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중국학교
초등입학 시기에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유치원 친구들이 많았다. 많은 학부모들이 고민하고 있었지만, 큰 고민 없이 선택한 한국학교였다. 부모가 가르칠 수 있는 모국어의 깊이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했고, 한국 아이들과의 학교생활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부모와 선생님과의 막힘없는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아이의 학습 습관을 다지기에 한국학교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학 당시 내 고민은 여기까지여서, ‘초등 저학년은 일단 한국학교로!’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아이는 방학때면 개학을 기다릴 정도로 한국학교가 좋다고 했고, 행복해 보였다.
어느 날, 상하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지인으로부터 ‘누구나 탐내는 글로벌도시 상하이에서 왜 한국학교만 고집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중국어도 곧잘 하고, 독서습관이 다져진 댁의 아이 정도면 중국학교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거란 말을 덧붙여주셨다.
평소에도 갓 상하이 입성한 주재원들로부터 가끔 받는 질문이었는데, 이날은 달랐다. 저학년을 보낸 시점이기도 했고, 미국에 살았더라면 현지 교육이 당연했을 텐데, 중국에선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싶어 전학을 두고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살면서 중국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부모는 어쩔 수 없지만 아이까지 그렇게 두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2년, 좋은 대학을 목표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주길 바라는 부모의 바람으로 변화가능성이 무한한 아이에게 고요하고 안정된 ‘우물안’만을 고집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이제 출발선에 선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학교에 대한 장점과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불안감은 있는 법, 그것도 아이의 교육을 두고 도전하는 것이라 더욱 그랬다. 우여곡절 끝에 선택한 학교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시설 좋고 학풍이 좋다고 알려진 사립 실험학교였다. 명문학교를 다닌다고 해서 외국인인 우리아이가 명품학생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정통 현지식’으로 소화불량에 걸리기보다 ‘상하이 퓨전식’ 교육이 아이에게 더 맞겠다는 생각에 선택한 학교였다.
다행히 아이는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고, 전학 후 잘 적응해 갔다. 기름 많은 학교급식을 싫다고 하지 않고 한국학교와 다르다고 말한다. 엄한 선생님 얘기도 무섭다고 하기보다 규칙을 잘 지켜야 하는 학교라고 긴장된단다. 스스로 익혀가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아이들은 역시 부모의 과한 걱정을 부끄럽게 하고, 어른보다 훨씬 새로운 도전에 담대한 것 같다.
학창시절, 새로운 환경과 도전을 통해 배운 언어와 교류와 여러 경험들이 어우러져 앞으로 아이 인생에 어떤 기회로 다가올지 모를 일이다. 상하이에서 학교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런 기대감이 포함된 선택일 것이다.
▷나민주
(한국학교 3년 보낸 후 중국학교 국내부로 전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