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정부-네티즌 지니계수 수치 해석차로 설전 벌여
중국의 빈부격차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와 관영언론은 “중국의 실제상황과 차이가 있다”며 통계상의 심각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중국은 이미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수치가 0.45에 달해 사회혼란 경계선을 넘어섰다.
◆통계국 “중국 상황 고려해야” = <중궈정취안바오(증권증권보)>는 14일 “중국 국가통계국 치우샤오화 국장이 최근 ‘중국의 지니계수는 이미 국제적 경계선인 0.4를 초과했지만 이는 중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며 ‘도시와 농촌 각각의 지니계수는 0.4보다 낮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치우 국장의 발언을 인용해 “현재의 지니계수는 중국의 도농간 격차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수치의 오류는 현재 중국의 지니계수가 0.45에 달했음에도 사회적 불안이 야기되지 않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치우 국장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중공 중앙당교 기관지 <쉐시스바오(학습시보)> 인터넷판은 15일 관영 <광밍르바오(광명일보)>의 지난 2월 14일자 기사를 게재하며 치우 국장의 발언을 변호하고 나섰다.
<광명일보>는 “한 국가의 도시화·공업화 과정 중에는 농촌 노동력과 자본이 도시로 향한다”며 “필연적으로 소득이 도시주민과 자본가들에게 쏠리게 되고 소득불평등이 심해지지만 도시화와 공업화가 완성되면 소득불평등은 해소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현재 도시화·공업화 과정 중에 있다”며 “개혁개방 이후 지니계수는 꾸준히 상승했지만 도시빈민·농촌주민의 소득도 전반적으로 제고돼 현재의 소득격차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다”고 전했다.
친정부 경제학자들도 지니계수로 중국의 빈부격차가 심각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로 경제학자 청스웨이는 최근 ‘중국경제전망국제토론회’에서 “국제적인 기준에 따른 지니계수 계산은 중국의 빈부격차를 실제보다 크게 나타낸다”며 “중국은 ‘도농이원경제’를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는 무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개방의 이론을 제시한 경제학자의 하나인 리이닝 교수도 “도시와 농촌의 빈부격차를 함께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네티즌, 정부·관변학자 비난 = 하지만 네티즌 논객과 일반 시민의 입장은 정부나 관변 학자의 견해와 다르다.
필명이 ‘라오쥬’인 한 네티즌 논객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통계국장은 0.45에 달했어도 중국에서 사회적 불안정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중국 인민은 자신의 배만 부르면 아무런 불만도 제기하지 않아서 세계에서 가장 다스리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통계국은 통계 수치만을 제시해야지 통계를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통계국장이 통계 수치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는 것은 통계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릴 뿐이다”고 말했다.
한 익명의 네티즌은 “우리나라(중국)가 남미 국가의 길을 걸을까 정말 두렵다”고 이 글에 댓글을 달았고 ‘라오쥬’는 “중국은 이미 남미의 길을 가고 있다”고 답했다.
베이징대 재학중이라고 밝힌 즈링은 15일 <청두상바오(성도상보)> 기고문에서 “중국의 지니계수를 도시와 농촌으로 나눠 계산하면서 ‘도·농이원경제’를 주장하는 것은 그 같은 경제구조가 합리적임을 인정하는 것이다”며 “인위적이고 제도적인 차별인 도·농이원경제구조를 인정하는 것은 지니계수가 경계선을 초과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도 빈부격차 심각성 감지 = 정부 측이 지니계수상의 위험신호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정부가 빈부격차 자체의 심각성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공산당 정치국은 지난달 25일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분배구조를 개혁해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당 정치국은 소득분배구조개혁을 위해 △저소득자의 소득수준을 높여 중산층 비중을 높이고 △고소득자 통제와 불법소득 단속을 강화하며 △공무원 보수도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또 퇴직자들의 수당과 각종 보조금, 빈곤층 지원금을 인상해 저소득자의 생활수준을 높여갈 예정이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빈부격차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이유는 빈부격차가 사회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경우 공산당의 집권을 위협하는 정치적 위기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책연구기관인 노동임금연구소 쑤하이난 소장은 지난해 8월 “만약 향후 5년 내 유효한 대책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빈부격차는 ‘빨간불’ 위험수준에 이를 것이다”며 “2010년 이후에는 빈부격차가 사회불안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