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컬 유치원 적응 메시지
둘째 아이는 로컬 유치원을 선택했다. 어지간히 중국어를 할 줄 아니 잘 적응하겠지 했는데 규율과 단체를 중요시하는 로컬 유치원 생활을 낯설고 두려워했다.
“엄마, 라오스가 난 중국 사람이래. 중국에서 살고 중국 공부하니깐 중국 사람이래. 엄마 나 중국 사람이야 한국 사람이야?”
막 로컬 유치원에 입학한 둘째 아이의 질문에 멈칫!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출생 신고만 한국태생이지 ‘메이드 인 본차이나’인 둘짼 한국 사람이기도, 중국 사람이기도 했다. 쉽게 받아주지 않는 중국친구들의 반응도 힘들었겠지.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거나 단체 활동에서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덥석 안아 데리고 오고 싶은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 ‘중국에서 살고 중국공부를 하니 중국 사람이다’라는 말은 태생의 낯섦이 아닌 학교에 적응하느라 처음 겪는 것으로 이해되며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다.
“베티~ 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유치원엔 들어가 보지도 못했어. 한국 사람은 안 받는다고만 하네.”
로컬유치원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 지인에게 미리 알려줬던 정보와는 다른 얘기에 나 또한 놀랐다. “입학생 부모님의 인성이 어떤지 우선 궁금해요~마마빠바가 좋은 인성을 가진 부모라면, 우리 유치원의 방침에 잘 따를 사람이라면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소문으로만 들었던 어느 로컬 유치원과 어느 로컬학교는 한국학생을 받지 않겠다는 말이 일부분 사실이었다. 문제는 꾸준하게 한국식으로, 한국에서 배우고 듣고 바라던 환경을 요구한다고 한다. 급식으로 나오는 로컬음식을 문제 삼고, 개인이 아닌 단체위주의 생활도 문제를 삼거나 때론 내 아이가 좀 더 우대받길 원하는 등등….
나도 로컬 학교환경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나도 처음 겪는 교육환경에, 섣불리 안쓰러운 감정으로만 아이를 대할 수 없었다. 모르면 라오스에게 직접 물어봤다. 극성맞을 정도로 교육에 열성인 중국부모들 사이에서 애쓰던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언제부턴가 학교 측도 우리를 배려해 줬다. 유치원에서도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어려운 점은 없는지 학과 커리큘럼이 어찌 변하는지 어떤 점을 챙겨야 하는지도 알려주었다.
한국아이 안받겠다는 로컬 유치원에 아이를 꼭 보내고 싶은데 어찌하면 되겠냐는 이웃의 질문에 ‘매일 아이를 데리고 찾아가라’고 했다. 매일 찾아가 원장님을 만나고 싶다고 얘기를 하고 꼭 다니고 싶다고, 유치원의 연락을 기다리겠다고 말하라고 했다. 그게 무슨 방법이냐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아인 유치원에 다닐 수 있었다.
나 또한 한국에서 30년 넘게 잘 배우고 좋은 직장 다니며 살았는데 중국에 온 순간부터 말도 글도 모르는 ‘팅부똥, 칸부똥’이란 현실이 충격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 두려운 것에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부모의 모습은 분명 아이에게 큰 가르침이 될 것이라 믿고 10년을 살았다. 10년이란 중국생활이 딱 일 년 전 같이 느껴지는 것도 불편한 긴장감 때문일지 모르지만 세상에 만만한 게 어디 있을까 싶다. 여전히 ‘세상의 전부인 엄마’ 품에서 믿고 웃고 편안해 하는 내 아이를 보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로컬 유치원 선택 포인트>
중국은 인구의 70%가 맞벌이다 보니 걷기만 하면 유치원에 보내는 경우도 많다. 유치원은 곧 학교 입학과도 연관이 많은데 대체로 로컬소학교도 시험을 보거나 면접을 통해 이뤄지다 보니 유치원에서의 생활과 학습결과가 소학교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말과 중국어가 섞이는 등 아이도 언어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 가지 언어의 중심이 잡히면 해결되기도 한다. 꾸준하게 한글 공부를 시키고 우리말도 놓치지 않게 신경 쓰는 게 중요하다.
로컬유치원을 선택 할 땐 꾸준하게 다닐 곳으로, 초등학교 입학과 연결시켜 공부시킨다는 생각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듯. 유치원도 학교도 4월~5월 중에 바오밍(报名)을 한다. 겨울방학 즈음에 미리 원하는 초등학교를 선택해 라오스와 상담하거나 미리 아이와 함께 학교를 방문해보는 것도 학교선택에 도움이 된다.
▷Betty(fish7173 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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