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귀의 건축 이야기]
상하이 건축의 세계화
지금 상하이에는 그야말로 전 세계 건축인들의 각축전이 열리고 있는 듯하다. 세계적인 유명 설계집단들이 상하이에서 그들의 실험적(?) 정신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새 도시개발과 맞물려 쏟아지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전 세계 건축 전문가들을 매료시키고도 남을 만 하다.
최첨단의 건축기술, 가장 적나라한 상업성, 그리고 21세기의 지속적 건축 대안이라는 에너지 절약형이나 친환경건축의 개념까지 그 건축적 카테고리는 마치 전 세계의 유수 건축을 한데 모은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지난 2005년 연말, 비즈니스위크지는‘중국, 신 건축의 기적’이란 제목의 기사와 함께 10개 건축물을 소개했는데, 대다수가 현재 건설 중이거나 예정된 것들로서 주로 외국계 설계 회사가 설계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헤르조그,스위스), 베이징 국제공황(노만 포스터,영국), 만리장성 주거(한국(승효상), 일본(시게루반), 중국, 싱가포르,등 아시아의 12명 건축가), 베이징 CCTV사옥(램쿨하우스,네덜란드), 베이징 국립수영센터(오브어럽,영국), 베이징 MOMA(스티븐 홀,미국), 베이징 국립대극장(폴 앤드류,프랑스), 상하이 세계금융센터(KPF,미국), 상하이 동해대교(종티에, 중국), 그리고 상하이 동탄지역 생태개발 계획 등이 목록에 들었다.
철새 도래지와 갈대 집으로 유명한 동탄 총밍따오(崇明島)에 건립될 생태도시의 기본계획은 영국계 다국적 설계엔지니어링 집단인 ‘어럽(Arup)’이 주 역할을 맡아 진행하였는데, 특기할 점은 그들이 전문설계집단이 아니라 구조설계사라는 점이다. 이는 최첨단의 생태공학적 건축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의도인 듯 하나, 한 도시의 개발이 첨단 기술만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2040년에 완공될 이번 동탄 총밍따오의 신도시 개발은 약 5만 명의 주민이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의 큰 매력은 삶의 다양성과 여러 시간이 얽혀있는 복잡성에 있다. 일본건축가에서 영국계 구조설계사까지, 언뜻 보아 여전히 다채로운 새 도시계획이 도시의 미래를 무척 궁금하게도 만들지만, 몇몇 유명인과 관치에 의해 주장되고 계획되는 도시 시민들의 삶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는 의문이다. 2040년이 되면 이제 총밍따오에서도 갈대 집을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이란 게 단지 우리가 그렇게 인식할 뿐, 그들에겐 무척 자연스러운 삶의 형태이지 않았을까?
2040년 그들은 총밍따오에서 삶의 터전을 잃고, 우리는 철새와 함께 살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상하이의 더 많은 지역이 전세계의 첨단 건축개념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역성이 지워져 버린 도시의 세계화는 삶의 터전이 유행을 좇는 패션으로 전락해버릴 수 있는 위험이 내포돼 있다. 생태란 첨단의 유행이나 기술을 좇아 가는 것이 아니라, ‘원래’를 소중히 여기며 회귀로 향한 도시의 반성을 요구할 수도 있다. 어쩌면 현재의 총밍따오의 갈대 집이 영국의 구조설계사가 제안한 총밍따오보다 훨씬 더 생태적이지는 않았을까.
▷ 김승귀(건축비평가)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