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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00호 인터뷰]중국 최초 한국 여성 기장 조은정

[2013-04-05, 23:02:31] 상하이저널
[지령 700호 특집]
그녀의 꿈과 도전… 中国은 나의 무대
① 중국 최초 한국 여성 기장 조은정
② 중국 진출 1호 한국슈퍼모델 박은솔
③ 상하이TV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이현
④ 무디스 홍콩지사 애널리스트 원소영
 

캡틴 Cho, 중국 창공을 누빈다
 
-중국 최초 한국인 여성 기장 조은정
 
보통 ‘꿈’하면 ‘장래희망’을 떠올린다. 그래서 “꿈이 뭐니?”라고 묻기 보다 “뭐가 되고 싶니?”라고 한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꿈은 ‘이룬다’기 보다 ‘되는 것’으로 인식됐다. 꿈나무 시절을 지나면 이 질문도 끝이다. 성장판이 닫힌 20대 취업준비생에게 꿈을 묻는 건 실례다. 일단 뭐든 돼야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자나이 29살에 꾸는 꿈은 안정감 있는 30대, 심신안정을 위한 재력, 안정의 결정판 결혼! 이 나이엔 궤도 밖의 꿈은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평화 안정 수호’를 부르짖게 된다.

“시도해 보기 전에는 결과는 아무도 몰라요. (나이는)늦었지만 (도전은)늦지 않아요. 자기 자신과 자신의 꿈을 믿어보세요. 저도 할 수 있었던 일인데 여러분도 할 수 있죠.”

29살에 파일럿의 꿈에 도전한 지샹(吉祥)항공 조은정 기장(42). 그녀의 파일럿 도전기는 감동이다. 꿈을 이루겠다는 열정이 성실과 노력을 만나 이뤄낸 결과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다. 중국에서 비행의 꿈을 이룬 파일럿 조은정을 쉬자후이(徐家汇)에서 만났다.
 
방송에서보다 실물이 2.5배는 예쁘다. 파일럿이 워낙 남성성(性)이 강한 직종이다 보니 미모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나 보다. “화면발이 안받아요~” 아쉬움을 토로하는 그녀, 여자다. 브런치를 나누며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 속으로 빠져들었다.
 
 

‘열정’이 멈추면 도전도 없다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생각은 ‘열정은 천성이구나’다. 그녀 역시 태생적으로 내면의 열정이 가득한 사람인 듯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를 여의고, 6남매 중 늦둥이 막내로 자라다 보니 바로 윗 형제지만 터울이 커 혼자서 고민하고 스스로 결정해야 했던 성장기를 보냈다. 대학 진로부터 직업선택까지 그녀는 치열했다. 뼛속 깊이 자기애(愛)로 무장된, 인생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타고났다.

“역마살인가 봐요. 외국에서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대를 졸업했지만 호텔리어가 되고 싶었고, 막상 근무해보니 해외로 나갈 확률이 낮다는 걸 알게 되자 자연스럽게 또 다른 꿈을 찾게 됐죠.”

열정이 없으면 도전도 멈춘다. 사실, 누구든 꿈을 꿀 수 있다면 이룰 수도 있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는 말처럼 꿈꾸지 않으니 이룰 수 없을 뿐.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고자 애썼다. 그리고 그것을 찾았을 때 고민은 했지만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다.

“안돼도 내가 원하는 대로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서 노력할 때 내 온 힘을 다할 열정이 솟아나온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하고 싶은지 아닌지의 문제라고 믿었어요.”

최근 한국언론이 그녀를 조명하는 것은 ‘중국 최초 한국인 여성 기장’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다. 하지만 더 주목할 것은 여자나이 29살에 파일럿이라는 꿈을 꿀 수 있는 열정이 아닐까.
 
 
 
새로운 도전에 ‘성실’은 기본

미대졸업-일본유학-호텔리어-대사관근무-미국유학-파일럿로 이어지는 그녀의 행보는 유복한 환경에서 누려 온 여유로 느껴진다. 잘 깔아놓은 배경에 자신의 노력을 살짝 얹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걸어올 수 있었던 길처럼 보인다. 그녀의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것이다. 그녀는 경기도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A~Z까지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해야 했던 환경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성실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안됐다.

“학창시절 12년간 개근상을 받았어요. 동네 이름도 ‘산촌리’인 경기도 이천에서 왕복 1시간 거리의 초등학교를 아파도 꼭 갔어요.”

