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꿈과 도전… 中国은 나의 무대 ⑤
‘깡’으로 이룬 ‘꿈’ 중국에서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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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이자 유일한 중국공인회계사 '양해숙 회계사'(PwC차이나 한국부) |
'회계사'는 고객의 재무상태를 한눈에 보이도록 정리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자금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판단하고 상담해준다. 회계를 모르면 회사의 돈이 어떻게 흘러갔고, 어떻게 수익으로 돌아왔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러나 ‘회계’하면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부터 앞선다. 특히 숫자 울렁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숫자와 표로 가득한 '회계학'은 정이 가지 않는 학문 중 하나다. 그렇다보니 ‘회계사’하면 셈이 빠른 스마트한 두뇌는 물론 ‘꼼꼼’, ‘딱딱’, ‘깐깐’ 이러한 연관 의태어가 떠오른다.
한국인 최초로 중국공인회계사(CICPA) 자격증을 취득한 양해숙 회계사(35). 그녀는 여기에 ‘깡’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중국어 전공자도, 중국 유학생도 아닌 그녀의 중국공인회계사 자격증 취득기는 그녀의 기질과 근성이 타고난 ‘깡’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중국어회화 초보가 노린 중국공인회계사
“대학졸업 당시 중국은 한참 떠오르고 있는 나라였죠. 주변의 권유도 있었지만 중국에서 꿈을 펼치고 싶었어요. 중국공인회계사(CICPA) 자격증을 따겠다는 일념으로 베이징으로 향했고, 이때부터 오랫동안 나와의 싸움이 시작된 거죠.”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회계분야에 관심을 둔 그녀에게 “중국에서 도전해보면 어떻겠냐”는 중문과 교수의 권유가 그 출발이다. 그녀는 곧장 중국어 회화학원에 등록해 두달간 중국어 공부에 몰두했다. 틈틈이 교육방송채널에서 중국어를 익혀갔다. 그러나 중국 회계관련 공부를 한국에서 하기가 쉽지 않자,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고작 두달간의 중국어 회화실력은 현지에서 통할 리 없었다.
성격 급한 그녀는 중국어를 마스터하고 회계공부를 하느니 아예 한꺼번에 해야겠다고 맘먹었다. 베이징에 유학온 한국학생들 수학과외비를 모아 회계전문학원에 수강신청을 한 후 무슨 말인지도 모를 중국어 회계수업을 매일 9시간씩 듣기 시작했다. 평범한 공부방법은 아니다. 집에 돌아오면 녹음한 수업내용을 듣고 또 듣고, 그러기를 6개월…. 어느 날 ‘할렐루야’를 외쳤다. 방언이 터지듯 갑자기 귀가 열린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녀의 위대한 도전, 흔히들 ‘깡’라고 표현한다.
절박함 없는 새로운 도전은 쉽게 무너진다
“친구들은 회사 다니고 멋 부리고 돈 버는데, 나는 서른살 되도록 학위를 따 놓은 것도 아니고, 베이징 골방에서 뭐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수없이 들었어요. 이게 아니면 안된다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녀는 ‘포기’보다는 ‘패기’와 ‘오기’로 버티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중국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한국인이 없는 미개척분야다 보니 조언을 구할 곳도 마땅찮았다. 얼만큼 어떻게 해야 된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니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귀가 열린 후 공부에 속도를 냈다. 이듬해 2006년 다섯 과목 중 두 과목에 합격했다. “어! 되네?”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달아 매년 한 과목씩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마지막 한 과목 시험을 치르고 ‘나 이런 사람’이라며 자신있게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차이나 한국부에 노크를 했다. 당시 회사도 준비된 인재인 그녀를 놓칠 리 없었다. 이후 제도가 바뀌어 한 과목이 추가되는 바람에 작년에서야 비로소 최종 합격증을 받아냈다. 드디어 ‘중국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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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신천지에 위치한 PwC 차이나 |
이후 주변에서 쏟아지는 질문은 ‘머리가 좋은가 봐요?’다. 고개를 젓는 그녀는 지방국립대를 떨어진 경험이 있는 우등생은 아니었다고 한다. 전문대라도 가라는 엄마의 말에 발끈해 재수를 결심했고 이듬해 수능점수 100점을 올리며 이화여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당시 재수를 선택한 그녀에게 대학입학 역시 절박했었다고 덧붙인다.
자격증은 일을 위한 기본, 실무경험이 중요
2009년 4월 회계사로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전문직 여성의 꿈을 글로벌 빅4 회계법인 PwC에서 이룬 그녀다. PwC 차이나는 상하이에만 직원이 무려 2000명이나 될만큼 대규모 회계법인이다.
“그간 어렵게 공부했던 중국생활 10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어요. ‘한국인 최초로 딴 자격증인데, 이제 대박인생이 시작되나’ 싶었죠. 그런데 공부는 일을 하기 위한 것의 기본일 뿐, 실무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배워야 할 것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현재 그녀는 회계법인의 4가지 업무분야(감사, 일반세무, 관세 이전가격, 자문) 중 일반세무 업무를 맡고 있다. 클라이언트에게 도움이 될만한 자문을 할 정도의 내공을 갖추려니 자신의 지식이 미천함을 느꼈다는 것. 또 회사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이에 따라 결과도 크게 달라질 뿐 아니라 규정이 바뀌는 것에 대응해야 하므로 항상 배워야 하고 지속적인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 않고 전문가 되는 분야 없다
최근 들어 최초 중국공인회계사가 됐다는 이유로 공부방법 등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중국에서 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에서 근무하기를 꿈꾸며 자문을 구하는 유학생들에게 양해숙 회계사는 한국과 중국 회계법인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한국은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입사가 되지만 중국은 다르다. 스텝레벨은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는 일반학생을 모집한다고 한다.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관련 경험을 쌓으므로 스텝에는 회계사가 아닌 사람이 더 많다는 것. 중국에서는 5년간 스텝으로 업무를 익히면서 실력을 쌓은 후 회계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또한 자신의 목표가 취업인지, 자격증 취득인지 목표를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녀는 “먼저 자신의 ‘꼴’이 어딘지 확실하게 해야 한다. 목표가 자격증 취득이라면 강도 높게 집중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그 정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고 전문가가 되는 분야는 어디에 없다”라고 단호히 말하며 이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힌다.
▷고수미 기자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차이나 드림을 실천으로 옮기신 분이군요~!!!
중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감동적인 기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