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특성 파악 우선, 부모의 소신있는 교육관 중요
언어는 기본, 학교의 특장점 활용하고 누려야
“중국생활 10년 중 아이의 학교 선택이 가장 어려웠어요.”
현재 9학년과 7학년 두 자녀를 둔 장 모씨. “부모의 경제력, 교육관, 아이의 학습능력, 건강 상태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해 선택해야 하는 이 복잡하고도 어려운 학교 선택 문제는 고교시절 미적분보다도 더 어렵게 느껴졌다”고 토로한다.
실제 상하이에서 자녀의 학교 선택은 비즈니스보다도 복잡하고 어려운 결정이라고들 한다. 집 근처 초등학교를 배정받고 수순대로 고등학교 졸업까지 이어지는 한국과는 달리 다양한 방향의 선택의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단지 한국학교, 중국학교, 국제학교 셋 중 한가지를 택하느냐의 문제만은 아니다.
중국학교도 국내부와 국제부 중 어느 곳을? 상하이 약 15개의 국제학교 중 어느 학교를? 고민 끝에 어렵게 초등입학을 결정한다 해도 또 초·중·고 기간 어느 시기에 어떤 학교로 전학을? 상하이에서 자녀의 학교 선택은 대학입학 문턱까지 계속되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기준, 상하이 한국학부모들은 자녀를 한국학교 1100명, 중국학교 1500(상중 포함), 국제학교에 1900명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의 기로에서 숱한 고민 끝에 내린 결과일 것이다. 그들의 학교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두 자녀 모두 12년 한국학교를 보낸 최 모씨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스러워한다. “보내는 중에 수차례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한국학교도 시대에 맞게 변화를 가져왔고, 모국어인 한국어가 든든한 지렛대 역할을 한 가운데 중국어와 영어 등 외국어 실력을 닦아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학교 선택에 확신이 생겼다”고 설명한다.
중국학교를 선택한 학부모들은 중국식 교육의 어려움과 단점에도 불구하고 ‘기회’와 ‘도전’에 큰 의의를 둔다. “내가 원하는 중국 로컬교육의 목적이 바로 변화하고 소통하고 견뎌내며 크는 것이다. 그 속에서 분명 배움이 있을 것”이라는 서 모씨는 두 자녀 모두 중국학교에 보내고 있다.
그녀는 “중국이란 넓은 나라에서, 가장 세련된 융통성을 가진 상하이에서 아이에게 로컬교육을 가르치는 것에 고민은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중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아이의 정체성과 모국어는 부모가 꼼꼼히 체크하고 노력해야 할일 이라는 것이다.
반면, 비싼 학비를 지원받는데 안보내면 손해라는 생각에서 국제학교를 선택한 학부모들은 간혹 도마위에 오르곤 한다. 이들 중에는 “과연 회사에서 자녀학비를 지원해도 한국학교나 중국학교를 택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고 되묻는다.
학교 선택 고민에서 경제력을 이유로 국제학교를 제외시켰던 분들은 이 물음에 큰 공감을 보인다. 하지만 회사 지원을 뒤로한 채 한국학교를 택한 송 모씨는 큰 아이의 실패를 거울삼아 작은아이는 모국어를 기반으로 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고 밝힌다.
외부 지원 없이 자비(自费)로 국제학교를 보내고 있는 자영업 종사자 김 모씨는 “아이의 특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라며 “단지 영어에 욕심나서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중국학교 선택이 상하이의 장점을 누리기 위한 선택이라면 국제학교 선택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그녀는 국제학교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학습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노력한다면 학비가 아깝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상하이에서 학교선택은 다른 언어환경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때문에 중국학교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외국어를 마스터하기 위한 절차로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언어만이 아니다. 언어는 기본, 그 외 특장점을 누리고 터득해야 하는 것이다.
그 선택과정에서 큰 틀에서의 흔들림없는 교육관은 필요하지만 혹시 부모의 고집과 체면으로 선택한 학교는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 상하이에서 자녀를 키워낸 선배 학부모들의 의견이다. 또 부모가 자녀의 중심을 정확히 들여다 보고 있는지, 자녀의 특성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도 학교 선택에 앞서 짚어봐야 할 중요한 항목이라고 강조한다.
유년·청소년기를 상하이에서 보내는 우리 자녀들, 그들을 다양한 교육 기회의 장으로 이끈 학부모들, 각자의 이유 있는 학교선택에 귀를 열어 보자.
▷고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