우등상보다 개근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학교와 달리 사회에서는 때론 개근상이 우등생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녀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 중국 항공학교 비행교관시절, 오전 오후 교대해도 되는 곳인데도 아침 6시에 출근해 밤 10시 넘어 퇴근했다.
 
일이 좋아서도, 월급을 많이 줘서도 아닌, 그저 학교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조금이라도 비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녀의 성실함을 눈여겨 본 학교에서는 전례없던 ‘우수 교관 표창장’을 만들어 첫번째 수상자의 영예를 안겨줬다. 언제 어디서든 그녀에게 성실은 기본이었다.
 
 
끝없는 공부, 중국어를 못하면 그저 외국인일 뿐

그것이 어떤 꿈이든 목표가 생기면 그녀는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녀의 끊임없는 노력은 기회를 만나면 항상 상상 이상의 결과를 낳았다. 특히 어학! 중국에 사는 교민들의 영원한 숙제인 어학공부는 캡틴의 자리에 오른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일본어는 유학을 통해 얻어냈지만, 호텔리어가 되고, 미국 대사관에서 대사 비서로 일할 때까지 영어권에서 생활해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언빌리버블이다.

여고시절 영어에 흥미를 가졌던 그녀는 88올림픽 때 우연히 본 배우 같은 40대 외국인 남자에 반해 펜팔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 IT기업의 주재원이었던 그와 펜팔로 다져진 영어실력은 대학에서 학점으로 빛을 발했다. 비록 실패의 쓴맛을 봤지만 승무원이 되기 위해 영어공부에 몰입했었고, 호텔리어를 목표로 꾸준히 어학공부를 했다. 그 후 다시 미대사관 입사 조건에 맞는 영어실력을 갖추기 위해 호텔에 근무하는 동안 매일 아침 7시 영어학원을 다녔다. 그러기를 7개월, 결국 미대사관 대사 비서로 입사, 또 해낸 그녀!
 
 
 
중국어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본격적인 비행공부를 하는 동안 학비와 생활비가 부족해서 선택했던 중국행, 그녀는 내몽고 바우터우(包头) 항공학교에서 비행교관을 하면서 영어로도 지장없이 교육을 할 수 있었지만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지샹항공에 입사했을 때 그녀는 회사 창립 1주년 행사에서 서툰 중국어로 무대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중국회사에서 일하는데 중국어를 하지 못하면 그저 외국인이라는 느낌밖에 주지 못할 것 같았어요. 회사 동료에게 내가 그들과 함께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죠. 그들에게 거리감을 갖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녀는 말한다. 준비가 되어 있으면 기회가 왔을 때 자신 있게 도전할 수 있다고, 준비는 두려움을 막아주는 예방책이며 어려움에서 건져주는 해결책이다. 그리고 기회를 가져다 주는 행운이라고….
 
 
 
늘 기회는 ‘사람’으로 찾아왔다

준비된 파일럿 조은정에게 늘 기회는 ‘사람’으로 찾아왔다. 그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주변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번 놀랐다. 우연히 찾아온 사람(기회)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도 그녀의 능력이구나 싶었다.

미술전공한 그녀의 습작_엔젤 에어라인
미술전공한 그녀의 습작_엔젤 에어라인
 호텔에 근무할 때 후광을 드리우며 나타난 미국 여성 기장 제니스 스킬라(Janis Skliar). 남자 부기장들을 거느리고(?) 당당히 들어서는 스킬라를 본 순간 그녀는 ‘유레카!’를 외쳤다. 스킬라는 그녀를 파일럿으로 안내한 인도자인 것.

“파일럿이 되어 그 분을 찾으리라 마음먹었어요. 5년 뒤 지인을 통해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 편지를 보냈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5년 전 기장님을 보고 파일럿의 꿈을 꾸게 됐다고, 지금 그 꿈을 키워가고 있다고….”
 
그리고 또 2년 후 정확히 7년만에 상하이에서 만나 이산가족을 상봉한 듯 밤새 이야기 나눴다고 한다. 아직까지 그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

스킬라처럼 기회는 찾아와 주지만은 않는다. 미국 항공학교시절, 그녀는 비싼 학비 때문에 최대한 빨리 항공사에 입사를 해야 했다. 그래서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여자교관 나탈리 버만(Nathalie Berman)을 선택했다. 혹독한 과정을 겪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나탈리를 택한 것에 발등을 찍기도 했다고.
 
