홀수) 쓰난공관(思南公馆)


 
1920,30년대 이곳은 출자한 벨기에 회사 이름을 따서 이핀촌(义品村)이라 불리는 서양식 고급 빌라촌이었다. 외국인, 정부관료, 유명인사들과 문인들이 살았던 이 곳이 2010년 말 쓰난공관으로 재탄생했다. 80여년의 역사를 지닌 22동 빌라들은 원래 모습대로 복원해 쓰난공관 호텔이 되었고, 새로 지은 20여동의 건물에는 레스토랑, 카페, 베이커리가 들어섰다. 안타까운 것은 유명인들이 살았던 57호, 61호, 81호, 87호, 91호도 이미 지난 이야기를 잃어버린 것이다. 특히 87호는 중국 경극의 전설 메이란팡(梅兰芳)이 19년간 살며 인생의 가장 화려했던 시기와 암울했던 시기를 겪은 곳이다. 그들이 살았던 이 빌라들은 이제 하룻밤에 3만9000위안(한화 750만원)짜리 방4개에 주차장, 부엌, 헬스장까지 갖춘 최고급 독채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으로 변모했다.


신천지가 상하이 전통 가옥 스쿠먼(石库门)과 농탕(弄堂)을 이용해 만든 공간이라면 이곳은 서양식 건물들을 개조해 만들어 또 다른 분위기다. 산책길로 있고 훨씬 넓고 아직은 한적한데다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은 물론 길도 널찍해 아이들도 맘껏 다닐 수 있어 꽤나 매력적인 곳이다.

* 쓰난루 60호
1930년대 파리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따고 돌아와 유창한 불어와 해박한 프랑스 법률 지식으로 프랑스인들을 변호해 당시 사교계에서 최고 인기 스타였던 변호사 부부가 살았던 곳. 스타여서인지 사는 방식도 남달라 난징(南京)으로 이사 간 후에도 매일 기차로 상하이 조계지의 물과 빵을 실어날랐다고 한다. 물론 하인들이 날랐겠지. 붉은 지붕, 유럽식의 붉은색 나무창틀과 초록빛이 감도는 회색돌집은 왠지 차갑고 도도해 보이는 건 전해지는 이야기 탓일까? 당시 이 집안에서 그들이 영위한 귀족적인 상하이 스타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카더라 통신은 언제나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 쓰난루 70호


특이한 이력을 지닌 2명의 유명인사가 살았던 집. 첫번째는 부유한 집안의 자제로 파리에서 중국고서화를 파는 가게와 중국 찻집을 열어 번 돈으로 손중산에게 지원을 했다는 장씨 성을 가진 사람으로 당시 쓰난루에 고급 주택은 대부분 이 사람의 것이었다고 한다. 두번째는 프랑스 1세대 유학생 리스청(李石曾). 프랑스 유학시절 두부공장을 차려 프랑스에 두부를 전파했고, 후에 프랑스 최초의 중국 레스토랑 중화반점을 차린 사람으로 이 집에 살면서 중•프간의 문화교류를 위한 각종 모임을 열었다고 한다. 1946,7년에는 길건너 저우공관을 감시하는 특수부가 설치되어 전화를 도청하고 차량을 감시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보이지만 붉은색 지붕과 회색빛 외관의 3층 집으로 단단하게 잘 지은 느낌이 든다. 왠지 뒷편으로 어마어마한 정원이 있을 것만 같은 건 살았던 분들이 워낙 있으신 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 쓰난루 73호 저우공관(周公馆)

1946년부터 1947년까지 중국 공산당 대표단 상하이 사무실로 사용됐던 곳. 당시 공산당 관련 기관을 세울 수 없었기 부득이 저우언라이(周恩来) 개인명의로 임대해 대외적으로 저우공관 또는 저우언라이 장군 관저라 불렀다. 저우언라이는 이 기간 동안 이곳에 4차례 방문해 기자들과 명사들을 만났다. 1947년 이후 일반 주민들이 살다가 1979년 주민들을 내보내고 원래 모습대로 복원한 후 기념관을 만들어 개방하고 있다. 붉은 색 기와 지붕, 빨간 외관을 가득 메우고 있는 담쟁이 넝쿨, 검은색 대나무 울타리를 갖춘 스페인 풍의 3층 건물과 멋진 소나무가 있는 넓은 정원을 갖춘 이 집은 당시의 긴장된 분위기를 상상하기에는 너무 아름답다. 상하이 최고 미녀가 살았다고 하는 게 더 와닿을 것 같다. 매일 9시부터 16시까지 무료로 개방.

