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마다 노트북을 들고 컴퓨터수업을 다니기 시작한지가 벌써 16주가 다 되어가고 있다. ‘배울 기회가 있었으면…’ 늘 마음만 앞서 가고 있었는데, 같이하고자 한 벗들과 더불어, 컴퓨터 기능을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에 어느덧 화요일이 우리들 1주일의 메인데이가 돼버렸다. 대부분이 주부들이라 오전 강의시간이 딱 이다. 선생님 설명에 말을 잘 안 들어주는 컴퓨터 원망에, 수업시간에 우리들의 두 눈과 두 귀가 정신이 없다. “선생님, 저는 왜 안 될까요?” “저는 아무것도 안 건드렸는데, 왜 그럴까요?” “너 컴은 되는데, 왜 내 컴은 왜 안되지?” “왜 그렇죠?” “아, 두통이야, 눈알이 빠질 거 같아” “어머, 제가 뭘 잘못 만져서 날아 갔나 봐요.”
입이 하나인 게 다행이지, 선생님조차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런 저런 질문과 혼잣말 소리들에 두 눈과 두 귀를 어디에 둬야 할지, 어떤 말로라도 해명하시고 싶은 난감한 마음에 잠시 머뭇거리신다. 뭐라고, 어떻게 설명해야 여기 앉은 컴맹들의 입을 막을 수 있을지를…. 그래도 선생님은 꿋꿋하게 말씀하신다. “자꾸 만지고 사용하세요. 컴퓨터는 여러분의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고장 나지 않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어느 듯, 우리들은 엑셀을 배우면서 가계부도 써보았고, 아이들 학교 시간표도 만들어서 예쁘게 색깔까지 넣어 프린트까지 해봤다. 두 손에 들고서 뿌듯해하며 자랑도 해봤다. 아무 말 않던, 둘째 아이, 수학 프로젝트, 그래프 그리는 것에서 나한테 제대로 한번 케이오 당했다. “그래, 엄마, 이런 사람이야!” “너, ★수식★ 만들어서 할 수 있어?” 제대로 한번 뽐내도 봤다.
지금은 포토샵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컴퓨터에 넣어, 정리, 보관하는 것도 배우고, 상품을 찍어 글상자에 넣어 광고 문구 작성하는 것도…. 겉으로 보기엔, 무늬만으론 우린 이미 반은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다. 같이 다니는 동생, 노트북가방을 폼나게 들고선, 농담 삼아 왈, “우리, 커리어우먼 같지 않아요? 호호호…” 우린 때론 떠들어대면서, 때론 열심히 귀기울여가며,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웃음에 즐거워지고 있다. 새로운 세계에 기뻐하고 있다.
선생님이 내주시는 숙제와 다음 시간 수업내용을 따라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심적 부담감으로 시간 내어 복습도 해본다. 필기 해 온대로 하는데도 잘 안되기도 한다. 답답한 마음에 딸아이를 불러, 이것 저것 물어봐도 신통치가 않다.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방식과 영 다르다. 저절로 터득한 아이와 정석대로 하려는 나와 코드가 딱 맞아 떨어지지가 않는다. 가르쳐주는 딸아이가 더 답답해한다. ‘우리 엄마가 이런 것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이웃의 언니 아저씨, “컴 선생님 대단하신 분인가 보다. 나 같으면 총으로 한방 먹이고 싶겠다.”
기다려라, 나도 컴퓨터를 내 수족처럼 자유롭게 다룰 때가 오겠지. 무거운 노트북 들고 다니는 횟수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때가 더 가까워질거라 믿고 있다. 이 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스마트폰에도 도전해보리라. 엄마, 아빤, 왜 스마트폰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왜 비싼 돈 주고 사서 그 많은 편리하고도 좋은 기능들을 쓰려고 하지 않는지. 누군 안 쓰고 싶어서 안 쓰나? 혹 잘못 만졌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당장 지금보다 생활이 훨씬 곤란해질까봐 그러지, 그렇게 쉽게 고장 안 나거든요. 걱정을 마세요. 딸아이도 선생님과 똑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렇다. 맞는 거 같다. 조금씩 그런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나 보다. 확실히 이전보다 컴퓨터를 만지는 게 조금씩 덜 두려워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아니, 컴퓨터를 가까이 하는 시간이 확실히 늘어나고 있다. 조금씩 내 손발이 되어가고 있는 건가….
내일의 수업시간도 기대된다.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가 이미 내 삶에 들어왔다.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나에게 힘을 실어줄 날을 위해서, 나의 떨어질 수 없는 친구가 될 그날을 위해, 난 오늘도 복습을 해보려 컴퓨터를 켜본다.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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