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식 칼럼]
지난 한중정상회담의 성과 ‘心信之旅’와 ‘求同存异’
“박근혜 대한민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2013년 6월 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하여 중국 정부와 국민들의 성대한 환영과 따듯한 영접을 받았다.”
이 문구는 어느 신문기사를 인용한 것이 아니다.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의 서문 첫 문장이며, 또한 많은 사람이 토를 달지 않고 동의하는 부분이다. 최근 한중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성과라면 지나친 이야기일까? 중국인의 시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도 균형 잡힌 관점을 갖는 데 유용할 것이다.
心信之旅: 마음과 믿음의 여정
중국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상세하게 보도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사, 성정과정을 1면 전체로 소개하는 신문도 있었다. 중국 TV방송도 이에 못지 않았으니 직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푸대접을 받은 것에 비해서는 격세지감이 든다. 물론 중국 언론의 시각에서는 한국의 여성대통령이 과거의 관례였던 ‘미-일-중’이라는 해외순방 순서를 파격하고 일본보다 중국에 먼저 방문한 것은 여러모로 기사거리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노란색 한복을 입은 여성대통령의 자태가 붉은 색 카펫에서 선명히 드러날 때는 중국 TV방송의 카메라의 촛점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칭화대학교에서 중국의 고전인 논어과 관자를 언급하고 제갈량의 <誡子書>을 인용하여 중국어로 강연하는 모습에 환호작약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중국언론은 중국에서 ‘박근혜 선풍’이 일어났다고 다소 들떠 보도하였다. 적어도 방중의 의미로 둔 마음과 믿음의 여정, 心信之旅는 성취한 것 같다. 중국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면 이 번 방중으로 한국과 중국은 진실로 상호 소통하고 상호 신뢰의 여정으로 더욱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真诚沟通、增进互信的旅程, 신민주간 2013년 26호).
求同: 경제·문화·동북아 평화
구동존이(求同存异)는 같은 것을 추구하고 다른 것은 남겨둔다는 의미이다. 1955년 인도네시아의 만륭회의에서 주은래가 중국의 외교 노선을 표방하면서 이 말을 써서 유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부 중국 언론은 한중정상회담의 성과를 구동존이라는 말로 요약하였는데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큰 것 같다.
그렇다면 한중 양국에게 무엇이 같은 것이고 무엇이 다른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의 성과를 정리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 잘 나타나 있다. 한중 양국의 이해와 관심이 일치하는 부분은 경제, 문화와 동북아 평화 분야이며 여기서는 ‘고수의 추임새’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양국간의 최대 현안인 한중FTA 협상에서 양국 정상은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FTA 체결’에 합의하였다. 이 대목에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의 해당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양측은 실질적인 자유화와 폭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한중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양측은 모델리티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평가하고, 한중FTA 협상팀이 협상을 조속히 다음 단계로 진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제 한중FTA 체결은 현실의 영역으로 넘어온 것 같다. 일각에서는 3년 내 한중FTA가 체결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니 이제 우리 기업도 실무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存异: 북한 핵문제
이번 방중에서 한중 양국은 무엇을 다른 것으로 남겨두었는가? 대표적인 것이 북한의 핵문제인 것 같다. 우선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의 해당 부분을 살펴보기로 하자. 중국은 한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화답하였다. “한국 측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을 설명하였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을 환영하고, 남북관계 개선 및 긴장 완화를 위하여 한국 측이 기울여온 노력을 높이 평가하였다” 이는 한중 양국간에 한반도 평화에 대해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한국 측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이와 관련, 양측은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였다.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의 안정 유지가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위하여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선언함으로써 한중 양국이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국내 언론에서는 이 부분을 크게 문제 삼았는데, 특히 북한 핵무기라 하지 않고, ‘유관’ 핵무기라 하였고,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고 한 점은 중국 측 입장이 관철된 것이라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할 때 시종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중국 측 입장을 대변하였다고 한다.
구동존이(求同存异), 즉 ‘같은 것을 추구하고 다른 것은 남겨둔다’는 전략은 입장과 이해가 서로 다른 국가 사이의 외교에서 취할 것 같다. 북한은 중국에게는 ‘전략적 자산’과 ‘전략적 부담’이라는 양 가치를 갖는다. 물론 최근에는 북한 3차 핵실험으로 중국에게 부담의 절대치가 자산의 절대치보다 크게 느끼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북한은 중국에는 여전히 전략적 자산으로 훌륭하게 구실하고 동북아정책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지렛대 구실을 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1961년 북한과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 원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조약이 아직은 문서상으로 유효하지 않은가! 이 낡은 조중 조약에는 일방이 무력 침공을 당하거나 전쟁 상태에 놓이면 상대방이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쌍방이 수정 또는 폐기할 것에 합의하지 않는 한 조약은 계속 유효하도록 돼 있다. 한중간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