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항들이 '공노족(空怒族)'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습적인 비행기 출발 지연이 공항 측에 분노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공노족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8일 장시(江西)성 난창(南昌) 공항에서는 30여명의 승객이 보안검색대를 부수고 활주로로 돌진했다. 기상 악화로 7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에서는 교사가 항공 직원의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이 교사는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물 한 병 서비스조차 없었으며 직원들도 아무런 설명 없이 무관심한 표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승객들이 스튜어디스를 구타하는 일도 벌어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최근 두 달 동안 최소한 8곳의 공항에서 출발 지연에 항의하는 대규모 항의사태가 벌어졌다고 28일 보도했다.
항공운항 통계 사이트 플라이트스탯츠에 따르면 지난달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출발한 2만2000편 중 정시에 출발한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상하이 훙차오(紅橋) 공항은 24%에 그쳤고 50%를 넘는 공항은 중국에 한 곳도 없었다.
당국은 주요 공항의 항공편이 20~30%가량 증가한 탓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왕량 상하이 유통경제연구소 부소장은 2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항공회사와 공항, 당국의 열악한 관리가 출발 지연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 조종사는 "중국의 하늘은 인민해방군이 통제하며 민간 항공사에 소수의 항공 루트만 허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날씨가 나쁘더라도 항로를 바꾸는 등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승무원들에게 무술 훈련을 시키는 등 항공사들은 공노족들로부터 승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