처음으로 교관에게 대들었던 날, “우리 여자들은 남자와 똑같이 해서는 경쟁할 수 없어. 남자보다 더 잘해야 선택될 수 있는 거야!”라며 나탈리도 함께 울었던 일화를 얘기한다. 그녀는 파일럿이 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묻는 질문에 그 시절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힌다.

88올림픽이 맺어준 펜팔친구인 제임스 베어(James Bare) 역시 그녀에게 도전의 용기를 준 분이다. IT기업에 종사했던 그는 50대에 한의대에 입학해 ‘도전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줬다는 것. 또 미대사관 근무 당시 오산 미공군부대에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준 허버드(Hubbard) 대사 부부, 내몽고 교관시절 제자였던 장밍(章明)은 지샹항공사 입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은인이라고 소개한다. 그녀에게 기회를 준, 아니 그녀가 기회로 잡은 인연들이다.
 
 
 
그녀의 다음 꿈

파일럿 조은정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들은 평생 한번 도전해서 성공할까 말까 한 다양한 직업을 가져봤다. 일본-미국-중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겁먹지 않았고, 전환이 필요하다 생각하면 열릴 때까지 두드렸다. 오히려 변화 과정을 즐겼는지도 모른다. 41살에 이룬 캡틴의 꿈, 항상 가슴속에 어떤 꿈이든 간직하며 살아왔던 조은정 기장, 그녀의 다음 꿈이 궁금했다.

“파일럿으로 정년의 나이까지 공부하면서 관계도 쌓고, 내가 가진 여러 능력으로 한중 교류와 발전 등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아직은 막연하지만 동북아시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일, 높게 잡으면 주중한국대사죠.”

 
살짝 웃어 보이며 쑥스럽게 말했지만 그녀는 정말 해낼 것 같다. 파일럿을 꿈꾸기 시작하면서 100명의 파일럿에게 메일을 보냈던 것처럼 그녀는 다음 꿈을 위해 또 다른 무언가를 준비할 것이다. 운명처럼 선택했던 중국에서 이제 새로운 꿈을 꾸는 그녀, 새 꿈을 꾸면 열정도 더욱 강해지는 캡틴 조, 2030년 주중한국대사 조은정을 다시 만날 것 같다.

▷고수미 기자

 
조은정(Anjie 趙恩淨)
조은정(Anjie 趙恩净)
 
29살 나이에 파일럿의 꿈에 도전한 조은정 기장(42). 한양대 미대를 졸업하고 일본유학을 거쳐 서울 힐튼호텔에서 호텔리어로 근무했던 그녀는 국내에서 비행공부를 할 수 있는 오산 미공군부대에 출입하기 위해 31살에 주한미국대사관에 입사한다. 3년 후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 미국 항공학교에 입학해 1년 반 후, 다시 비행교관으로 중국행, 그때 나이 36살이다. 파일럿 꿈을 꾸기 시작한지 8년만인 37살에 중국 지샹(吉祥)항공에 입사했고, 41살에 캡틴이 되었다. 그것도 ‘중국 최초 한국인 여성 기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에어버스320을 조종하며 드넓은 중국 창공을 누비고 있다.
 

스물아홉의 꿈 서른 아홉의 비행
-파일럿 조은정의 꿈을 이루는 법
호텔리어에서 파일럿이 되기까지 10년간의 아름다운 도전을 책으로 펴냈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파일럿을 꿈꾸는 후배들, 파일럿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항로를 이탈하지 않고 찾아가도록 조언해주고 있다.
(조은정 저 | 행성: B잎새 | 2013년 3월)
 
지난 4월 1일 꿈꾸는 바나나합창단 월드샤프(cafe.daum.net/worldsharp21)의 홍보대사로 위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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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견 수 3

  • 아이콘
    기러기 2013.04.07, 12:55:38
    수정 삭제

    한국에도 여성기장이 있나요? 대단하네요

  • 아이콘
    neonew 2013.04.08, 16:01:53

    한국에는 이미 있지 않았을까요?
    이 분은 중국항공사에 최초 기장일뿐... ㅋ

  • 아이콘
    교민케이 2013.04.08, 16:05:04

    조은정 기장님 멋져요!!!!!!
    온스타일 마이퀸,,,김미경 쑈!!! ,,, KBS 100℃ 강연,,,아침마당에도 나오고...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도 곧 나온다는...

    상하이에서 하는 강연도 기대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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