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연금술사, 바리스타 정소리
와인의 세계에 소물리에가 있다면 커피에는 바리스타가 있다. 바리스타란 이탈리아어로 ‘바 안에서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바리스타’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누군가는 스타벅스의 초록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 머신 앞에선 이들을 떠올리거나 혹자는 커피의 하얀거품 위에 그림을 그리는 라떼아트를 떠올릴지 모른다.
바리스타는 정해진 매뉴얼 아래 마치 커피공장처럼 찍어내듯 커피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원두선택부터 커피 맛의 창조까지, 고객의 입맛에 최대한의 만족을 주는 커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진정한 바리스타, 구베이 레이나커피의 정소리 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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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일본에서 개최한 국제사이포니스트 대회의 시연 중인 정소리 바리스타 |
상하이에 이런 전문적인 바리스타가 있었다니. 정소리씨는 2011, 2012년 월드바리스타챔피언쉽(WBC) 한국국가대표 선발전(KNBC)의 우승자이다. 게다가 그녀는 전세계 사이펀 커피의 대가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대회인 ‘2012년 월드사이포니스트 챔피언십’에 국가대표로 출전, 2위를 수상한 실력파다.
레이나 커피 매장에 설치된 브라운관에서 소리씨의 일본대회 출전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커피머신 앞에 앞치마를 두르고 있지 않았다. 깔끔한 정장에 마이크를 꽂고 심사위원 앞에서 여유로운 미소와 능숙한 손놀림을 보인다.
그녀 앞에 길게 늘어선 플라스크에 곱게 담긴 원두와 램프의 붉은 불은 힘차게 물을 끓이며 오르락 내리락 한다. 마치 과학 실험실의 퀴리부인 같은 모습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커피가 이토록 멋있을 줄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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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펀커피 제조 과정 |
플라스크는 뭐고, 퀴리부인은 뭔가. 소리씨의 주종목은 압력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기구인 ‘사이펀’을 사용하는 ‘사이펀(syphone)커피’이다.
스타벅스에 들어서 아메리카노와 카라멜 마키아또만을 외치다 ‘사이펀 커피’라니? 이 커피는 깊고 진하면서도 너무 쓰지 않은, 풍미를 자극하는 맛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사이펀 커피는 일반 커피의 깔끔한 맛과 에스프레소의 진하고 풍부한 느낌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놓은 듯한 맛을 자랑한다. 언뜻 고소한 맛도 난다.
“제가 사이펀 커피를 처음 마셨을 때, 쓴 맛보다 구수한 맛이 더 많이 났어요. 마치 옥수수수염차 같은. 한국인의 입맛에 딱이랄까? 옥수수수염차를 좋아하는 저만의 생각일까요?”
‘화려하고 도도하지 않을까’했던 바리스타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이 사라졌다. 대신 환하게 웃고 사람 만나는게 좋다고 말하는 말랑말랑한 그녀만이 남아있다. 옥수수수염차와 닮은 커피향와 함께.
레이나커피의 주문방식은 독특하다. 커피메뉴를 고르기에 앞서 10개국의 원두 생산지 중 한 곳을 고른다. 원산지에 따라 독특한 맛과 향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치 와인을 고르는 것처럼. 그 다음은 커피종류와 커피 추출법을 선택한다. 또한 레이나는 갓 볶은 커피를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사이펀식 커피 조리기구를 볼 수 있다.
오픈된 BAR형식으로 바로 앞에서 사이펀으로 추출하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데, 사이펀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광경은 눈요기로 그만이다.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원두의 질과 원두를 볶는 과정이지만 정작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커피를 어떻게 끓여 내느냐에 달렸다. 커피맛을 넘어 새로운 문화를 체험 한 듯 하다.
전문가가 말하는 맛있는 커피란 어떤 것일까? “손님이건 커피 전문가이건 다 똑같아요. 자신의 취향과 맛에 대한 기호는 모두가 다르죠. 음. 식어도 맛있는 커피는 어떨까요? 커피가 뜨거울 때는 향을 마시지만 식어도 깔끔한 맛의 커피가 있어요. 텁텁하거나 잿맛이 나지 않는. 비결은 원두와 추출법에 달려있죠”
나만을 위한 커피, 나만의 맛, 나만을 위한 커피향. 바리스타 정소리 씨와 함께 라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커피향보다 더욱 진하게 남는 그녀의 향기, 커피 연금술사 정소리 바리스타다.
LEINA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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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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