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중국학교
해외에 사는 선택이 부모의 선택이었으므로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초등학교까지는 모국어를 우선하는 교육을 택했다. 최소 초등 3년까지의 교과과정을 마쳐야 한다는 교육학자의 조언도 작용하였다. 큰 아이가 4학년이 되었을 때, 아이는 자꾸 한국에 가자 했다. 학습 능력도 뛰어나고, 나름 이 곳 생활도 즐기는 아이가 가끔씩 그러니 어느 날은 날을 잡아 아이의 맘을 길러 보았다.
아이는 누군가 “여기 얼마 살았니?”라 물어보는 게 스트레스라 했다. 제 나이만큼 살았다고 하기엔 중국어 실력이 부끄러웠나 보다. 중국에 살면서도 아이를 위한 계획에 중국 학교를 넣지 않았던 우리 부부는 아이와 함께 고민을 하게 되었다. 막상 중국학교로 전학을 하려고 보니 미처 준비하지 못한 어문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학교가 많지 않았다. 거기에 중국학교는 졸업반인 5학년엔 학생을 받지 않는다. 우리 아이는 중국 초등학교에 입학 할 수 있는 마지막 학년인 4학년 2학기로 막차를 타는 셈이 되었다.
그래도 귀동냥으로 외국 아이가 입학 가능하며 실험학교라 이름 붙은 학교가 좋다는 정보까지 얻어 두 세 곳의 문을 두드렸다. 첫째와 둘째 모두 각기 다른 학교를 다녔다. 첫째 때부터 중국 로컬학교의 문턱이 높아지기 시작한 듯하다. 다행히 큰 아이는 문턱이 더 높아지기 전 영어와 수학 점수의 가능성을 보고 받아 준 공립 실험학교에 합격을 했다.
둘째는 첫째의 시행착오를 토대로 어문을 좀 더 준비하고 선생님들이 더 인격적인 사립 실험학교를 선택했고 다행히 입학을 하게 되었다. 공립과 사립의 학비는 차이가 꽤 있었다. 공립이지만 실험학교라 그런지 선생님들 수준이나 교수법은 만족스러웠다. 지리적으로도 사는 주거지와 가까워 이 또한 감사했다.
단 하나 흠이라면 중국학교에서의 담임선생님의 중요성이다. 큰 아이 담임선생님은 어문 선생님이었다. 다른 과목 선생님들이 좋으셨음에도 담임선생님의 교수법과 인품이 별로인 바람에 큰 아이는 맘 고생한 만큼 중국어 실력에 많은 것을 얻진 못한 아쉬움이 있다.
큰 아인 중국학교만 다니면 중국어가 다 될 줄 알았던 모양이다. 첫 학기 선생님 말이 들리지 않아 스트레스로 인해 잠시 틱장애까지 앓았다. 다행히 긴 여름 방학동안 몸과 맘이 재충전 되고 두번째 학기부터 선생님 말이 들린다고 해 남은 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둘째는 사립에, 좀 더 세심하게 아이들을 이끌어 주는 선생님들과 학교 시스템을 만난 탓에 따라가기 어려운 과정을 즐겁게 겪어낸 듯 하다. 그래 가끔 큰 아이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이런 둘째가 다니던 학교도 이젠 학비가 너무 많이 올랐다.
올 여름 중3인 큰 아이는 3년 만에 중국학교 동창회를 했다. 오전 10시에 만난 아이들이 무슨 할 말이 많고 놀 게 많은지 저녁 6시가 넘어서야 헤어졌단다. 다들 훌쩍 커버린 서로를 보며 어색해 하다가 농구도 하고, 선생님도 방문하고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듯 했다.
어느 학교나 장단점이 있다. 큰 아이는 힘들었던 중국 학교 생활을 졸업하며 가장 큰 장점으로 중국 친구들을 꼽았다. 숙제량도 많고 꽉 짜인 일정 때문일지 모르지만 왕따도 없고 순수하고 다들 겸손해서 감정 소비도 없고 쉽게 어울려 놀았단다. 더불어 중국 문화와 중국어를 접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는 그 말에 울컥했다.
둘째는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 지라 중국 학교에서 다양한 친구들과 금세 친해졌다. 한국말을 잊어 버리는 현상 때문에 긴장할 정도로 중국말을 해댔다.
중국어가 조금은 자유로워서인지 중국 생활도 즐기고, 중국 가족들과 어울리는 걸 아이들 모두 좋아한다. 발음이나 성조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있는 이 곳의 삶을 즐기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미소 속에 나의 중국에서의 시간들이 녹아 있음을 본다.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하지만 현지 학교 생활에 도전하고 중국에서 한국인으로 예쁘게 커 가는 아이들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 이 또한 도전이면서 기회가 되리라 믿으며….
▷김혜경
(두 아이를 초등 4학년까지 한국학교에 보낸 후 중국학교로 전학해 큰아이는 고1, 둘째는 중1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