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랑해지면서 자주 먹고 있는 나의 ‘차이니즈 소울푸드’는 바로 바이조우(白粥)와 요우티아오(油条)이다.
주말아침에 일어나 물 한잔 마시고 아이들 두툼히 옷 입혀 아침산보를 나선다. 아침 산보의 목적은 바로 집 근처에 있는 홍콩 차찬팅(茶餐厅)! 이른 아침부터 붐비는 이 식당의 바이조우와 요우티아오(油条)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식당 안은 홍차를 우려내는 향기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상하이에서 맞는 아침은 짙은 홍차 향기로 기억되고 있다.
2004년, 바이죠우와 요우티아오를 길거리에서 아침으로 먹는 샤먼런(厦门人)을 보고 ‘저게 뭔가’했다. 뭐 저런 밥도 아닌 죽을 꽈배기에 찍어먹는지, 도저히 맛이라곤 있어 보이지 않는 걸 아침으로 즐기기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마솥 하나 가득 시커매 보이는 기름 속에서 튀겨지는 커다란 튀김 덩어리가 결코 맛있어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허여멀건 흰죽이 뭐 또 영양이 있을까 싶었다.
중국어 한마디 못하던 그때, 어렵게 찾아간 조선족 식당에서 며칠 먹을 김치찌개를 사서 냉장고에 두고 데워 먹는 게 중국에서의 아침식사이던 시절이었다. 내가 유럽이나 미국에 살았다면 그들의 아침 식사를 믿고 따라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이제야 드는 건 뭔지.
11월을 맞으면서 급하게 내려가는 기온에 오장육부가 움츠러든다. 이제 곧 겨울비가 내리면 정말 으슬으슬 뼛속까지 스며드는 찬기가 징그럽게 싫은 상하이의 겨울이 오겠지. 급조한 난방으로 이 겨울을 또 어찌 지내나 걱정도 되고. 다행인건 이제 난 겨울도 중국스타일로 즐기는 반 중국인이 다 됐다는 것!
급하게 내려간 기온으로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뻣뻣할 때 뜨거운 바이조우를 한입 떠 넣다 보면 온몸이 후끈해진다. 거기에 바삭하게 튀겨진 요우티아오를 찍어 먹으면 꼬소한 기름기에 속이 든든해진다.
이들이 즐기는 음식은 곧 현지 생활을 받아들이면서 환경에 익숙해지고 이겨낼 수 있는 지혜도 담겨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까치집 지은 머리로 아침밥을 먹는 상하이런(上海人)의 모습도 정겹기만 하다. 바이조우와 요우티아오로 데워진 몸은 차가운 바람이 상쾌할 정도.
나온 김에 가까운 시장에서 아침 일찍 배달된 신선한 과일을 한 봉지 산다. 비닐봉투 하나 가득 귤이 7위안이다. 시장을 구경하던 아이들이 꼬소한 냄새가 난다고 찾아간 곳은 바삭하고 맛난 중국식 부침개 지엔빙(煎饼)이였다.
원하는 대로 동전을 내면 커다란 부침개를 잘라서 주는데 우리는 3위안 치를 샀다. 뜨끈하게 바로 부쳐 내서 꼬숩기가 기가 막히다.
오히려 중국생활 20년인 남편은 잘못 먹으면 배탈이 난다고 조심하라지만 우린 이런 중국식 주전부리가 즐겁기만 하다. 중국에서만 자란 두 아이는 한국말을 하며 중국음식으로 추억을 만든다.
나는 어려서 엄마 따라 시장귀퉁이에서 맛봤던 호떡이며 순대며 떡볶이의 추억을 바이조우와 요우티아오 지엔빙으로 우리만의 소울푸드라고 즐기고 있다.
상하이에 사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라 말해주며 말이다. 다가오는 겨울이 반갑지는 않지만 요런 소소한 재미로 겨울쯤이야 싶은 마음, 바로 차이니스 스타일로 즐기는 나의 소울푸드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