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올해 치러진 중국의 대입시험 '가오카오(高考)'에서 랴오닝(遼寧)성 문과 수석을 차지한 박정령(朴<女+靑>玲.18)양.
박 양은 선양(瀋陽)시의 4대 명문 학교로 꼽히는 조선족 제1중학교를 지난 11일 졸업하고 베이징(北京)대 신문계열 진학을 앞두고 있는 재원이다.
26일 모교에서 만난 박 양에게 "자신만의 특별한 공부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TV도 열심히 보고 인터넷도 열심히 했다"는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박 양의 대답은 "평소 교과서를 중심으로 예.복습을 충실히 했으며 하루에 8시간씩 자면서 공부했다"는 한국식 모범답안과는 전혀 딴판이었던 것.
굳이 한국식 모범답안과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있었다면 과외 수업을 전혀 받지 않았고 밤을 새면서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뿐이었다.
박 양의 장래 희망은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어릴 적부터 TV 보기를 좋아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대뜸 우디 앨런이라고 대답했다. "왜"라는 질문에는 "작품이 아주 섬세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지닌 답변에 허를 찔린 기자가 다음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박 양은 "저 한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요"라고 툭 말을 던져 넣었다.
그리고는 "한국에서 영화나 TV 드라마 제작 쪽으로 유학을 하고 싶어요. 한국 드라마 정말 재밌지 않나요"라고 되물었다. TV 드라마 '대장금'의 열렬한 시청자였던 박 양은 지금은 '궁'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어보니 박 양의 장래 희망은 TV 드라마 PD에 더 가까운 듯했다.
사실 박 양이 영화감독을 하겠다고 하자 제일 반대한 것은 부모였다.
중국의 국영 여행사 간부로 재직 중인 아버지 박상호(朴尙昊.45) 씨는 "처음에는 딸이 법학이나 공상(경영)쪽으로 진로를 정해주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특히 박 양이 고중(고교) 3학년이 되자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해 놓고 함께 동고동락했던 어머니 장려화(張麗華.45) 씨의 실망은 더욱 컸을 법했다.
하지만 박 씨는 "굳이 하고 싶다고 하는 데 어떻게 하겠어요. 이제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딸의 선택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 더 내막을 캐 보니 박 양은 3학년에 진학한 뒤 대학과 전공을 선택할 무렵이 되자 '학업 포기'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부모의 동의를 받아내는 강단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박 양의 문과수석을 부모 이상으로 기뻐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3학년 담임을 맡았던 김영(42.여) 선생과 백성남 교장이었다.
김 선생은 "정령이는 사고능력이 뛰어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을 가졌으며 학급 토론회를 주도적으로 조직하는 등 통솔력도 뛰어난 학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