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 현대와 과거, 무채색과 비비드컬러, 고급레스토랑과 가정식, 최신 트랜드의 가게들과 80년대 풍의 가게들, 스쳐지나는 가는 사람들과 일상을 사는 사람들……. 대비되는 모든 것이 섞여 있고, 그것들이 주는 공간적 시간적 감정적 시각적 거리감이 낯선듯 익숙하고 친근하면서도 이질적인 그래서 재미가 넘쳐나는 거리. 진센루
상하이 중심부 과거 조계지였지만 진센루에는 무성한 잎이 가득한 플라타너스 가로수길도 이국적인 서양식 건물은 없다. 100여미터에 불과한 이 짧은 거리는 시선을 끌만한 특별한 구석은 전혀 없어보여 어쩌면 이 거리 앞에서 그냥 돌아설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센루에는 화려한 조계지의 거리나 관광객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전통적인 오랜 거리와는 분명 다른 것이 있다.
낡은 기와의 허름한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 화려한 드레스가게, 세련된 느낌의 디자이너샾, 명품 중고샵, 일본 수입 소품가게들이 있는 가 하면, 거칠고 투박한 느낌의 골동품 가게가 있고, 80년대를 연상시키는 분홍수건이 주르르 걸려있는 미용실과 시골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작은 구멍가게, 안이 환히 보이는 발마사지 가게 옆에는 알록달록한 네일샾이 있다. 그 뿐인가. 야채와 고기, 과일을 파는 시장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건물들 사이 사이 골목 농탕에 들어서면 평범한 상하이 사람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다.
긴 줄에는 빨래들이 걸려 있고, 삼삼오오 모인 동네 아주머니들의 수다가 있고, 의자에 앉아 낮잠을 즐기는 노부부들. 낡은 가방이나 신발을 수선해줄 오래된 재봉틀을 놓고 앉아있는 수선공 할아버지와 작은 리어카 가득 생활용품을 실고 이리저리 다니며 파는 아저씨도 있다.
모든 것이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진 완전히 관광거리 같은 곳이 때로 불편하고 그저 이방인 같은 느낌만 들 때가 있다. 또 완전히 일상 생활을 하는 주거지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거나 하지 않으면 오랜 시간 보기에는 역시 밋밋하고 사는 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진센루에는 그 모든 것이 어색하지 않게 섞여 있다. 사람들의 활기찬 삶과 평범한 일상을 보며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가게를 구경하는 즐거움도 있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도 있고, 소박한 상하이 집밥을 먹을 수도 있다. 진센루는 그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박지민(번역가, 여행가 jamani@hanmail.net)
*레스토랑과 가게들
-란신(兰心, 132号)
진세루를 유명하게 만든 3곳의 식당중 하. 살림사는 가정집에 겨우 4-5개의 테이블만 있는 아주 작고 허름한 식당. 인테리어라고는 여기 저기 늘어놓은 살림살이가 전부. 평범한 그릇과 손으로 쓴 메뉴판, 그런데도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것은 ‘ 외할머니 손맛’ 같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평 처럼 고급과 이국적인 맛이 지겨워진 상하이 사람들에게 잃었던 추억을 일깨워주는 공간이고 맛이기 때문일 것이다.
1인 평균 50위안. 3곳 모두 상하이 가정식을 팔고, 대표메뉴는 훙사오러우(红烧肉), 간사오창위(干烧鲳鱼), 붉은 토끼풀인 차오터우(草头)볶음, 특제 양념으로 조린 오리 다리. 훙사오러우는 보기에는 무척 기름져 보이는데 비계 부분도 정말 쫄깃쫄깃 고소하고 볶음요리도 소박하지만 산뜻하다. 하지만 분위기나 환경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사람이 많아서인지 음식을 미리 준비해 둘때가 있어서 아쉽다. 아무튼 상하이 사람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춘찬팅(春餐厅 130호),우롱(武隆 134호)도 바로 옆에 있는데, 란신이 가장 유명하지만 거의 비슷한 음식이다. 이런 음식과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3곳 모두 먹어보는 것도 좋을 듯. 춘찬팅은 메뉴판도 없어 주인이 주는 대로 먹어야 하고, 식사시간에는 100% 기다려야 한다. 사람들이 미어터지는데도 십수년째 확장이나 인테리어 공사도 없다. 세 곳 모두 11시~2시, 5시~ 9시까지 영업.
-oystelia(226号)
이태리 레스토랑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굴 계절에는 생굴요로 유명하다. 점심 세트 메뉴 2코스(커피포함) 88위안, 3코스 128위안. 저녁 코스 248위안. 맛이나 데코 모두 괜찮다. 2008,9년 상하이 Time Out 선정 베스트 이태리 레스토랑.
-citizen café(222号)
역시 진센루의 대표적인 카페. 작은 2층 테라스와 조용한 분위기로 혼자 와서 책 읽고 커피마시기 좋은 곳. 커피 25위안. 점심 세트 메뉴 49~69위안.
이밖에 pier 39(170호)도 음식평이 좋고, 200 café(200호)는 정원이 있는 운치있는 카페. 커피값은 비싸다(35~48위안)
-lomography(126号)
마니아층이 있는 로모카메라의 모든 것을 보고 살 수 있는 곳. 가게 안 가득 다양한 디자인, 다양한 색감의 로모 카메라와 로모로 찍은 엽서나 소품들을 살 수 있다.
-精(146号)
질 좋은 캐시미어를 구입 할 수 있는 곳으로 디자인이 다양하고 고급스럽다. 가격은 1000위안 이상.
-老周古董(210号), 老上海(201号)
30~40년대 상하이 골동품을 파는 곳. 라오상하이가 30년대 상하이 부유층의 소품들이 많고, 라오저우는 상대적으로 소박하다. 가격은 상당히 비싸지만 구입하지 않더라도 옛날의 소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밖에 인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가죽가방을 파는 yamado(198호)와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샾이 있다. 디자이너 샾 중에서 contents(234호)의 디자인은 상당히 세련됐다. 가격은 보통 1000~3000위안대.
Tip
100여미터에 불과하지만 구경할 가게도 많고, 레스토랑도 많다. 무엇보다 골목 골목 안으로 들어가 상하이 농탕의 일상을 보는 것이 큰 재미다. 총 소요시간 1시간 반~3시간.
가는 방법
지하철 1호선 산시난루(陕西南路)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약 800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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