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0주년 기획 시리즈>
①위기의 기업들
②불황을 이기는 기업들
③내수시장에 성공한 기업들
④내륙으로 향하는 기업들
한국기업들의 중국 진출 20년, 그간 중국경제 성장에 힘입어 ‘돈 좀 번다’는 업체들 소식을 어렵지 않게 들어왔다. 그러나 요즘 들어 ‘경기 좋다’는 업종은 찾기 힘들다. ‘어렵지 않다’는 기업은 그나마 성공적이라고 할 만큼 중국시장이 변화를 맞고 있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1% 시대, 중국 소비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성장세를 이어가는 한국기업들이 눈길을 끈다. 한•중 수교 후 20년간 중국시장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에 항상 등장했던 ‘아동, 여성, 고급’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업체들, 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아동복 트윈키즈 올해 400개 매장 거뜬
2005년 중국 고급 아동복 시장에 진출한 트윈키즈. 중국 주요 백화점 아동복 판매 부문에서 세계적인 아동복 브랜드를 제치고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전히 성장추세다. 트윈키즈 중국법인 김수현 차장은 “지난해 300개 매장을 돌파하고, 올해 목표인 400개 매장 오픈에 큰 무리없이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다. 중국에서 트윈키즈는 ‘이월상품 할인판매행사’에 몰려드는 현지 주부들로 공안까지 출동했을 만큼 브랜드 인지도는 높은 편이다.
지난해부터 중국시장을 준비해 올 초 상하이 난징동루점을 비롯, 항저우, 쑤저우 등 고급백화점에 입점한 고급 유기농 아동의류 오가닉맘도 짧은 기간내에 중국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중국 10대 고급백화점으로 손꼽히는 항저우 인타이(银泰) 매장은 매월 꾸준한 매출신장을 보이고 있어, 올해 안에 베이징, 다롄 등 입점을 목표로 매장확대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제시뉴욕•온앤온 등 숙녀복 안정적 매출
그간 중국시장에서 한류바람과 함께 승승장구하던 한국의류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R 관계자는 “작년 대비 역신장하고 있다”라며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자체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ZARA, H&M 등 SPA 브랜드가 세일 기간과 할인율을 늘리면서 시장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의류시장 불황은 한국 브랜드뿐만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숙녀복을 취급하는 한국업체는 불황과는 무관하다. 제시뉴욕, 온앤온 등 여전히 매출 상승세를 이어간다. 2005년에 중국에 진출한 제시뉴욕은 지난해 중국 매출 약 180억원을 달성했다. 상하이에 2공장을 설립하고, 중국 최고 백화점에 30여 매장을 진입시켰다.
제시뉴욕 중국법인 관계자는 “한국을 포함 한해 총 약 7만 피스의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자체 공장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20개 공장에 아웃소싱을 줘 물량을 맞추고 있다”고 전한다. 제시뉴욕은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2015년에 홍콩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여성복 온앤온 역시도 1999년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해 전국 백화점에 꾸준히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불황에도 바른다… 한국화장품 성장세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한국 화장품 업체도 현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방문판매 호조로 성장세로 돌아섰다. 백화점 매장수 확대와 여타 유통채널 확장을 통해 올해 2분기에 전년동기대비 49% 성장한 672억원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3배 가량 증가한 3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중국 진출 17년째인 LG생활건강은 상하이, 난징, 베이징 등지에 9개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백화점 500여개 매장과 전문점, 마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 가고 있다.
또 라네즈, 마몽드, 오휘, 더페이스샵, 미샤, 한스킨, 웅진화장품 등 후난성 창사(长沙)에 진출해 중부내륙 여심잡기에 나섰다. 한국화장품은 한국드라마, K팝 등에 힘입어 호감도 상승세에 있다. 또한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왕(淘宝网)에도 다수 유통, 매출 상위에 기록 중이다.
한국화장품 브랜드는 좋은 이미지뿐 아니라 우수한 품질로도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이 중심에는 화장품 ODM 전문기업인 코스맥스 자회사인 코스맥스 차이나가 있다. 코스맥스 차이나는 지난달 21일 중국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평가 받고 있는 '2012 블루로즈 품질대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중국화장품대회' 기간 중에 중국 전역의 기업 중 매년 품질, 디자인, 마케팅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보인 기업에게 주는 상 중 하나다.
코스맥스 차이나는 “올해 광저우 공장이 완공되면 코스맥스는 상하이와 광둥의 이원 생산 시스템을 갖추어 중국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생산 설비를 확보하게 된다”며 “연간 총 1억 5000만개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돼 중국 내 최대 규모의 화장품 ODM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맥스 차이나는 올해 매출을 전년대비 약 50% 이상 성장한 55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익악기•정관장 소비층, 경기와 무관
진출 당시부터 고급시장을 겨냥한 업체들은 주소비층이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아 최근 불황에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3년 상하이에 생산공장을 설립한 삼익악기는 중국 중산층을 주타깃으로 삼았다. 삼익악기 이형국 동사장은 “삼익악기가 겨냥해야 할 시장은 30% 고급시장이다. 적은 비중으로 느껴지지만 무려 6만대 시장”이라고 말한다. 한국을 비롯 선진국 시장은 피아노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지만 중국은 이제 각 가정에 피아노를 들여놓기 시작한 무한 잠재시장이라고 판단한 점이 적중했다는 것이다. 또 중국 내에 브랜드를 알리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것도 한 몫하고 있다고 한다.
삼익악기는 중국 진출 이후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왔으며, 올해 상반기는 전년대비 50~60% 정도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중국 중산층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 중에는 ‘정관장’이 있다. 홍삼은 중국에서 사치품 시장에 속한다. 정관장 이흥범 동사장은 “최근 중국내 유통망을 재정비하는 과정이라 고성장은 아니지만, 꾸준한 매출을 유지되고 있으며,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힌다.
이들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 역시 중국 시장의 정답은 ‘아동, 여성, 고급’시장임을 입증해주고 있다. 불황을 이기는 기업들, 중국진출 20년보다 향후 20년이 더욱 기대되는 중국시장의 진정한 강자가 아닌가 싶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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