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이 언어를 습득할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배우게 될까요? 많은 사람들은 아마 “마마”와 같은 몇 마디 단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기들이 언어를 배울 때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바로 운율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고작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도 양육자의 목소리 톤을 듣고 감정을 구별할 수 있지요. 언어학에서는 음조(pitch), 억양(intonation), 어조(tone) 등의 요소를 운율(prosody)이라고 하는데, 인간이 운율(prosody)을 습득하는 능력은 이처럼 아주 어릴 때부터 형성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동기를 지나면 우리의 구강구조가 이미 모국어에 익숙해져 버려 외국어를 배울 때 그 발음이나 운율을 의식적으로 학습해야 합니다.
말하기 시험이 TOEFL, NEAT, IELTS과 같은 공인영어시험에 포함이 되면서 영어학습에서도 ‘말하기 공부’가 필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을 지도해보면 많은 학생들이 문장구성이 유창함에도 한국어의 어투를 유지하고 있어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를 공부할 때 정확한 발음에는 굉장히 신경을 쓰지만, 운율 연습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몇 가지 상황만 생각해보면 외국어 학습에서 운율의 중요성을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코미디 프로에서 말도 안 되는 외국어로 사람들을 웃기는 상황을 잘 살펴볼까요? 개그맨들의 외국어가 엉망임에도 그럴 듯하게 들리는 이유는 바로 그 외국어의 억양을 흉내내기 때문입니다. 또 길에서 외국인이 한국어로 말을 물어오는 경우를 상상해봅시다. 한국어 발음이 정확해도 억양이 외국어 억양을 유지하는 경우 알아듣기가 힘들지만 발음은 어눌해도 억양이 정확하면 한국어가 훨씬 유창하게 들립니다. 이처럼 외국어를 좀 더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다면 발음은 의사소통에서 오해가 없는 수준 정도로 익히더라도, 억양 연습은 좀 더 충실히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 표준어의 음조는 차분하고 단조로운 반면 영어 어조는 높낮이와 강세가 다양한 편이라 의식적인 학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운율을 학습하기 위한 좋은 학습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크게 읽기 (reading aloud) 크게 읽기 (Reading aloud)는 외국어를 배울 때 초보부터 고급단계까지 의사소통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학습방법입니다. 크게 읽기에서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는 의미 단위로 묶인 말덩어리(chunk)이고, 둘째가 바로 앞서 말한 운율(prosody)입니다. 말덩어리는 의미덩어리를 잡아내는 능력을 향상시켜 읽기 듣기에 큰 도움이 되며, 운율을 의식하며 읽으면 전달력을 개선시켜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켜 줍니다.
따라하기 (parroting) 따라하기(parroting)는 외국어로 들은 내용을 입으로 그대로 따라 하는 연습으로 일부 영어교육자들이 Prosody Cloning Technique (운율복제학습법)이라고도 부르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내용을 듣고 난 다음보다는 들으면서 동시에 따라하는 게 더 효과가 있으나 시작에 무리라면 전자를 먼저 시도해봅니다. 따라하기는 수동적인 듣기를 능동적으로 바꿔주는 연습으로 언어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통역을 앞둔 동시통역사들, 강의를 앞둔 강사들, 진행을 앞둔 아나운서와 같은 전문인들도 자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특히 외국어로 말할 때 튀어나오는 한국어 어조나 말투를 교정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따라 할 때는 말덩어리들(chunk)을 생각하며 억양, 어조, 말투를 그대로 따라 해 보세요. 특히 좋아하는 토크쇼 진행자나 연설가들의 말투를 따라 하며 연습하면 말하기 습관을 교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말하기에서 중요한 표현들을 머리만이 아닌 입으로도 직접 연습하게 되어 인지적 이해를 감각적으로도 향상시켜줄 것입니다.
운율은 의사소통에 꼭 필요하지만 말과는 다른 외적인 요소, 즉 paralanguage의 한 요소입니다. 흔히 바디랭귀지라고 하는 몸짓과 마찬가지로 운율은 말에 숨겨진 감정과 의도를 살려주지요. 때문에 외국어로 능숙하게 의사 표현을 하고 싶다면 말에 운율을 담아 연습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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