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이별

[2013-09-20, 23:45:09] 상하이저널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큰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일 것이다. 그것이 사랑하는 가족과 죽음의 이별일 때는 정말 참을 수 없는 고통까지 동반하고 시간이 흘러도 메울 수 없는 허전함과 그리움을 가져다 준다. 이 땅에서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보고 대화할 수 없고 웃을 수 없다는 현실이 맘 아프고 괴로움으로 다가온다.

지난 한 달은 나에게 아픔 그 자체였다. 우연히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가 그날 새벽 동생이 중환자실에 있다는 믿기지 않는 소리를 듣고 무슨 정신에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달려갔다. 불과 이틀전 통화를 했는데 목소리 힘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러울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중환자실에 의식없이 각종 의료선들을 달고 누워있는 동생을 바라보며 미어지는 가슴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지만 올케와 조카앞에서 목놓아 울 수도 없었다.

보름,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와 소원을 신은 외면하셨는지 결국 동생을 불러가셨다. 오열하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을 어찌 놓고 갈 수 있었는지 죽음은 참으로 매정하게 산자와 죽은자를 갈라놓았다. 매주 토요일이면 둘이 함께 데이트하며 늦도록 즐거웠고 매일 밤 딸아이 학원에서 돌아올 때면 강아지 안고 마중 나왔다던 남편과 아빠가 이젠 오래 오래 추억 속에 있겠구나 하니 두 모녀의 슬픔이 더 아리고 아팠다.

동생 본인도 우리도 모두 예상치 못한 죽음 앞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정작 가족들 앞에서 입관 시키며 뺨에 입맞추는 올케의 모습은 차마 바라보기 힘들었다. 동생은 올케의 의견대로 화장하고 '수목장'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좋은 아들,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올케의 말을 빌리면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내 동생은 짧지만 정말 잘살았구나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한줌의 재로 흙에 묻혔다.

탁트인 산중턱 한 그루 나무 밑에 재 그대로 쏟아 부어 흙과 섞여 거름이 되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틀 후 다시 찾은 그 자리에서 가족이 함께 예배드리고 동생을 회상하며 뜬금없이 작은 동생이 내게 말을 건넸다.

“누나, 예전에 누나 김소월님의 ‘초혼’ 많이 외웠지?”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우리 모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저마다 자기의 기억들을 더듬고 있느라 각기 다른 곳을 바라보며 다른 표정으로….
아, 이별과 함께 아련한 추억들이 스치고 지나니 사무치고 아프다. 이 가을 푸른 쪽빛 하늘이 서럽게 다가온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타오바오(淘宝) 쇼핑세상 hot 2014.09.21
    [타오바오(淘宝) 쇼핑세상] '국경절을 즐겁게 지내는 방법' 을 고민하고 있다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가까운 상하이 외곽으로 나가 바람과 가을 하늘이 주는...
  • 기업 부담을 줄이려는 중국의 노력 hot 2014.08.27
    25일, 중국 국무원(國務院) 기업부담경감부 연석회의 판공실(減輕企業負擔部際聯席會議辦公室)은 기업 부담 경감을 위한 신고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공개했다. 현재 중국..
  • 중국 증시에 상장한 소매업체, 절반가량이 영업실적 하락 hot 2014.08.26
    중국의 거시경제 침체와 온라인 쇼핑의 영향으로 중국 증시에 상장한 소매업체들의 영업실적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금융 관련 정보데이터 업체인..
  • 중국의 내수시장 보호주의 hot 2014.08.20
    최근 중국 정부가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를 대상으로 반독점법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장쑤(江蘇)성 반독점 규제 당국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부품..
  • 중국, 9월 초부터 수출세 환급 시범계획 8개 항구로 확대할 예정 hot 2014.08.19
    중국 해관총서(海關總署), 재정부, 국세총국(國稅總局)이 칭다오(靑島)와 우한(武漢) 항구에서만 시행되었던 수출세 환급 시범계획을 이번 9월 1일부터 난징(南京)..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3.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4. 마음만은 ‘국빈’, 江浙沪 국빈관 숙..
  5.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6.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7.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8.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9.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10. 가을은 노란색 ‘은행나무’의 계절

경제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3.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4.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5.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6.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7.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8. 금값 3년만에 최대폭 하락… 中 금..
  9. 中 올해 명품 매출 18~20% 줄어..
  10. 중국 전기차 폭발적 성장세, 연 생산..

사회

  1.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2.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3. 上海 디즈니랜드, 12월 23일부터..
  4. 상하이 심플리타이, 줄폐업에 대표 ‘..
  5. 유심칩 교체 문자, 진짜일까 피싱일까..

문화

  1. 찬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상하이 가..
  2. [책읽는 상하이 259] 사건
  3. [책읽는 상하이 260] 앵무새 죽이..
  4. [신간안내] 상하이희망도서관 2024..
  5. [책읽는 상하이 258] 신상품“터지..
  6. 상하이 북코리아 ‘한강’ 작품 8권..

오피니언

  1.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2.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한인..
  3.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
  4.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5. [박물관 리터러시 ②] ‘고려’의 흔..
  6.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