이 밖에 가오란루(皋兰路)1호에는 군장쉐량(张学良) 고거, 난창루(南昌路) 136弄11호에는 말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쉬즈모(徐志摩)고거가 있고, 아기자기 작은 돌로 만든 외관이 눈에 띠는 쓰난루 30호, 50호 집등 곳곳에 우리는 알 수 없는 추억을 품고 있는 예쁜 집들이 많다.

<추천 레스토랑, 카페>
-Chicha lounge(쓰난공관 33호 1-2)
 

쉽게 접할 수 없는 페루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상하이에서 꽤 명성이 높은 Eduardo Vargas가 주방장이다.(Azul, Casa13, Osteria의 주방장). 컬러풀한 그림이 걸린 인테리어가 인상적.    


저녁 메뉴는 7코스 200위안. 12코스 280위안. 토, 일 점심에는 서양식 브런치를 한다. 120(2코스), 150(3코스)위안. 토,일 외에는 저녁 5시부터 영업한다.
- the funny chiken (쓰난공관 26호 1층)
패스트푸드 점 같은 닭집. 바삭하게 튀긴 닭이 아니라 전기 구이처럼 살이 아주 부드럽게 구운 닭을 맛 볼 수 있다. ¼마리 40위안, 세트메뉴를 먹으면 ¼마리에 샐러드나 메시드포테이토를 추가할 수 있다. 단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곳.
- 카페 la brioche (쓰난공관 35호)


밝고 환한 베이커리 카페. 브리오쉬 같은 빵과 커피는 물론 간단한 식사도 있다. 점심 세트 메뉴 68-98위안, 커피 28위안, 각종 빵 6위안 부터. 직접 구운 빵으로 만드는 샌드위치가 맛있고, 리조또나 스파게티는 비추천.
- apothecary lounge( 1호 4층), alchemist coctail kitchen(32호 1-2충)
칵테일과 함께 좋은 분위기로 상하이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古董花园(쓰난루 44호–甲)

구동화원, 이름처럼 에스닉한 분위기와 이쁜 정원으로 유명한 카페. 커피맛은 평범하지만 아기 자기 볼 것이 많아 혼자가도 좋은 곳이다. (커피 30위안부터)

 
-hoF, 차찬팅
쓰난루 30호에 케이크 맛있기로 유명한 카페 hoF, 항상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으로 북적한 홍콩 레스토랑 차찬팅(查餐厅)이 있다(1인 50위안 정도). 쓰난공관에도 일식, 양식, 그리스식 등 다양한 레스토랑이 많다.
-brick

hoF와 비슷한 분위기의 카페. 샌드위치와 스파게티 같은 식사와 음료. 에프터눈티 세트(차와 케잌1조각) 42위안. 3가지 맛 푸딩이 여성들을 사로잡고 있다.

* TIP
난창루(南昌路), 가오란루(皋兰路), 향산루(香山路), 푸싱중루(复兴中路), 젠궈중루(建国中路)를 지나는데 특히 가오란루부터 젠궈중루까지가 가장 조용해 걷기에 가장 좋다. 그냥 휙 걷는다면 1시간도 채 안걸리지만 식사와 차, 산책을 모두 한다면 3시간-4시간 정도 소요. 쓰난루에서 통하는 난창루, 푸싱중루도 이쁘기로 소문난 길이다

* 가는 방법
지하철 1호선 산시난루(陕西南路) 역 4번 출구에서 동쪽으로 화이하이중루를 따라 도보 10여분. 또는 10호선 산시난루역 5번 출구에서 동쪽으로 난창루를 따라 도보 10여분. 지하철 9호선 다푸차오(打浦桥)역 1번 출구 에서 텐즈팡(田子坊)쪽으로 도보 10여분. 쇼핑을 하다 가도 좋고, 텐즈팡 구경하고 산책 삼아 걷기도 좋은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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