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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상하이 최고의 추억을 맛보다

[2013-10-03, 10:24:36] 상하이저널
 
“상하이저널이죠?”

자신 있게 또박또박하는 말투에 누군가의 소개로 전화를 한줄 알았다고 나중에 얘기를 들었다. 배달을 부탁하는 슈퍼마켓, 아이 유치원, 옆집 엄마, 푸다오 라오스, 남편의 전화번호가 아닌, 중국생활 6년 만에 내 의지로 누른 낯선 전화번호 뒤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이국땅에서 잠시 여행을 다니는 것과 생활하며 사는 건 하늘과 땅 차이였다. 홍콩영화를 보고 중국어 노래를 들으면서 로망였던 중국이란 나라는 살기 시작하니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혼돈의 세상.

첫아기 안고 벙어리 아다다 시절이었던 샤먼과 홍콩시즌을 마감하고, 아이 둘의 엄마가 되면서 부딪혀 말하고 행동하는 상하이시즌을 맞이하며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있었다. 자주 가던 식당과 슈퍼에 배치된 한글로 만들어진 교민지! 상하이에 한글간판으로 도배된 동네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한글로 만들어진 교민지가 있다니!
 
거실바닥에 커다랗게 펼쳐놓고 읽고 또 읽었다. 신문에 소개된 택시 타는 법, 지하철 이용하는 법을 참고해 종이에 주소하나 달랑 적어들고 어린 아이 데리고 맛집이며, 쇼핑센터, 미술관으로 용감하게 외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남편만 바라보지 않아도 되고 신문에서 정보를 얻어 상하이 ‘초짜’면서도 아이 데리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간다는 게 진짜 신나고 즐거웠다.

용기내서 들어간 낯선 맛집에서 신문에 소개된 요리를 중심으로 시키면 실패하는 일이 없었다. 간혹 입맛에 낯선 생소한 맛도 그것이 어떤 향신료 때문인지, 어떤 소스와 식재료가 쓰이는지 글로 미리 알고 먹으니 ‘중국은 넓고 맛 볼 요리는 많다’며 내 영혼의 자유가 시작됐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용기 내어 전화를 걸었다.

“맛. 집. 체. 험. 단 신청하려고요.”

중국생활을 시작하며 심심하지 말라고, 아이들 커가는 모습 찍어주라고 남편이 선물해준 카메라를 꼼꼼히 닦고 초점을 맞춰보며 소원하던 ‘상하이 식객’으로 상하이저널 맛집체험단이 되었다. 중국 지역요리를 찾아, 상하이의 멋진 레스토랑을 찾아 안다녀 본 골목이 없고 안 먹어 본 요리가 없을 정도다. 새로운 음식을 먹는다는 기대감과 설렘에 아침을 굶는 건 당연하고 요리잡지까지 꺼내보며 요리사진을 어찌 찍을지 고민도 해보았던 그때.
 
화려한 입구부터 긴장했던 멋진 레스토랑부터 줄서서 기다리다 의자에 엉덩이 반만 걸치고 먹던 기사식당 국수까지. 그때의 사람들, 떠들썩했던 분위기, 갖가지 향신료와 요리냄새, 요리 사진 찍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친구의 젓가락까지. 이제 막 식당 문을 나선 듯 생각이 난다. 중국요리 이름도 낯설어 사전을 찾고, 요리사진과 수첩에 적어둔 요리이름이 줄긋기가 안되던 초짜 상하이 식객 시절엔 ‘기사를 쓴다는 긴장감’에 먹어도 맛이 기억 안나고 소화도 안되던 날이 많았다.

거의 2년 주기로 바뀌는 상하이의 빠른 입맛 덕에 문을 닫고 없어진 곳도 있고 새롭게 생긴 곳도 많다. 그런가하면 식당도 메뉴도 그대로인데 예전 맛 같지 않은 곳도 있다. 어느 때는 웃으며 어느 때는 울며 함께 먹던, 뱃속과 마음속을 가득 채우던 행복한 내 영혼의 요리가 상하이저널과 함께 추억의 입맛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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