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이혜순 교장의 리더십 이야기
상해한국학교에 새로 부임한 이혜순 교장을 만나기 위해, 필자는10년 만에 교무실 문을 두드렸다. 짬 내서 쉬어도 되는 인생의 여울길에서, 이혜순 교장은 이국에 모험을 하러 왔다.
“남자도 버티기 드세고 험한 곳인데. 하물며, 여자 교장이……라고 우려를 표하더라구요. 속상했지만, 저는 부임하기 전 자신이 있었어요. 한국에서 교장을 해본 경험도 있고, 평가도 잘 받았죠. 아무리 적응하기 팍팍한 곳이라 해도, 학생을 위해서 일한다면, 학부모, 학생, 교사 모두가 꼭 제 노력을 알아 줄거라고 믿어요” 경험이 풍부하고, 좋은 결실을 맛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라고 할까. 이혜순 교장의 믿음은 칼리 피오리나의 말을 연상시켰다. “여성, 남성보다는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가 중요하다.”
얼마 전 한국학교 입학식이 있었다. 애국가 제창 도중 학생들이 웅성웅성 떠들기 시작했고, 갑자기 애국가 제창이 멈췄다. 입학식 분위기를 깨뜨린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고, 애국가 제창을 하겠다는 이혜순 교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것은 좋지만, 진중한 태도를 취해야 할 때, 자기를 조절할 줄 아는 학생들이 됐으면 해요. 학부모와 외부 손님이 있어도, 가르칠 건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며 “‘교실붕괴’라는 말까지 붉어지는 이 시대에 교실을 바로 잡으려는 교사의 부재는 희망이 없는 것과 같아요. 학생이 학업 분위기를 망치면, 바로잡아야 해요.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꿋꿋이 원칙을 고수하고 가르치면, 학생들도 따라줘요. 안 되는 게 아니라, 시도를 안 했기 때문이죠”라고 말을 이었다. 이혜순 교장의 교무를 볼 때의 자상함은 ‘원칙’이라는 잣대 뒤에 숨어버리고 엄격한 리더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바야흐로 ‘여인천하’의 세상이 돼가고 있는 지금,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리더의 자리에 서려면 남자보다 두 배의 능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보여줬던 전략이 필요해요. 다른 재벌2세가 골프를 치고 파티에 참석할 때 이건희 회장은 지독한 공부를 했어요. 남들과의 경쟁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려면, 남들처럼 놀 수 없어요. 장학사 시험을 치를 때,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을 돌보고, 새벽부터 집중을 바짝 해서 공부했어요.” 목표달성을 위한 시간관리가 관건이라며 이혜순 교장은 “자기개발의 시간을 확보하는 게 진정한 전략이에요”라고 조언한다. 또 “신문은 물론 인터넷도 꼼꼼히 챙겨 봐요. 시대흐름을 읽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하죠. 고리타분하게 옛날 사고 방식에 구애된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맞추기 어렵죠”라며 끊임없는 공부로 자기를 발전시키는 게 ‘리더’만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혜순 교장의 리더십 이야기 속에는 할로넨도, 파우스트도 피오리나도 있다. 세계 각지, 사회 각기 다른 분야지만 똑같이 여성의 파워가 발휘되고 있는 요즘, 여성들은 더 분발하라, 여성의 힘이 더하여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질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