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맑은 날씨와 한낮의 태양으로 충분한 일광욕을 해서인지 보이는 모든 것이 활기차게 느껴진다. 때론 만개한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이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아 지나는 내가 마치 주인공이라는 착각을 일으키게도 한다. 그리고 길가의 흐드러지게 피었던 꽃들이 지고나니 파릇한 새순들이 더 초록을 돋보이게 한다.
벌써 두달 전에 남편이 예매해 놓은 '백건우 피아노 연주회'를 다녀왔다. 기다리는 내내 기대가 되었는데 그분의 연주와 더불어 아내인 배우 윤정희도 더불어 기대가 되었다. 아무튼 설레는 마음으로 푸동 '동방예술중심'으로 향했다. 공연장 안에는 많은 청중들이 가득했고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이곳에서 우리나라 연주가의 연주를 보고 듣는다는 것이 또다른 야릇한 감정과 매력이 있다.
1부에서는 상하이 교향악단의 협주와 바이올린 비올라의 협연이 있었는데 첫 곡은 지금도 활동하는 상하이출신 작곡가의 곡으로 곡이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이렇게 끊임없는 새로운 작품활동에 박수를 보냈다. 2부에서 백건우씨의 협연이 있었는데 우크라이나 출신의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브'의 피아노협주곡의 연주는 사실 나에게는 곡이 너무 난해해서 곡 자체에는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평소 많은 작품의 전곡연주로 왕성한 모습을 존경해 오던 터라 열정적인 연주의 모습은 감동을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연주회를 마치고 나오니 팬사인회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분의 CD 한 장을 구입해 나도 팬들의 줄에서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런 경험 처음이라 그런지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점점 가까워 질수록 설레었고 드디어 대가의 앞에 섰을 때는 겨우 개미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뿐이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남편과 나 또 함께 간 연우 우리는 그분과 기념 사진을 찍는 영광도 함께 얻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짧은 줄과 적은 한국인들 그런 아쉬움들은 이순간의 감동으로 충분했다.
우리의 돌아오는 길은 즐겁고 따뜻했다. 특히 두돌이 되어 만난 연우가 벌써 초등학교2학년이 되어 원피스를 예쁘게 차려 입고 함께 음악회를 갈수 있고 또 지루해 하지 않고 함께 느끼고 공유한다는 것이 어찌나 예쁘게 보이던지, 역시 음악은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언어와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듣는 오늘의 그 곡은 역시 그다지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CD에 쓰인 사인과 함께한 사진은 아마 오랫동안 나에게 아름다운 추억과 감동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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