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양쪽 어깨에 쏘시지를 달고 다니네!”
“아! 깜짝 놀랐네. 거울에 비친 다리가 내 다리인 줄 알고….”
너무 더운 날씨 탓에 민소매 티셔츠에 짧은 반바지 차림의 나를 딸아이가 놀려대며 하는 말이다. 작은아이도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엄마는 왜 자꾸 살이 찌는 거야?”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이게 다 너희들 키우느라 생긴 스트레스 살이라는 거야. 난 뭐 태어날 때부터 이런 줄 아나 보네. 나도 30대 초반 까진 날씬했었어. 옛날 너희들 어릴 적 사진 보면 알잖아. ‘말로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모로코 속담도 있다는데, 좀 예쁘게들 말할 수 없니?
“그래도 엄마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얘기해 주는 사람은 우리들 밖에 없을걸요?”
돈여사! 돈여사! 연신 불러대며 살 빠져라! 살 빠져라! 팔뚝살을 꼬집듯이 비틀어댄다. 이래야만 살이 빠진다면서. 아프다는 내 말에 날씬해지려면 이 정도의 고통은 당연한거라며 더 힘껏 살을 비틀어댄다.
매달 찾아와야 하는 마법도, 요즘은 주기가 두 달로 벌어져가고 있고, TV에선 우리가 살아가면서 피해갈 수 없는 3가지가 기침, 사랑, 그리고 갱년기 여성들을 괴롭히는 고질병, 퇴행성관절염이라고 얘기하는 말들이 자주 들린다. 정말이지 복부비만이 시작되면서부터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뻐근해지고, 어딜가도 앉을 자리부터 찾아댄다.
어떨 땐 조금만 과식을 해도 숨이 차고, 윗배까지 팽만해져서 어쩔 수 없이 허리끈을 살짝 풀고 있기도 한다. 그것으로도 해결이 안되면 소화제의 도움을 빌 때도 있고. 이러다 보니 가방 속엔 상비약이 항상 들어있다. 두통약, 소화제, 알러지약…. 어쨌든 애들이 놀리려고 하는 말들이 다 어느덧 진리가 되어버렸다. 돈~ 여사!
집안 식구들 모임에 가면 자신이 제일 뚱뚱하다며 열심히 운동을 하는 이도 있다. 자주 만나는 우리들 눈엔 전혀 뚱뚱해 보이지 않는데도 상대적인 비교 때문에 자신은 뚱뚱보로 인식될 수 밖에 없노라고.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운동을 해서 2kg을 감량해서 시댁에 들렀는데도 자신은 여전히 뚱뚱보였노라고. 시어머니에겐 너무 큰 옷이 자신에겐 딱~이라며, 예쁘게 입고서 열심히 몸을 흔들어대며 뛰고 있는 모습을 뒤에서 보자니 나도 몰래 입가에 웃음이 났다.
늘 만나 운동하는 우리들은 이런 사소한 살에 대한 얘기들로도 서로에게 엔도르핀을 선사한다. 서로서로에게 우리가 이 나이에 가지고 있는 살들은 우리의 인격이기도 하다면서 위로를 해본다. 돈여사면 어때? 지금, 웃으면서 뛰고 떠들어대고 있는 이순간이 행복인 것을…
살을 좀 빼볼까 하고 오랜만에 줄넘기를 했다. 본래 운동에 소질이 없기는 해도 난 그나마 줄넘기만큼은 잘하는 편이다. 처음엔 연속적으로 30개 조차도 하기도 힘들었다. 이전엔 100개는 거뜬히 했었는데. 옆에서 딸아이가 1000개는 해야 효과를 보지 하며 부추겨댄다. 숨이 차고,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게다가 다리는 자꾸 뻐근해지면서 굳어지고…. 그래도 보태고 보태서 1000개를 채웠다. 뿌듯했다. 내일도 해 볼까 계속하면 살이 좀 빠지려나? 줄넘기만한 전신 운동도 없다는데… “아, 더워! 찬물에 샤워를 해야겠다.” 무심히 던진 말에 딸아이가 또 반응을 했다. 운동하고 나선 땀이 마르고 난 뒤에 따뜻한 물로 샤워해야 한다고.
꽉~끼는 옷이 불편해지고, 하이힐 신기가 힘들어지면서, 어느 듯 내 몸은 두루뭉실한 갱년기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거울에 비춰지는 날로 날로 불어만 가는 내 팔뚝이며, 허벅지, 종아리살이 울퉁불퉁 볼품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이들이 불러주는 돈~여사! 라는 호칭이 싫지만은 않다. 악의가 섞인 말이 아니고, 나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말이기에…
용돈이 필요할 때도 아이들은 돈여사 ! 돈여사! 를 불러댄다. 물론, 이 번엔 좀 부드럽게, 애교섞인 목소리로… 이래저래 난 돈여사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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